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탐이즈] KAIST체질개선 위해 700억 필요" - 러플린 KAIST 신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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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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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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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체질개선 위해 700억 필요"
러플린 KAIST 신임 총장         
               
        ▲ 러플린 KAIST 신임 총장  ⓒ       
“당장 KAIST엔 700억원, 한국과학 기술 발전에 7000억원이 필요하다."

지난 1일 KAIST의 신임 총장으로 선정된 러플린(Robert E. Raughlin) 스탠포드 교수는 KAIST는 물론 한국과학 전체의 체질개선 및 혁신 비용으로 이 금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러플린 교수의 KAIST총장 후보 응모이후, 침체된 한국과학계를 구해줄 '과학계의 히딩크'로 불려지며 불과 일주일만에 전언론의 집중 포화와 추측성 기사에 약간은 피곤해 하면서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그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 조목조목 응했다.

그는 “KAIST의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과학계 변화에 필요한 비용의 10% 즉 700억원 정도 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었다. 또 "한국과학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그의 10배의 비용(7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해 한국과학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졌으며 나름대로의 전략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또 총장으로 선임되었음에도 불구, 방한일과 취임일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는 '메추식 연봉협상' 혹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의 언론보도 상황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이 문제를 집고 넘어가겠다(This is a good opportunity to mention an important matter(annual salary conflict))”며 심중을 토로했다.

               
러플린 교수는 "연봉에 대해 협상중인 것은 사실이다. 과기부 관계자들이 내 연봉을 듣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They got pale when they heard it(my annual income).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연봉을 스탠포드 대학으로부터 받고 있다. 또한 과학계의 베스트셀러인 ‘The Elegant Universe”(브라이너 그린著)를 넘어설 저서의 집필을 거의 마친 단계다”라면서 경제적 면이 자신의 한국행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과학자가 순수하게 공적자금만으로 힘들게 연구에 몰두하는 시대는 지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그렇게 되면 학교의 사유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The problem I can see is to privatize the universities)"며 경제원리를 무시한 과학자에 대한 대우에 일침을 놓으며 “과학자 역시 시장수요(market demand)에 따라야 한다”며 시장수요의 확장이 곧 과학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러플린 교수는 취임후 구체적으로 실행할 항목에 대해 “가장 시급한 것은 KAIST교수들과의 일련의 면담을 통한 실질적 업무 파악”이라며 운을 뗀 후 “KAIST는 스탠포드와 같은 종합대학의 개념이 아니므로 모델로 삼는 곳은 MIT공대와 스위스의 ETH공대와 같은 전문공과대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KAIST의 전반적 상황을 알아야 하는게 필요하다"면서 "학교 예산구성과 쓰임새는 물론 학생들의 교내생활, 졸업후 취직동향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급선무다” 라고 자신의 포부를 피력했다.

또 “한국인들의 가장 큰 오해는 고교생들의 과학기피 현상이나 기초과학 투자에 대한 개념부족이 한국만의 고질적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있다”며 “이는 미국은 물론 소위 과학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독일, 일본 등서도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 이라 지적했다. 그는 "과학자가 업적(accomplishment)을 통해 경제적 부분과 연동될 때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결책도 제시했다.

               
덧붙여 'KAIST를 미국의 일류대학(Top-rated Universities)과 비교하면 몇점 정도 줄 수 있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나 자신도 한번도 일류였던 적이 없었다(I myself have never been to ‘top rated)” 고 겸손한 말로 답변을 이어갔다.
“교육기관과 학자는 업적과 성과물로 평가되어야지 명성에 기대어서는 발전이 없다. 다만 미국 대학원과 한국 대학원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재정지원에 있다고 생각한다(Those differences are mainly financial, in my view)”라며 재정지원이 곧 연구성과에 직결됨을 강조했다.

과학적인 사명과 임무를 떠나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러플린 교수는 “수 년전 부산에서 보았던 부산과학고 학생들의 드럼 콘서트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이 연주하는 드럼소리에서 얌전하기만 한 우등생들 속에 내재된 야성(wild)과 원시성(primal)을 느꼈다”면서 “단지 조용한 나라로만 생각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라고 말해 한국민 속에 내재된 이러한 포효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는 의견을 비쳤다. 또 "아마 아윈슈타인 교수 역시 한국의 일률적인 입시교육하에서는 그 싹을 피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면서 “So would I(나 역시 그랬을 것)"이라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는 '노벨상 수상의 스탠퍼드 물리학 교수'라는 거창한 타이틀 보다 '피아노 치는 과학대통령'의 이미지가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해주자 "어찌보면 그것은 과학이 그만큼 대중과 유리되어 고답적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며 "과학의 이종교배(bybridizing), 즉 과학과 문학의 접목등을 통해 과학은 대중의 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의미있는 답변을 피력했다.

러플린 교수는 “올바른 길을 찾도록(discover) 조력할 뿐, 그 후에는 사라져야 한다.(step out of the way)” 라며 자신의 한계와 역할을 전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 소요유 ()

      과기부 관료들이 과학자도 연봉이 비싸다는 것을 이번에 배웠겠군요.

  • 배성원 ()

      ^^... 미국에서만 비싸다는것으로 이해 할 겁니다.

  • -_-; ()

      얼마나 될까요? 100만불? 50만불? 예전에 어느 공대에 정교수 연봉이 1억2천정도 되는걸 본적이 있는데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40만불정도면 별 차이 없는거고 100만불은 넘겠죠?

  • 김선영 ()

      예전에 보잉사에서 전투기 만들던 프로젝트 팀장 연봉이 150만불까지 되는 것을 봤는데... 아무래도 100만불은 넘을것 같습니다... 거기에 인센티브도 있지 않을까요? 과기부 관료들이 깜짝 놀랬을거 같습니다.

  • 소요유 ()

      잘 지켜봅시다.

    관료주의 체재에서 연봉은 자리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따라서 신임총장이 요구한 연봉을 어떻게 주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째든 아마 카이스트 신임총장 연봉을 주는 문제는 국가축구대표 감독 연봉 주는 것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많은 규정 고쳐야 할 텐데 그 이전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겁니다.

    똑똑한 관료들이 편법이든 규정을 뜯어고치든 골머리 한번 썩이게 될 겁니다.  그래도 역시 관료주의에서 중요한 것이 '선례'입니다.

    어째든 어떤 식으로든지 변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연봉문제는 외국 저명 과학자를 총장으로 모신 첫번째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 같습니다. 

  • 정우성 ()

      히딩크, 코엘류 연봉은 높았는데, 그 뒤의 한국인 감독 연봉도 높았었나요. 조금은 높아질지 모르겠지요.
    혹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똑똑하고 뛰어나니까 많이 받아도 되고, 좀 떨어지는 내국인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건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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