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윗글의 답글은 아니지만...

글쓴이
배성원
등록일
2003-06-17 13:52
조회
5,0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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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여기 이곳 게시판이 이공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팽배해 있다는 글들이 많다. 그동안 이공계 실상을 보여준다는 기치를 내걸고 나름대로 진로게시판에 자주 드나든 회원으로서 오늘은 몇자 적어보겠다.

여기는 이공계인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이공계를 먼저 가 본, 또는 가고 있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는 자리이다. 진로결정에 유용한 조언 말이다. 그럼, 조언이라는 것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었인가?

먼저 가 보아서 알기 싫어도 알아진 것, 생생한 그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실되고 솔직하게 말이다. 결국 조언이나 상담을 통하더라도 판단은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심지어 어떤 성향의 조언이나 상담을 자기 것으로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스스로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알아서 취하고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미화되거나 폄하된 것은 당장 알아볼 수 있다. 아직 이 게시판에 글들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있어도 거짓이라는 것은 없었다.
부정적이기 보다는 차라리 거짓인 편이 좋은가?

때로는 투박해서 도저히 조언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에서도 리얼한 인생의 조각한편을 엿볼 수 있다. 여기 이 게시판에서 남겨진 이공계 선배들의 그 짧디 짧은 글 속에는 인생이 있다. 자기가 가는 길을 칙칙한 흙빛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그 선배들은 즐겁겠는가? 얼굴도 모르는 학생에게 가도 좋은 길 굳이 속여서 못가게 할 이유가 있는가? 경쟁자 줄이려고?
물론 이공계의 산업과 연구현장에도 시시각각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든 설계작업을 마치고 도면을 출도했을 경우, 샘플 제작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경우, 샘플에서 만족할 성능이 나왔을 경우, 내가 설계한 제품이 양산되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켜보는 경우.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다 동료와 한담을 나누는 시간, 수백가지 샘플링 케이스를 수치해석으로 풀다 모니터에서 떨어져 차한잔을 나누는 시간, 실험 결과들을 모으고 분석하는 와중 동료와 벌이는 설전의 시간, 그 결과로 논문을 쓰는 시간…. 모두 이 길을 가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보람이다.

위에 든 보람이 정말 마음에 와 닿는가? 그 전에 먼저 가 닿아야 하는 것들이 이 게시판의 소위 부정적이라는 글속에 들어있다. 그것이 조언인 것이다.

  • song ()

      글속에 경험의 진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 배성원 ()

      어떨때는 직업적 현실전달보다 더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이공계에 가지고 있는 환상을 좀 깨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공계 기피가 이렇게 극심한 지금도 정부에서 내거는 대책의 상당부분이 '애들에게 환상심기' 라니,,,, 어이가 없지요.

  • 소요유 ()

      감동~ ^_^    우리는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의 편린들을 올리는 글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삶에 대한 기억은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들보다 부정적이고 추한 것들이 더 명확하게 생각나고, 그건 기억 자체가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자연적이 선택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조언이라는 것이 원래 부정적인 면에 치우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 소요유 ()

      또한가지, 프르스트의 '가지않은 길' 신드롬입니다. 삶에는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이러한 선택은 필연적으로 포기해야하는 길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포기한 길에 대한 동경이 또 하나의 현재에 대한 부정적 시야를 주게됩니다. 한편, 조언이라는 것이, 특히 인터넷 상에서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하는 조언이라는 것이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성향 따위를 고려하여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므로 자신의 경험 범위와 가치관, 혹은 세계관 내에서 '사실'을 이야기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 소요유 ()

      그래서 전 부정적인 이야기가 '질문자에게' 판단할 수 있는 통계적인 가치를 갖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회의적입니다. 즉 10명 중 9명, 100명 중  99명이 부정적이라하더라도 자신의 가치가 나머지 한명과 일치한다며 그것은 10%, 혹은 1%의 가치가 아니라 100% 가치를 갖는 것일 겁니다.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의견들을 통계 낸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는 이야깁니다. 

  • 정문식 ()

      소요유님의 "100명 중 99명이 부정하더라도 한 명이 긍정한다면 그 1%가 100%의 가치가 될 수 있다" 는 경구가 상당히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더욱이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고 하지만) 아직 이상을 가지고 있는 고교생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도 전래 동화에 나오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동아줄처럼 여겨지겠져... 그런데 전에 대전에서 간담회 때 진미석 박사님이 "현업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들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부정 일변도여서 과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까지 내면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줄 수는 없는가" 라고 말씀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그 분의 연구 활동과 기고, 강연 등을 통해 지금의 학계와 학력 인플레이션, 체계적인 직업 교육의 부재 등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

  • 정문식 ()

      하셔 왔는데, 그 때 그 간담회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도 해 달라' 고 사이엔지 멤버 더 나아가 현업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들에게 주문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 분이 지금 과학기술계의 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가치 판단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배성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후배들에게는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길게 볼 때 후배들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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