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연료전지 시대는 오는가 (1) 자동차 - 3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3-07-09 14:5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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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자동차의 실용화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의 견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미 일본 도요타, 혼다는 연료전지 양산차의 개발을 완료했다. 사진은 고이즈미 총리가 양산형 연료전지차에 시승하는 행사 장면이다. 일본은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걸다시피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선도기술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아나로그식 HDTV가 좋은 반례이다. 도요타와 혼다는 2003년말 시판을 목표로 이미 양산차의 시험주행과 공로주행에 들어갔다. 즉, 이 시점에서 ‘실용화가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은 이미 적절치 못하다. 양산차가 나왔다는 것은 이미 실용화가 된 것이다. 다만 그것이 큰 성공을 거두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장을 어느 정도 빼앗아 시장 진입에 성공할 것이냐 하는 것이 관심거리인 것이다.

난점 1. 수소 공급 인프라
주유소 대신 ‘주수소소’를 세워야 한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분자량이 40~60 사이인 혼합개스인 LPG(액화석유가스)의 경우 쉽게 액화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가스충전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내버스에 채용되기 시작한 LNG(액화천연가스)만 해도 메탄이 주성분으로, 핸들링이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시내버스 계류장 부근에만 설치되어 있다. 택시와 RV들이 LPG를 쓰지만 LNG는 쓸 계획이 전혀 없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며, 끓는점은 영하 260도이다. 그것은 저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잘 새어 나가고, 액화시켜 보관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비용과 위험을 동반한다. 거기에다가 폭발성까지 있다! 액화수소를 실은 탱크로리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다가... 생각만 해도 서늘해지는 얘기다.

따라서 수소는 도시가스처럼 파이프라인으로 ‘주수소소’로 공급되어야 하며, 주수소소는 이것을 받아 컴프레서로 압축, 지하탱크에 보관하다가 자동차가 들어오면 내장된 고압수소통에 다시 가압하면 주입해야 한다.

온세상 자동차가 언젠가는 연료전지차로 바뀐다고 가정한다면야, 주수소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논리에 의해, 기존의 주유소들이 자발적으로, 점차 주수소소로 전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점 2. 차내 수소 저장의 문제
연료전지차에서 수소는 연료이므로 필요한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을만한 충분한 수소를 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수소 연료전지차의 개념에선 여러 가지가 시도되었다. 수소저장합금은 그 대표격이다. 니켈을 기반으로 한 합금은 그 격자 내에 수소 분자를 ‘끼워’ 둘 수 있다. 일종의 고체-기체 용액이 되는 셈이다. 고압 분위기에서 격자에 끼어들어갔던 수소는 열을 가하면 천천히 다시 나온다. 따라서 수소저장합금은 비교적 안전하며 제어하기 쉬운 수소 저장 방법이다. 문제는, 수소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깊이가 얼마 되지 않으므로, 합금의 표면만이 저장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수소저장합금으로 최대한의 표면적을 갖도록, 그러면서도 수소의 저장과 이탈에서 국부화(localization)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수소 연료전지차에 수소저장 합금을 쓰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수소저장 밀도 때문이다. 수소저장합금 자체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수소를 가득 넣어도 고압 수소 봄베에 비해 불리하다. 결국 구식기술로 보이던 고압수소봄베를 개량하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수소연료전지차는 커다란 고압수소‘폭탄’(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폭탄은 아니지만)을 싣고 다니게 되었다. 이러한 형태로 어느정도 타협하기까지, 광촉매를 이용해 물을 실시간 분해해서 얻는 수소를 이용한다는 꿈같은 얘기도 나왔었으니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주수소소’를 본 적이 없을테니, 수소연료전지차가 당장 내일 그럴듯한 가격에 시판되더라도 구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수소 공급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연료전지 자동차는 리필이 쉬운 연료로 달려야 한다. 즉, 과도기적으로, 개질기(reformer)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질기란 고온에서 메탄올, 개솔린, LPG등의 탄화수소 연료를 촉매를 사용하여 분해, 수소를 얻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탄화수소로부터 수소를 뽑아낸다는 것이다. 개질기를 사용하여 얻는 장점은, 액체 형태의 연료를 주입하면 되므로 아무런 연료 공급 인프라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메탄올은 가정의 차고에서도 주입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주유소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저장탱크에 넣는 물질의 종류만 달라질 뿐이다.

그러나 개질기 방식도 문제는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시동 시간이다. 사람들은 자동차의 시동키를 돌리며 윈도우즈가 부팅되는 시간만큼 기다리기를 원치 않는다. 개질기를 사용하는 경우, 개질기와 연료전지 스택를 예열하고, 연료전지를 가동할 만큼의 충분한 수소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의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은 그 시간이 10분이다. 이것을 1분 이내로 줄여야 현실성이 있다. 물론, 개질기가 수소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 내장된 리튬이온전지나 납축전지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 차를 기동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질기와 스택을 예열하고 각종 센서와 냉각수 펌프등을 구동하는데에 드는 전력도 만만치 않아, 2차전지를 믿고 예열되기 전에 거리로 나서는 것은 매우 용감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질기 방식의 또 다른 문제는, 연료전지의 최대 장점중 하나인 에너지 효율의 문제이다. 개질기는 에너지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반응을 양론과 반응속도론적 제어로 일으키는 장치로, 에너지 효율을 갉아먹는다. 필요한 열은 연료전지 스택 작동시 발생하는 폐열로 대체할 수 있으나, 무겁고 덩지 큰 개질기의 존재는 연료전지차의 장점을 상당 부분 잠식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문제는, 개질기를 사용할 경우 여전히 화석연료나 생합성된 탄화수소 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비록 내연기관보다는 적으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나, 공해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소량 발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핸디캡 때문에, 개질기 방식은 수소 공급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차피 수소 공급 인프라라는 부담을 떨쳐버리기 위해선, 개질기 없이 바로 메탄올을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하는 직접메탄올형 연료전지로 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직접메탄올형 연료전지에 대해선 차후에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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