여행과 독서

글쓴이
Wentworth
등록일
2008-11-23 23:26
조회
6,8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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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건
세상보는 눈을 넓히는 것을 뽑자면 바로 여행과 독서를 들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항상 여행보단 독서에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여행을 나서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나서려고 준비하는 순간,
그 순간마다 '그냥 독서하는 게 더 편하지'란 생각이 들거든요.
또한 일단 여행에 나서면 왜이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건지...
여행에 나와서 겪게 되는 생활의 변화가 전 상당히 불편하고
자꾸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를 통해 효과적으로 견문을 넓히고 있다는 생각도 있지만
한켠으로는 여행의 참된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젊었을 때 여행하라는 주위의 조언에 반대되게 행동하는 것 같아
나중에 후회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독서로는 얻을 수 없는 여행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 돌개바람 ()

      막연한 이론 VS 실제 경험의 차이가 아닐까요?

  • 김재호 ()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모른다"는 말이 있지요. 비슷하게는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있고..

    뭐 여행과 같은 특정분야에만 극한된게 아니라..사실 우리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정말로 믿고 받아들이지는 않는, 그러나 막상 닥치기 전까지는 본인이 그런줄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선배나 어른들로부터 사회생활이 엄청빡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머리로는 알아들어도, 막상 직접 나가서 겪으면 신선한 충격(?)을 받다못해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주변에 그런 사람들 꽤 있을텐데..

    우리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굶어죽는다는 것은 다 알아도, 직접 거기 가서 그것을 눈으로 보고 온 사람들하고는 관점이 당연히 다르지 않겠습니까? 머리로 아는 것은 똑같아도 말이지요.

    우리가 역사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직접가서 유물들을 보고 역사의 현장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저만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머리로 아는 것이 실천할수 있는 힘으로 막상 잘 연결되지를 않고요, 직접 느끼고 경험을 해야 강한 드라이브가 생깁니다.

    여행과 독서뿐만 아니라 사는게 대부분 그런것 같아요.

  • 김재호 ()

      12월19일부터 1월1일까지 두바이하고 테헤란을 방문할 계획인데..은근히 들떠있는 중입니다.

  • 돌아온백수 ()

      나이들면 귀차니즘 때문에......
    제가 어렸을때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으니, 직접 가봐야 했었죠. 지금은.... 구글 어스로 들여다 보고, 인터넷으로 보고, 읽으니까 열정이 줄어들고요.

    여행에서 느끼는 고독은 골프장에서 얼마든지 만끽하니까요.....

  • 조각 ()

      저도 혼자 여행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막상 여행을 떠나면 많이 외로워지더군요...
    우리나라 여행할때가 더 외롭습니다. 이상하게 해외에서 배낭여행할때는 어설픈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에게 말붙이기가 더 쉬웠거든요.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후회합니다. 여행하는 그 순간 외로움말고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느꼈어야 하는데...하고 말이에요.

  • 오재준 ()

      일상으로의 탈출이 최고 아닐까요
    완전히 분위기와 시야도 전환되는 기회는 여행밖에 없는데...

    스트레스 받을 때는 여행 가는게 최고죠 ^^

    몇년 전에는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혼자 차를 드립다 몰고 다녔는데
    조금 피곤하긴 하죠...^^

    예전에 혼자 다님 좋던데요
    머리도 정리가 되고 내 맘데로 내 가고 싶은데로
    가끔 전혀 모르는 사람하고 이야기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물론 왜 혼자 돌아 다니녀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은 좀 그렇긴 하죠 ^^;;;

    김재호님 두바이 테헤란 부럽습니다 ^^
    아 여행가고 싶다...

  • 플랫폼 ()

      여행을 굳이 '세상보는 눈을 넓히자' 이런 목표를 가지고 가지 않고, 그냥 모든 것에서 잠시 떠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독서와는 다른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 독서를 더 많이 하게 되기도 하고요..
    일상이 너무 빡빡해서 독서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독서할 시간을 평소에 만들어보자고 결심을 해도,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독서할 틈이 안나더군요... 막 몰아치니까...

    일상이 잘 짜여지고, 충분히 독서할 수도 있고, 휴식할 시간 공간도 있다면..
    휴식같은 여행은 별 필요없을지도 모르겠군요.

    나이가 들면서 새롭다, 신선하다는 느낌은 자꾸 줄어들지만, 그래도 모르는 장소, 모르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다르게 생각할 기회, 새로운 시각을 주긴 하는 것 같습니다.

  • 三餘 소요유 ()

      주옥같은 댓글에 이거 하나만 추가하고 싶군요.

    "여행도 나이들면 힘이 없어 못한다. 젊어서 해라."

    여행과 독서를 같이 하세요. '배우는 여행 혹은 알아가는 여행'은 나름대로 그런 책을 고르면되고, '느끼는 여행'은 나름대로 또 그런 종류의 책을 고르면 되고, '쉬는 여행'은 그 나라대로 책을 골라 읽고........

    '양넘'들 여행가서 해변에 뒤비져 책을 읽는 것을 이해 못했었는데 이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근군 ()

      제가 좀 시니컬(?) 해서 '뭐 여행가봐야 별거 있어? 사람사는데 똑같지.' 뭐 이런 마인드로 살고 있었습니다만...
    막상 가보니 다르더라고요. 직접 제 눈알로 보는 거랑, 사진으로 보는거랑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달라요.
    요즘은 이번 겨울에 있을 한국으로의 여행에도 들떠 있는 중입니다.

  • 고전중.... ()

      음... 전 어릴적 꿈이 세계일주라서 방학을 이용해서 이곳 저곳
    가보고 있는데요 한번 갈때 50일 정도로...
    여행 관심없는 분이 듣기에는 약간 생소한 곳을 주로 갑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볼리비아 등등

    뭐.전 개인적인 취향으로 갑니다만 갈때는 이것저것 보고 느끼고
    하는데 막상 돌아오면 일상에 다시 익숙해져있죠..
    뭐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정해진 "나"라는 틀이 쉽게 바뀌겠습니까 ㅎㅎ

    그래서 요즘은 여행의 컨셉을 휴양으로 바꿔서 다니려고 해요
    여유있게 둘러보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여튼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관심있으시다면, backpacker가 되는건
    즐거운 일이죠

  • Wentworth ()

      음... 김재호님 말씀을 들어보니 이전에 메드스쿨에 관심을 보이던 제가 기억납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에 관심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잠시 봉사할 기회가 있은 후에 마음이 바뀌었죠. 단순히 책이나 미디어에서만 보아왔던 의사의 모습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꼭 필요한 요건 중 하나가 사명감이구나란 생각이 박혔습니다. 이기적인 저에게는 맞지 않음을 마음 깊숙히 느꼈죠.

    여행의 특질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한 가지가 마음 깊히 박히려면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다...

  • 일상 ()

      <a href=http://owlpark.egloos.com/category/%EC%84%B8%EA%B3%84%EC%9D%BC%EC%A3%BC target=_blank>http://owlpark.egloos.com/category/%EC%84%B8%EA%B3%84%EC%9D%BC%EC%A3%BC</a>

    심심하면 한번 보세요.
    다 볼려면 한 1달 이상 걸릴 거예요..
    저도 우연히 발견한 블로거인데,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 Wentworth ()

      오재준님이 말씀하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도 훌륭한 여행의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저는 '여행 중에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적었는데요, 제가 -의식하고 있든 안 하고있든- 그만큼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족이라는 단어는 대체로 긍정적인 어감을 전달합니다. 허나 만족이 삶을 매너리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나 자신에게 여행은 하나의 좋은 충격 요법이 될수도 있겠습니다.

  • Wentworth ()

      한편으로는 이 글이 생각나더군요. 조금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 게슈탈트 Gestalt _ 관객과 주인공이 수시로 바뀌어야 재미있다

    관객과 주인공은 항상 하나다.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신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게슈탈트Gestalt 원리로 설명한다. 게슈탈트란 통합된 전체를 의미한다. 주인공과 관객이 동시에 통합된 전체로 존재해야 각각의 의미가 부여된다는 뜻이다.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은 지각의 중심, 즉 전경foreground으로 놓고 그 이외의 것들은 배경background으로 보낸다. 이곳, 강가의 노천카페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내겐 전경이 되고, 비키니 차림으로 파란 잔디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아가씨들이 배경이 된다. 난느 아한 차림의 여성들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나이가 절대 아니다. 카페에 들어와 지금의 자리에 앉은 이유는 비키니의 여성들이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금 전만 해도 지키니의 여성들의 전경이 되고 책 읽는 튼튼한 엄마는 배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컴퓨터를 켜고,, 휴식의 의미에 관한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전경과 배경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아이를 모래사장에서 놀게 하고, 그 짧은 씨간을 이용해 책을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등에 수영복 끈 자락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비키니의 아가씨보다는 훨씬 휴식의 의미에 가깝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의미있는 대상을 전경으로 두고 나머지를 배경으로 보내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전문용어로 '게슈탈트'를 형성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전경과 배경이 끊임없이 바뀐다. 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지속적으로 전경에 올려놓을 줄도 안다.

    전경과 배경을 구분 못 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초점이 맞지 않는 고장난 카메라처럼 세상이 항상 뿌옇다. 그리고 하는 이야기는 항상 세상이 뿌옇다는 이야기 뿐이다. 이런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지 도통 헷갈린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다. 조선일보를 읽은 날에는 조선일보의 초점으로 이야기하고, 중앙일보를 읽은 날에는 중앙일보의 초점으로 이야기한다. 가끔 자신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런 날에는 인터넷으로 오마이뉴스를 읽었음에 분명하다. 내가 세상을 보는 초점이 분명치 않으니 항상 남의 초점에 끌려 다닐수 밖에...


    # 여가 _ '전경'과 '배경'을 바꾸는 일

    여가를 보낸다는 것은 여유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게 너무나 중요했던 것을 배경으로 보내고 그 동안 잊고 살아왔던 것들, 배경에만 흐릿하게 있어 왔던 것들(예를 들면, 아내, 아이들, 내 젊은 날의 꿈같은 것들)을  전경으로 끌어올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경과 배경을 유연하게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은 쉬어가는 여유가 없으면 절대 생기지 않는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 아름다운 시대는 지났다. 그런 사람은 남과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자폐증 환자 시대에 사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대가 바뀐 것을 모른다. 아직도 자신이 승승장구했던 시절인 줄 착각하며 자신의 가치를 강요한다. 이런 사람이 위험한 것은 자신의 자폐증을 남에게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증세의 유일한 처방은 여유를 갖는 법을 배우는 것 뿐이다. 이렇게 노천카페에 앉아 스스로 찬란한 풍광의 배경이 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스스로 배경이 되고, 관객이 되어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해야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리더는 전경과 배경을 통합한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정해진 분량의 원고를 끝냈으니, 이제 나도 전경과 배경을 바꿔야겠다.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들을 맘껏 전경으로 올리고, 튼튼한 아줌마는 뿌연 배경으로 보내겠다는 이야기다.

    -김정운. [노는 만큼 성공한다] 에서

  • 산촌 ()

      여행이라는 것이 범위가 넓지요. 사람마다 의미도 조금씩 다르게
    부여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그저 집떠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와 같은 사람요.
    꼭 무엇을 보고 느끼고 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길나서면 헤벌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요.
    두번째는 꼭 무엇을 보고싶어서 떠나는 여행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만난 대부분의 여행객을 보면 그저 전자의 경우가 훨씬더
    많아요. 그러니까 길나서는 걸 좋아하니까 목적을 만들게 되고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떠납니다.
    그런데 본문쓰신 분은 그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 억지로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이 더 자세합니다.
    저와 같이 길나서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어떤 때는 침대에서 리모컨
    돌리는 편함이 간절히 생각날 때가 있는걸요.

  • 한반도 ()

      역시나 멋진글과 토론들이네요. 퍼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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