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前 런던대 교수 마틴 라프

글쓴이
Simon
등록일
2003-04-27 21:1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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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슈완쎌을 이용 세포 성장, 분할에 관한 기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 라프 박사와 만났다(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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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발표한 연구의 의미는?
"최초로 동물과 효모가 자신의 세포를 성장, 분할시키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세포 성장, 분할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효모(단세포)를 가지고 얻은 결과에 근거한다. 최근 슈완 쎌(다세포)을 이용, 동물 세포의 성장/분할이 효모와 다르다고 확인했다."

- 슈완 쎌(Schwann cell)을 이용해 얻은 결과를 포유 동물의 세포 전체인 양 확장/일반화 시켜 해석할 수 있나? 슈완 쎌이 모든 다세포 동물의 세포를 대표해줄 수는 없지 않나?
"물론 추가 검증 해야 한다. "

- 왜 하필 슈완 쎌(또는 슈반 세포)을 사용했나?
"성숙한 정상 세포(normal cell)를 가지고 실험하고자 했다.

지난 몇 년동안 계속 슈완 쎌을 대상으로 실험해 왔는데, 여타 많은 세포들 중에 비교적 균일(homogeneity)한 상태로 정제(purify)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포유류의 정상 세포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세포 분할 후 세포의 수(population)가 무한정(indefinitely)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 어렵다. 쉽게 다시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
"‘포유 동물의 세포(슈완 쎌)는 세포-크기에 토대를 둔 체크포인트를 가지지 않는다’

- 당신이 없었다면 T-임파구가 무엇인지 여태껏 우리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던데 사실인가? (Nature, 1969: 이때부터 주목받음)
" 무슨 소리 하나! 내가 젊었을 시절, T-임파구에 관한 기본적 이해를 위한 연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나, 당시 발견했던 모든 것은 나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 일이다. "

- 은퇴 운운한 뉴스를 읽었다. 사실인가? 은퇴한 특별한 이유라도?
"난 이미 은퇴했다. 현재에는 신생 저널이라고 할 수 있는 Journal of Biology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있다. 학교 실험실 문 잠그고 나온 지는 여섯 달 가량 된다. 은퇴의 이유라…65세의 나이에 달한 사람이면 할 일 중 하나이기도 하고, 사실 지난 몇 년간 은퇴의 날을 오히려 손꼽아 기다려 왔다. 불행히도 진작에 그만두려 했는데, 이 일 저 일 피치 못해 미루다 비로서 작년에 꿈을 이루었다. 지금은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게 된 순간인데, 사실 변한 건 별로 없는 듯하다." (그의 은퇴를 알리는 기사는 Nature의 Medicine 란과 Cell Biology 란에 각각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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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자연계열 대학원생들이 입학 후 처음 1년간 실험실 선정 시 로테이션 해가며 지도교수 및 연구 테마 잡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된 계기가 바로 당신의 제안 때문이라던데 사실인가?
"그랬다. 영국에서는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이 최초로 박사 과정을 4년으로 압축시켰고 내가 힘을 썼다. 물론 랩 로테이션도 내가 제안했다. 어두침침한 어느 오후,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몇 마디 나눈 후 자신이 평생가야할 길을 선점당할 수도 있을 후배들의 상황이 난센스라 생각했다."

(그는 자연계열 대학원생들 위해 4년제 PhD 프로그램의 도입을 주장했고 덕분에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이과대 입학 대학원생들은 연간 12500 파운드의 stipden 즉 정식 봉급을 받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 전까지 영국 이과대 대학원생들이 stipend라는 이름으로 받았던 액수는 5000 파운드, 년 1300만원 안팎이었다.)

- 프로그램화 된 세포의 죽음(programmed cell death)이라는 의미의 apoptosis 란 무엇인가? 이것 관련해 무슨 공로가 있다던데...(라프는 세포 성장 뿐 아니라 세포 죽음에도 관심이 많았고 apoptosis 에 관한 이해의 폭을 한 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Apoptosis refers to a form of cell death where the dying cell activates an intracellular death program to kill itself. This program has been conserved in evolution in all animals. It is a fundamental feature of animal life, although not as fundamental as cell growth or division, as c. elegans can live a relatively normal life without apoptosis, although "higher' animals die early in development if their cells cannot undergo apoptosis."

(그렇다. 이 질문은 부적절했다. 그러나, 독자들을 위해 이 분이 기여했다고 하는 또 다른 분야, 즉 세포 죽음에 관해 어떻게 쉽게 설명하는지 알고 싶어 물었다.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 당신은 매우 “열린 마음 (open-minded)”의 소유자로 “탈권위적”이라는 평이 있다. 대체 왜 그렇게 "열린 태도"를 취하나?
"내가 받아야할 찬사에 비해 분에 넘치는 명성을 얻어 왔다.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스승, 아브 미치슨(Av Mitchison)은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생각과 발견,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서로 나누는 것의 유익에 관해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일면 직관에 반하는, 다시 말해, 반직관적인 (counter intuitive) 자세를 취한 듯 싶지만, 이 경우 마음을 열면 서로 상처 받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더 많다."

(그의 커리어 시작은 1969년 Nature에 발표한 T-임파구 관련 논문이었고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학계의 스타로 등장해 있었단다. 그의 스승은 자신의 이름이 제자의 논문에 함께 기록되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그 이유는 제자를 배려하고 후학이 더 잘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선생의 기쁨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단다. Nature 2002)

- 마지막 질문이다. 본 기자의 질문 중에 부적절한 것은 없었나?
"적절했다. 당신 독자분들 위해 좋은 서비스 하고 있다.(Your questions are all excellent. You are doing a great service to your readers.)"

생물학자들의 눈에 비친 라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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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Cell Biology (2002)

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라프는 그의 명성은 오직 두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술회한다 - 운과 그의 스승, 아브 미치슨(Av Mitchison) 이다.

본디 캐나다 출신 미국 이민자로 보스톤에서 공부하던 라프는 월남전으로 인해 영국에 건너왔다. 징병 제도가 바뀌어 이민자들도 징집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면역학 분야에 거의 무뇌한 이었지만, 그의 스승 미치슨은 그를 기꺼이 받아 주었고 스승의 열린 마음에 관한 화답으로 그는 1969년 그 유명한 T-임파구에 관한 마커(marker)를 발표하게 된다. 일약 젊은 면역학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기이한 일은 그의 스승 미치슨은 끝까지 자신의 이름이 해당 논문에 실리는 일을 사양했다. 훗날 라프는 스승의 그런 태도를 일컬어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 관대함/자비로운 마음의 정수"로 극찬했다.

그 역시 후학 및 제자들의 양성에 모든 열정을 쏟았고, 그의 제자들은 미국과 영국을 망라해 젊은 석학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 Nature

* * *

라프의 마지막 제자 (해당논문 공동저자) ===============
이안 콘론 (Ian Con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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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라프의 마지막 제자인 이안 콘론이 '99년 Cell 지에 실은 논문의 시작부이다.

- 서로 다른 동물들을 쳐다볼 때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는 저마다 싸이즈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 인지 동물학자들 마저 동물의 크기, 즉 이들의 덩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관해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 J. B. S. Haldane, On Being the Right Size, 1927

“ The most obvious differences between different animals are differences in size, but for some reason the zoologists have paid singularly little attention to them. ” - J. B. S. Haldane, On Being the Right Size, 1927

c.f. 세포의 성장과 분할 없이 동물의 성장과 키, "덩치"는 현재와 같을 수 없다. / Cell (1999)

* * *

의학자들이 바라본 라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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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Medicine (2001)

마틴 라프는 과학 분야에 몸담으며 그의 연구 경력 전체를 온전히 최첨단, 최선두의 반열에 줄곧 자리매김시켰다. 그의 커리어 시작은 Nature에 발표한 면역학(immunology) 관련 주제로서 그를 유능한 신생 면역학자로 인식시키게 했고, 최근 Science 에 발표한 세포-주기에 관한 논문으로 자신의 공식 커리에에 종지부를 맺었다. 세포-죽음(apoptosis)에 관한 이해의 폭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연구에 있어 가장 성공한 과학자를 꼽으라면 단연 라프 이나,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 즉 제자 및 후학들의 연구 경력이 제대로 잡혀 가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듯 하다.

Martin Raff has been at the cutting edge of research for his entire scientific career. As a novice he published a seminal immunology paper in Nature and has capped off this, his retirement year, with a leading cell-cycle paper in Science. Yet this consistently successful scientist, who is perhaps best known for advancing the field of apoptosis, reveals himself to be more concerned with other people's research careers. / Nature

* * *

관련기사) http://ohmynews.com/article_view.asp?menu=s10100&no=110058&rel%5Fno=2&back%5Furl=&titleLink=&article=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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