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오리의 부리 맞바꿔치기

글쓴이
Simon
등록일
2003-08-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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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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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뭔데? 얼굴은 대체 뭐지? 그걸 찍은 사진은 또 어떻고? 화장, 메이크업은 또 뭐야? 혹시 얼굴이라는 것은 화가가 그리고 싶은데로 혹은 사진가가 찍고 싶은 데로 찍어 놓은 그 무엇 아닐까?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저마다 보고 싶은 데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쉽게 말해 얼굴의 변형(deformation), 안면의 변화란 (어찌보면) 없다.”
– 1972. 파블로 피카소

비운의 대기업 회장 초상화를 보았는가. 처음 걸어 놓은 영정의 사진이 활짝 웃는 모습이라, 다소 무표정한 것으로 추후에 바꾸었다고 한다. 극히 주관적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처음 걸어 놓은 그것이 더 늠름한 얼굴로 각인되었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웃는 초상화의 표정이 보는 이들의 슬픔을 배가시키어 사진을 교체했었으리라.

사이언스(Science) 3월호, 금주의 주요 연구란(This Week in Science)에 발표되어 이목을 집중시키며 오리 주둥이(beak of a duck)와 매추라기의 부리(bill of a quail)를 맞바꿔친 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등장, 당당히 인터뷰까지 마쳤던 이가 바로 질 헬름스라고 한다(Jill Helms, PhD, DDS, 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 대학).

두 달 후, 지난 5월호 네이처 의학 부문(Nature Medicine) 특별호에 '두개골 생물학(Cranial Skeletal Biology)'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이 상세히 실렸고 일부 여기에 소개한다.

두개부 신경능 세포는 안면부 뼈조직을 생성시킬 잠재능력이 있다!

두개부 신경 능 세포(Cranial Neural Crest Cell)는 연골과 뼈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세포이다. 신경 능 세포라고 전부 뼈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맥간 신경 능 세포(Trunk Neural Crest Cell)의 경우 골격을 만드는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왜 맥간 신경 능 세포는 뼈를 생성시킬 잠재성이 없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중략)

어떤 경우이든지, 서로 다른 신경 능 세포들의 골 생성 능력을 가늠해 보고 탐구해 가는 것은 두개골과 안면의 조직 재생성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본질적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두개골 아키텍처 만들기
100년전부터 있어온 유사한 두개골 만들기에 관한 인간의 노력은 20년 전 노단 등의 연구를 통해 한 장을 여는 가 싶었다. 그런데, 최근 노단 등의 연구 결과의 문제점을 인식한 헬름스 그룹에서는 신경능으로부터 유도된 상피질(epithelium)의 잠재능력에 주목했다. 즉, 코가 위치해 있는 얼굴 전면의 외배엽(ectoderm)이 해당 조직의 아래 깔려 있는 신경 능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자극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얼굴 전면 코가 있는 부위의 외배엽 부분을 이소성 위치(ectopic location)로 이식시키자, 놀라운 반응이 시작된 것이다. 신경 능 세포에 의해 유도된 간엽(mesenchyme)을 완전히 새로 탈바꿈시키어 새의 부리 상단 구조가 중첩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두개골의 상단, 즉 머리 부위에 있는 다른 외배엽(pharyngeal endoderm)의 경우도 안면 골격의 몇 몇 구성 요소들의 크기, 형태, 그리고 위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일련의 이런 실험 결과는 그림에 보여준 오리와 매추라기의 부리와 주둥이를 성공적으로 맞바꾸는 데 근간이 되었다.

두개골 부위 중 얼굴 부분 즉, 안면 두개부의 결함으로부터 형태학적 열쇠의 새 창을 찾다
고등 척추동물의 경우, 특화된 신경 메커니즘이 진화를 통해 변천해 왔고 결국 미간의 세밀한 차이도 눈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을 만큼 각양각색의 얼굴 형태가 현재와 같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면부가 손상되었거나 선천적으로 기형인 경우 비단 말하기와 씹기(Speech & Mastication)와 같은 "기능적 결함"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갈수록 정서 및 정신적 황폐화도 수반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 유전체학(genetics)과 실험 발생학(embryology)의 비약적 발전 덕분에 어떤 특정 유전체(gene)의 왜곡 또는 변이가 안면부 또는 두개골 부위의 골격 상의 결함을 가져오게 되는지 이해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중략)

여전히 많은 난제가 놓여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두개골 내 안면부의 골겨형성을 중재하는 복수 개의 다중 생체 조직 사이에 밝혀지지 않은 어떤 세포 또는 분자 단위의 대화(신호 교환)가 있다는 점이다. 그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고 통로는 어떻게 되어 있나를 아는 것, 그것이 열쇠이다. 만일 우리 얼굴을 구성하는 생체 조직 내 분자 사이의 대화와 신호 전달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 얼굴의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기형적으로 변질될 수 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 가지고 있는 유전자 기술과 세포 치환술을 이용하여, 기형 또는 변질된 얼굴 부위를 원상 복구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중략)

두개골 & 안면부 생체조직의 재생성을 위해 남은 과제
인간 생체 조직의 재생성에 관한 잠재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회자되는 것이 바로 줄기 세포 연구(Stem Cell Biology)이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실제 치료와 시술에 응용되기 위해서 줄기 세포 분야의 연구에 있어 해결되어야할 의문과 난제는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골근계 생물공학의 대표적 예인 뼈 손상의 치유만 해도 관련ehls 지식과 데이터는 사실 장골(long bone), 즉 실험실에서 관찰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다리 뼈와 같은 부위로부터 나온 것이 대부분으로, 그런 결과들을 얼굴의 골격 재생성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줄기 세포를 응용한 기술을 이 부문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도 더 많이 규명되어야 한다. 분자간 신호전달 체계와 기계적 자극이 이런 류의 세포(골세포 등)의 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미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중략)

따라서, 두개골 생물학에 관한 이런 작은 발견으로부터 선천적으로 기형으로 태어난 유아들과 심지어 구강 결함에 이르기까지 세포 기술을 이용해 치유할 수 있는 날이 오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이런 류의 연구는 가치가 있다. 드릴과 마취제 대신 세포 이식에 의해 충치를 치료할 날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 헬름스 & 슈나이더/캘리포니아주립 샌프란시스코 대학

Scieng 심준완 기자
  • 최희규 ()

      메추라기가 메추리 인가요? 이전에 포장마차에서 먹던 쫄깃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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