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공부만 열심히 하면 사회 낙오자가 될 가능성 높아진다?

글쓴이
GongDol
등록일
2007-02-28 17:50
조회
8,0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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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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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고 싶은 길을 선택했을 뿐인데 사회낙오자 씩이나...

학교BBS는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서 들러보았는네 이런 글이 있더군요..

제목 : 어제 중앙일보 기사의 후배와 24시간을 함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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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쓰러워 이렇게 글을 씁니다.

며칠전 중앙일보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포항공대 수석입학에 수석졸업

서울대 의대에 편입한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서울대 의대, 법대, 경희대 한의대를 입학한 사람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고 매년 졸업시즌에 각 학교 수석 졸업자들을 인터뷰 하

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기사도 그런 종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했겠죠..

한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음부터 계속~ 고등학교때 이야기, 대학교

때 이야기,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 또한 의학도로서의 비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졸업식 약력소개에 나올만한 예상했던 질문들이 이어졌다고 합

니다. 그리고는 공식 인터뷰가 끝나 갈때 쯤, 기자가, 요즘 이공계 위기다 뭐다

말이 많은데, 우리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볼까요?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학우는 '그런 주제로는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위치에 있지 않고, 또 학교와

학교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누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랬더니 기자가 아~ 이건 전혀 기사화 되지 않을거라고

말하며 자신이 아는 사람도 그 쪽에 있어서 그쪽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좀 듣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말하면서 몇번이나 이 말들은 기사화 시켜

서는 안된다고 확인하면서 말했고 서로 인터뷰가 아니라 여담으로 친구처럼 이

야기 했다고하더라구요. 기사에 실린 일문일답은 그 때 나온 이야기일 것입니

다. 아다르고 어다른 우리 말에 기자의 선정적인 단어 선택과 글짓기로 아주 자

극적인 글하나가 완성된것이죠.

저는 사실 중앙일보 1면에 자기 기사가 실린다고 저한테만 자랑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대학 수석 졸업자의 수기가 1면에 실릴만한 이야기인가 생각되어 시사

적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고, 그 말을 했지만 그 아이는

그런거 아니라며 그 쪽 이야기를 좀 하긴 했는데 기사에 쓰지는 않기로 했다면

서 그냥 지금까지의 수석 졸업자 기사같은 거라고 전혀 의심없이 말했습니다.

저는 신문이 나오는 날 아침에 그 아이의 울먹이는 전화 통화 소리에 잠을 깼습

니다. 전후 내용은 몰랐지만.. "그런 나쁜 아저씨가 어디있어." 이 소리만 반

복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서 눈이 빨개진 채로 기사

를 보고 있는 그 동생을 보고 깜짝놀랐습니다. 저도 그 기사를 보고 가슴이 내려

앉는 느낌이었습니다. 기가막힌 제목에 따가울 정도로 자극적인 문장...

교묘한 기사더군요. 분명 아이가 그런 뉘앙스의 말을 기자가 말한 '여담' 타임에

하긴했겠지만, 그 말이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울 지경이었습니다.

중학교때 과학 선생님이 멋져보여서 과학경시를 했고, 과학고를 입학하고, 화학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우리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이 아이는 저

처럼 혹은 저 이상으로 자신의 택한 과학의 길에 확신과 자긍심이 있었을 것입

니다. 그러다가 자세한 내막은 저도 모르지만 2~3학년 때 부터 이 길에 실망하

기도 하고 진짜 자기 적성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많이 방황했다고 하네요. 그 동

안 선배님 그리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공계가 고쳐야 할 점들

을 듣기도 했겠죠. 기자가 학생이 생각하는 이공계 위기의 원인에 대해 물었

을때, 그 때 들었던 이야기나, 방황하던 시기에 자신이 생각하던 이야기가 나

왔을 것입니다. 기사에 실려있던 글들은 사실은 제가 생각했던 이공계의 문제

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깜짝놀랐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KBS, MBC 각종 신문사, 악플들에 시달리는 후배를 보며 드는

생각은.. 만약 저 아이가 이공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때

문에 저렇게 공격을 받는거라면, 저건 나, 그리고 저와 이야기를 나눴던 수

많은 제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을 대신해서 혼자 맞는거구나.. 였습니다.

만약 문제 의식의 내용이 그닥 틀린 것이 아니라면 기자의 흑심을 전혀 의심

하지 않았던, 좀 더 경험이 풍부하지 못했던 잘못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잘못이라면, 그 벌은.. 너무.. 너무너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기자한테 전화했더니 기자는 자기는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는데 부장이

여담부분만 강조해서 기사를 쓰라 했다고 책임회피하고, 어렵게 부장하고 연결

해서 따졌더니, 한 번은 터져야할 사회 문제고, 학생이 적당한 상징이 될 것 같

아 기사로 냈다고 했다더군요. 결국은 자신들이 하고 싶던 얘기였는데 학생이

관심을 유발하기 적당한 상징물이라 그 후배는 '상징물'로 쓰이고 자신들이 쓰

고 싶었던 글을 쓴거죠.

오후에 왔던 KBS 직원과의 통화에서, '중앙일보 기사가 잘못 된 것이라면 뉴스

에서 육성으로 해명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라는 제안에 불에 덴 듯, 너무 상

처를 많이 받아서 이제 더이상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웅크리는 그 아이

를 보며.. 저도 함께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로타리 ()

      예상했던 대로군요.

    이미 졸업한 공대에서 교수가 전화해서 윽박지를리도 없고 그럴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같이 졸업한 동료들이 욕을 하나요?

    인터넷에 기사 댓글 그런거 보고 감정 상해서 우는 거라면 울음 뚝 그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하고 강하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가기를 잘 했습니다. 그런 기사보고 매국노라는 욕 하는 사람들, 그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들이 최소 5할이 넘는 사회입니다. 이공계를 수족처럼 부리고 돈이나 벌어오는 도구쯤으로 생각한다는 현실을 확실히 알았겠지요.

    얼른 털고 자기 생활하고, 개학 대비해서 심기일전의 시간을 가지기를 빕니다.

  • 잡일맨 ()

      여기서는 이상하게 별로 언급안되는데 사실 3대 메이저 신문 기자면 행시보다도 낫다고 합디다.. 돈도 권력도...서울대 편중현상도 고시에 비할바가 아니고 진짜 온갖 문제가 많아도 조용하더군요 :)
    다만 조폭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라던데..... 원래 경찰-조폭-기자는 서로 꼬리를 삼키려는 뱀처럼 (앗 벤젠링!) 먹고 먹히는 관계라나 뭐라나~ㅎ

  • bdd ()

      잠자고 참고있다니...어이가 없네요...수석졸업생도 그렇게 저 선배라는 작자도...저걸 그냥 가만히 놔두나...;;

  • BizEng ()

      만약 자기 뜻에 반하여 기사가 많이 왜곡되어 졌다면, 참지 말고 정정 당당하게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공식적으로 중앙일보사에 서면으로 내용증명해서 항의 하신 후 계속 증거를 수집해나가십시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법적 공방을 벌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리 언론권력이 크기로서니, 아귀빼고 따귀빼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제목 야시시하게 뽑아서 내질러 놓고는 나몰라라 하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문제를 삼고 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tatsache ()

      기자의 말에 그냥 넘어간 것 같습니다. 이번 소동으로 인해 "포스텍 수석 입학·졸업생"이라는 분 언론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이번 소동 깨끗이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기를 빕니다. 저도 제 갈길을 가야겠네요. 힘든 Engineer의 길을...

  • 푸른등선 ()

      사실 전문성이라곤 없으면서 말빨 글빨로 없는 세상 있는 것처럼 만드는 귀한 재주를 가진 게 기자라는 존재들이죠....우리나라 기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무식에, 무대뽀에요...좀더 정확히는 언론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일수도 있겠지만요...

  • Dr.도무지 ()

      음.... -_- 저처럼 기자 혐오증후군 환자가 하나 더 늘어나겠군요.

    과학사랑님 중앙일보 기자에게 기자윤리가 없다고 한번 쓴소리 해주시기 바랍니다.

  • 돌아온백수 ()

      그정도로 울일은 아닌데.....
    세상에 공짜가 없어요. 유명해지면, 유명세를 치뤄야 하는 것이고....

    황색 저널리즘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너뷰에 응한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인데....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신문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재미과학자 "세계최초" "....발견 혹은 발명", 그런 기사는 어떻게 나올까요?

  • 김선영 ()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들은 뒤에 어느정도 나이 먹으면 절대로 기자와 인터뷰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죠.

    요새 기사들 보면 정말 오프더레코드라고 약속한거 지키는거 하나도 못봤습니다. 더군다나 짜집기 기술은 아주 예술 그 자체지요.

    전부 환타지 소설가예요.

  • 사색자 ()

      "그런 주제로는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위치에 있지 않고, 또 학교와 학교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누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신나게 떠들었을거 같은데.

    그런데 울긴 왜 웁니까. 이번 크리스마스때 싼타가 선물 안주게시리...
    그 여학생 마음이 너무 여리군요.

    세상 독하게 살아야한다는걸 요즘 새록새록 느끼는데...
    제가 살면서 이런저런 실패를 좀 해봐서 이제는 웬만한 실패에는 그냥 무덤덤합니다. ㅎㅎㅎ

    반면, 실패를 별로 못해본 분은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지고 울기까지... ㅎㅎㅎㅎ 너무 감성적...

    인터넷 댓글이야 원래 태반은 악플이니 그냥 그러려니...

  • 공도리... ()

      이 여학생한테는 다행이네요.
    나중에 의사의 길을 가면서도 본인의 뛰어난 전문실력(?)을
    이용해먹으려는 도처의 악의 무리들로부터
    실컷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그런 존재가 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본인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경험을 한겁니다.

    그분한테 말해주세요. 세상이 얼마나 웃긴지.
    부모도 가르쳐줄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을 그 나이에 했다는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래야 나중에 실력과 세상을 개혁할 의지 둘 다를 갖추었을 때 쓰레기 악의 무리와 진짜 동조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쓰레기 악의 무리들이 이마에 나쁜놈이라고 붙이고 다니는게 아니며, 조중동같은 번지르르한 놈들 중 더 나쁜 놈이 많다는 걸 알게되는거죠.

    그 나이에 세상물정 미리 경험한게 어딥니까? 의대가서도 하얀가운 뒤의 더러움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현명함을 알게 된거니.

  • 공도리... ()

      공부할 때 발휘하는 인내와 의지력을 50%만 똑같이 적용하면 쓰레기들의 헛소리는 충분히 무시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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