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가루이야기 (1) - 분체란 무엇인가?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3-07-28 13:12
조회
12,9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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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분체, 가루 이야기 (1) - 분체란 무엇인가?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흔히 고체, 액체, 기체의 3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가 더 있으니, 이른바 “분체”라고 불리는 제4의 존재 상태이다. 분체라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하지만 분체라는 것을 ‘가루’라는 말로 바꾸어 놓고 보면 매우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루, 즉, 분체라는 것은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나도 가까운 많은 곳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우리 옆에 있어서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공기나 물처럼, 사람들은 가루의 중요성 역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물질을 제조의 원점에서 살펴보면, 가루에서 시작해서 가루로 끝난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 그러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분체와, 분체공학을 응용한 여러 기술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를 닦고, 세수를 한다. 이를 닦을 때 쓰는 치약이 분체 기술을 이용한 것임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전에 가루 치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욱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 식사를 빵과 한 잔의 커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커피가 가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수 있을 것이나, 빵 역시 종합적인 분체기술이 적용된 중요한 예라는 것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빵을 만드는 과정과 순서를 분체기술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저장, 수송 : 밀을 저장장소로부터 꺼내 온다.
2)분쇄 : 밀을 빻아 밀가루로 만든다.
3)분리(분급) : 바람이나 체를 이용하여 껍질분(粉)과 밀가루분(粉)을 나눈다.
4)혼합(혼련) : 밀가루에 물을 넣고 잘 반죽한다.
5)성형 : 빵의 형태로 만든다.
6)발효(건조) : 온도를 맞추어 적당 시간동안 둔다.
7)소성 : 굽는다.

위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밀가루의 7변화라고 하며, 이것은 곧 밭에서 자라난 밀이 우리가 먹기 좋은 다양한 형태의 빵으로 변화하는 분체기술의 응용과정이다. 위의 과정에서 밀가루를 점토로 바꾸어 응용하면 점토가 아름다운 도자기로 바뀌며, 또한 더 큰 틀에서 살펴보면 시멘트가 다리가 되고 빌딩이 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분체기술을 이용한 공정은 적재적소에 적용된다.

또, 우리생활 가까운 곳에서 분체기술을 응용한 예를 좀 더 들어보면, 아침에 출근하면서 듣는 영어회화 테이프에도 분체입자가 코팅 되어있으며, 재미있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회사나 학교에서 늘 사용하는 복사기의 토너, 프린터의 잉크, 하물며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복사용지에도 돌가루가 포함되어 종이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최근 들어 고급 술의 하나로 애주가들이 많이 찾는 ‘금술’ 역시 분체기술이 적용된 예이다. 여성들의 화장품은 립스틱, 매니큐어, 파운데이션 모두 분체기술을 응용한 것이며, 최근 애완견들의 사료 역시 분체의 조립기술을 적절히 응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루 즉, 분체를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분체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으나,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우리 주위에 많은 것들이 분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가루에 가까이 다가가서 분체기술․분체공학이 보다 많은 첨단기술분야에 응용되고, “마이더스의 손”으로 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net) 운영위원
최희규

  • 사색자 ()

      저... 분체를 제4의 물질 존재형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인된 개념입니까? 플라즈마를 제4의 존재형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지만... 일반적인 분체도 결국 고체 아닌가요?

  • 최희규 ()

      일반적으로공인된 개념이 아닙니다.
    분체 공학자들이 우기고(?) 있는 것이지요 ^^

    보다 알기쉽게 분체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체는 유동성을 가지지 않지만, 분체라는 것은 고체이면서 유동을 가지므로, 제4의 존재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담배연기를 기체라고 보는 사람과 고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분체라고 본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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