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연구생산성과 퇴출제도 "

글쓴이
최한석
등록일
2002-12-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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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한국과학재단 전문위원. 전남대 교수 kimys@kosef.re.kr

 ‘평가 후 강제탈락.’
 
이 캐치프레이스성 구호는 무능한 국회의원을 공천에서 강제로 탈락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3년마다 업적평가를 통해 실적이 부족한 공무원 강제로 퇴출시키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는 내년부터 국가과학기술개발사업의 20%를 강제로 중단시키자는 정부 정책의 하나다.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고 있는 연구개발비를 보다 철저히 관리해서 그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뜻에서 입안된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으로 과연 연구생산성이 그만큼 제고되느냐는 것이다. 상대평가를 통한 강제탈락이라는 도구적 사고가 기초과학의 성과 관리라는 이름아래 적용될 때 그렇지 않아도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초토화되다시피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 것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연구란 어떤 공리적인 동기 유발에 의한 연구로 지식지향적이면서 지식 그 자체만을 위해 수행되기 때문에 그 결과가 현재 또는 앞으로의 기술과 어떻게 관련될 것이냐는 결코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평가라는 잣대를 통해 그것도 강제로 중도시킨다는 발상이 얼마나 기초과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이 아무리 제도화되고, 과학연구가 직업화되었다 할지라도 현장의 과학자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공통의 관심, 그것은 사고의 자유며 발상의 자유다. 인간의 의지로부터 독립된 법칙성을 찾아가는 것이 과학일진데, 강제탈락이라는 경직된 사고는 과학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의 조건마저도 포기한 채 묵묵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항시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연구자를 채찍질하고, 탈락이라는 매를 든다고 해서 그 성과가 좋아질 수 있다는 발상은 구태의연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연간 단위과제로 1만 과제를 지원할 경우 정부 방침대로라면 매년 2000개 과제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거기에 이미 투입된 연구비마저 낭비되게끔 연구사업을 중도에서 무조건 중단시키는 것이 과연 기초과학 중흥을 위한 국가의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보다 훨씬 관료적이라는 이웃 일본은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성패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평가나 결과평가가 없다. 중간평가를 한다는 것이 연구자에게 연구를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연구자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조금이라고 연구에 전념해서 연구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연구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 일본학술진흥회가 연구자에게 직접적으로 패널티를 주지 않고 있을 뿐더러 아예 패널티를 주는 제도가 없다. 그들이 하는 유일한 패널티성 문책은 차기 연구비 신청 때 평가에 고려하는 것뿐 이다. 이것이 노벨상을 연거푸 배출하고 있는 일본의 연구자에 대한 지원행정의 철학이다.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미국과학재단의 부총재를 역임한 서남표 MIT 교수는 정부가 연구를 통제하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연구자가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소한 연구에 관한 한 관료주의적 통제장치를 제거하라고 우리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연구의 고객은 국민이고 연구자다. 연구자들이 과학기술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그 연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국가출연연구소, 연구자, 그리고 연구조직의 고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서 박사의 충고가 오늘 아침 새삼 가슴에 진하게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배성원 ()

      서남표 교수님께서 하나 잘못알고 계시는것이 있군요. '고객'이라도 그나마 좋겠습니다. '상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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