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a Campanella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09-08-18 09:1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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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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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 론

이번에는 음악 얘기로 시작 해볼까 한다. 내 아이디를 보면 눈치 챘겠지만, 나는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미리 말하지만, 음악적인 취향은 개인적이므로 이부분에 대한 논의 자제하기 바란다.)

1. La Campanella by Yundi Li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Dinu Lipatti라는 30세에 요절한 1930년대 연주자이다. 그런데 그가 남긴 레코드를 다 합쳐도 5장 밖에 안된다. 그러던 차에 10년전 Yundi Li 의 연주를 듣게 되었고, 지금은 팬이 되었다.

자 이제 Yundi Li가 연주하는 리스트의 La Campanella라는 곡을 들어보자. 리스트의 곡들은 연주하기도 듣기도 어렵다. (전곡-4분30초-을 감상하기를 권장하지만, 클래식이라면 치를 떠는 분은 2분 부터라도 듣기를 바란다.)

http://www.youtube.com/watch?v=hEnfZjqMSy0

그럼 나는 왜 Lipatti 와 Yundi의 음악을 좋아하는가? 그들의 연주는 한편의 시를 연상케 한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곡들도 아주 쉽게 들리게 하는 것이다. 같은 곡을 얼마나 다르게 연주할 수 있는지를 느끼고 싶다면, 러시아의 천재인 키신의 연주를 들어보라. (다시 말하지만, 누가 더 잘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http://www.youtube.com/watch?v=5y9Wiqsd9xY&feature=related


2. 진정한 기술이란?

그럼 왜 이들의 음악이 쉽게 들리는 것일까? 바로 "테크닉 (기술)" 이다.

엄청난 테크닉이 뒷받침 되어야만, 나같은 일반인들도 복잡한 음표들 사이에서 "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분 10초 부근에서 피아니시모로 저렇게 빠르게 치면서, 깨끗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연주자는 흔치 않다. 덕분에 우리는 음표의 숲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치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이 어려운 물리를 알기쉽게 풀어썼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3. 클릭휠 to 텃치

애플의 인터페이스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다. 한참 사용하다보면, 기계나 컴퓨터라는 생각을 잊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이게 하루 아침에 얻어지는 기술이 아니다. 터치의 원조격인 iPod의 클릭휠을 보자. 클릭휠이 다른 MP3와 달랐던 점은 단순한 텃치뿐 아니라, 손가락의 "가속도"를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사용자는 진짜 휠(바퀴)를 돌리는 기분으로 수천곡을 엄지손가락을 몇 바퀴 돌려서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폰 출시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어느 회사도 애플의 텃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인식할 수 없지만 (인식할 필요도 없다), 그 안에는 애플이 오랜 세월 동안 발전시켜온 h/w와 s/w 기술이 숨어 있다.  


4. 결 론

아이폰의 출시 이후 일어나는 세상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기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기술이란 편리한 기능/서비스를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앞으로 일반인에게 시간과 노력을 강요하는 기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돌아온백수 ()

      젊으면 잘 이해 못할 수도 있습니다.

    TeX 이라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죠. 워드 프로세서의 고전인데요.  학위논문도 이것으로 쓰고, 당시에 프리젠테이션도 이걸 써서 만들었죠. 젊었을때이고, 현학적인 자만심도 한몫 거들었고요.

    그런데, 몇년이 지나서 그 논문의 내용을 잘라서 파워포인트에 옮겨야 할일이 있었는데, 이때 LaTeX 문법도 기억이 나지 않고, 텍스트 파일을 읽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

    사실은 그 이전에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른 장치 때문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도 있는데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훌륭한 장치인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기술은 살아남을지 모르겠으나, 시장에서는 외면당합니다.
    그래서, 저는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에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무조건 지지는 아니고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기술을 중요시 하는 경영자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고 보고요. 주로, 반제품이나 부품은 기술이 우위에 설 수 있겠죠. 하지만, 고객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서는 기술이 우선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 Wentworth ()

      헌데 애플 제품을 쓰면서 종종 느끼는 건 '너무 디자인에 종속되어 있지 않나'라는 생각입니다.

    몇년 전에 아이팟 나노 1세대를 쓰다가 아이리버 MP3를 사용해 보니 '바로 기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편하더군요. 반면 아이팟은 클릭휠과 홀드를 제외하고는 밖에 나와있는 버튼이 없으니 몇 단계를 거쳐야 하구요.

    아이팟 터치도 그렇지요. 1세대에선 볼륨 조절 버튼이 없다가 2세대부터 생겼죠.

    마우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유선 마이티마우스를 써보니 밖에 나와있는 버튼이 몇 개 없고 볼이 너무 작더군요. 그래서 MS 마우스로 바꿔서 사용중이고 버튼에 기능 할당해서 사용하니 정말 편합니다.

    심미적인 만족감과 기능적인 편의성, 이 둘 사이에 어느 곳에 선을 그어야 할 지가 중요한 포인트라 봅니다.

  • 돌아온백수 ()

      상품성이 유일한 기준입니다.

    이 돈을 내고 사고 싶은 사람이 몇명이냐..... 오로지 그것이 기준일 뿐.

  • 뽀빠이 ()

      연주 좋네요 ㅠ.ㅠ

  • Wentworth ()

      저는 이러한 심미성과 기능성을 둘 다 만족시키기 위해서 멀티 터치로 온 게 아닐까 합니다. 멀티 터치와 터치의 차이도 엄청나죠. 웹 페이지를 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확대 축소가 필요한데 그걸 가장 직관적으로 컨트롤 할수 있으니까요.

    이제 그 멀티 터치의 성공이 Snow Leopard에도 적용될 차례죠.

  • 남영우 ()

      여담으로 LaTex는 지금도 수학논문을 쓸 때 쓰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발표시에 파워포인트로 LaTex에 들어있는 그런 특수문자들을 옮겨서 하죠. 그림으로 잘라서 붙일수도 있는데 요즘은 LaTex 입력을 파워포인트에서 구현하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또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TV크기가 많이 커졌기 때문에, 그냥 화면상에서 봐도 무리가 없고요. 따라서 글자 읽기 어렵다고 안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크기 조정하면 되죠)

    물론 수학자들 이야기 입니다. 실험과학 하는 분들은 그냥 워드(+그림 +데이타 등등)로 논문쓴다고 하는 경우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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