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사실·의견 혼선이 소통부재의 시대 불렀다" > 펀글토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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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사실·의견 혼선이 소통부재의 시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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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worth 작성일2008-11-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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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회상'은 말과 글을 부리는 자로서 김씨가 고수하는 엄정한 태도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그는 여기서 '꽃은 피었다'로 시작하는 장편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을 '꽃이 피었다'로 고치기까지 절치부심했던 과정을 소개한다.

그는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라고 변별한다. 그것을 예로 "문장 하나 하나에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의 이러한 언어관은 세대, 정파, 지역으로 갈라져 소통 부재의 상태에 다다른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과도 잇닿아있다. 그가 파악하기에 우리 사회가 이런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이유는 우리가"의견과 사실을 뒤죽박죽해서 말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는 에세이 '말과 사물'에서 언어의 존재 이유가 소통일진대 "내가 말하는 것이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을 말하는 것인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의견인지, 혹은 아무런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고 그저 나의 욕망을 지껄이는 것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말을 하면" 언어는 소통에 기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젊은 세대에게 '신념의 언어'보다는 '과학의 언어'로 사유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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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새 산문집이 나왔군요.
박이문, 이어령과 함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건
한국어 화자가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과 의견의 혼선...
저는 한국의 글쓰기 교육에 상당히 안타까움이 듭니다.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라는 글쓰기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면
이런 혼란도 상당수 없었을 텐데 말이죠.

댓글 6

한반도님의 댓글

한반도

  예로든 문장 혹은 문체는 김훈씨가 문학전반에서 고수하고자 하는 필법이라기 보다는 김훈씨만의
'주어 + 동사' 활용법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주어동사에 무척이나 섬세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물론 이랬기에 때로는 섬뜩함 마져 느껴지는 문장력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한반도님의 댓글

한반도

  서술의 주체에 대한 구분이 과학의 언어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대체 애매한 상황을
묘사하고자 할 때 단골처럼 써먹어야 할 '과학'이 이제는 주체에 대한 정체성에서 응용되네요. 쩝...

언제나 무한도전님의 댓글

언제나 무한도전

  인용된 글, 많은 부분에서 동감합니다.
저도 글쓰기를 막 배운 터라 공부하면서 고생을 여전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선생님들이 여전히 scientific writing이 많이 부족하시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fact와 claim 사이의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고 보는 점이죠. 물론 여전히 간결하지도 않고 표현도 불명확하고...

과학도 엄격한 글쓰기의 예외일 수 없고, 오히려 더 정확한 언어를 요구하는 분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본문의  '과학의 언어'에서 '과학의'라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파악하면 어떨까 합니다.

여하간 김훈씨의 글은 정말 대단합니다. 어쩜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렇게 힘이 있는지...

Wentworth님의 댓글

Wentworth

  국내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국어 교사가 희망직업인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제가 궁금해왔던 글쓰기와 토론 - 한국 교육에서는 최고로 등한시하는 -교육에 대해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냐고 물어보니 '거의 없다'라 하더군요.

돌아온백수님의 댓글

돌아온백수

  과학 논문은 글쓰기라고 보기가 좀......
사실과 인용이 99% 이니까요. 주장은 한문장내지 두문장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부연하고 반복하는 거죠.

물론 글쓰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과학논문쓰기가 큰 장벽인듯이 얘기하면 안되죠.

언제나 무한도전님의 댓글

언제나 무한도전

  그러게요... 근데... 그게... 전 사실을 쓴다고 쓰고 심지어 인용을 한다고 했는데도, 선생님들은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는데... - -; 정말 난 처음부터 엉망인가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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