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반도체 장비 생산 중소기업 방문기.. - 이민주

글쓴이
scieng
등록일
2004-12-30 16:55
조회
10,249회
추천
32건
댓글
5건
반도체 장비업체가 너무 많으니

어떤곳인지 짐작하기 힘들것이라.. 명예회손등은 안되리라 봅니다.



첫번째..  그 복잡하고 정밀하다는 기기를 만드는곳에  기술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기술은 단순 조립및 인티그레이션.. 밤셈기술이 대부분이더군요

물론 밤셈의 약효에 의하여.. 사물이 몽롱하게 보이고.. 머리 회전이 극히 빨라지는

이상징후에 의하여..기기 개발에 있어 갑자기 진전을 보일수도 있는 일이지만...


두번째...  회사의 사람들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단지..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배웠던것이 그들이 퇴사시 또는 정년 퇴임 할때까지.. 공부하는것의 거의 전부에 해당할

정도로..  대부분의 기술직 직원이고..회사에 기여한다는 직원일수록.. 그 회사를 떠나면

다른곳에 갈데가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경우가 많습니다.

공부예기를 꺼내니... 공부할시간에..매출 올릴수있는 조립을 해야 하지 공부는 왠말이냐~~

라고.. 마치 군대에서 공부하는놈한테 지랄 하듯이 합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리 공부를 싫어하는 나라가 되었을까요???

그런데..순위 갈르는 대입등의 공부는 엄청나게 힘들게 하지 않습니까?? 그 외의 공부는??? 이게뭡니까.




세번째... 위 첫번째와 두번째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새로운 기기 개발이나..

신개념의 장비 개발은 엄두도 못낼 뿐더러.. 뒤떨어진 기술을 가지고 작업하여..

작업 능률의 향상이 매우 더딜뿐더러..  과거의 툴과 개념을 가지고 작업하여..

조립및 생산이 번거롭고.. 제품의 품질또한 좋지 못하며 개발기간또한 길고 힘들며

업그레이드또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즉..  열심히 노력하기는 하지만... 그 노력이 헛된 노력을 많이 하고...

일년 내내 거의 밤 12시까지.. 근무하며 열심히 기계를 만들고 있지만.. 평생가야..

그것에서 발전이 없다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합니다.


게다가.. 직원들의 마인드도. 밤세면 된다 주의입니다.


사실상.. 그 회사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빼앗아 벌어먹고 사는 회사였으며..

세계적인 장비업체들과 겨룰만한 장비를 내놓기에는 매우 역부족으로..

그러하므로 만년 하청 단순 1-2개의 기계를 주문받아.. 번개 개발및 저가 납품으로 인하여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벤처기업의 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1) 제때 퇴근하고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하자... 특히 아침시간을 잘 활용하자.


2) 자기분야의 첨단 연구분야들을  줄기차게 공부하여.. 그 기술로 인하여 노동력과 연구시간을

    절감할수 있도록 자기 개발을 철저히 하자.  특히.회사에서도 그런 기회를 조성하고

    직원들에게 교육기회를 많이 주어야 합니다.


3) 일 잘하는 직원의 급여를 올려주고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자기들 일까지 많아진다고

  왕따 시키지 맙시다.  그래야 최소한 일하고 싶은 사람의 기를 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 잘한다고 너무 오버 로드 시키지 맙시다... 가다가 퍼집니다..

    주간에 열심히 일하고... 6시면 퇴근하여 휴식을 취한후 다음날 출근하면 맑은 정신으로

      개발이나 연구업무에 임할수 있도록 합시다.





 
 

 
 
이민주 (2004-03-27 00:31:49) 
 
그런데 가장큰 문제는 그러한 비 효율성을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암묵적인 합의 입니다. 효율성을 가지고 직원수를 줄일수 있게되면 가차없이 잘리는 현실을 경험한 많은 기술자나 근로자들은 비 효율적인 일들을 목격하고서도.. "저런일이라도 안하고 시간때우지 않으면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이 잘린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결국에는 회사의 발목을 잡고 물속으로 잠수합니다. 
 
 
 
이민주 (2004-03-27 00:34:43)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 잘되는꼴 남 쉬는꼴 남 편한꼴을 못봐준다는 것입니다. 자기책임량을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내로 원활히 처리하면 되는데... 불합리한 사회에서는 책임량의 대소를 합리적으로 정하지 못하고..눈치나.. 감시등에 의하여 정하기 때문에 일을 먼저 빨리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고..나중에 평가는 더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의 해결이 중요합니다. 업무량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수있는 능력의 상사를 만나는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방법이겠지요.. 대부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만.... 
 
 
 
공도리... (2004-03-27 00:56:36) 
 
이것은... 현대식 공산주의군요. 공정한 자유시장경제가 삐뚤어지면 사람들이 이렇게 망가지는군요. 이게 도대체 누구탓인지. 경영자가 젤 나쁜 놈이겠지만. 
 
 
 
이민주 (2004-03-27 01:26:36) 
 
우리나라 사회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나..회사 내부 돌아가는 것은 위와 같을것입니다. 또한 조그만 회사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어찌나 권위적인지..무슨 황제인것 같습니다...큰회사도 그런가요??? 모 한* 이라는 기업의 회식에 갔는데.. 글세..수십명의 직원들이 상사앞에 차레로 무릅꿇고 술잔을 들고 있는것을....위촉으로 있는 동기놈이 목격했는데..처음에는 사람들이 미친줄 알았다나요??? 그런 제왕적인 권력을 회사내에서 유지하는것을 좀 방지를 하고...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내문화 창달을 해야.. 회사에서의 기술개발이 좀더 잘될것 같습니다. 
 
 
 
샌달한짝 (2004-03-27 06:00:59) 
 
중소기업의 한계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기술력으로 승부할 필요가 없고 대기업에 대한 로비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대기업도 한회사에 납품하면 다른 대기업엔 납품도 못하기 때문에 국내 판로는 더 좁아지고 대기업 눈치를 안볼래야 안볼수가 없습니다. 
 
 
 
이민주 (2004-03-27 18:00:20) 
 
그런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한 우리나라에서 벤처라는데는 별 희망이 없는데군요... 
 
 
 
song (2004-03-29 11:46:25) 
 
중소나 벤처의 이런 상황에서 제일 한심한놈의 발언:

1. 요즘 젊은이들 열정이 없고 어려운일 하지 않으려 한다. 라고 말하는 일부 신문이나 기득권측의 발언 -> 자기 자식놈을 거기 한번 보내 보시지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no hope, no vision.. .. .. 젊음을 바칠 무언가가 아닌 성장과 발전을 거부하는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끼지요~
 
 
 
 
긍정이 (2004-04-08 20:17:18)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 몇년간 밥 벌어 먹다가 탈출(!)한 사람입니다. 반도체 장비는 그 이름이 좋아서 첨단으로 보이지 첨단이거 거의 없습니다. 프로세스 자체를 이미 선진국에서 셋팅하고 그거에 맞춰서 그냥 단순 기기의 조립을 할 뿐이며 그 초기 셋팅시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로 단가가 높기 때문에 먹고 살 따름입니다. 대부분이 진짜 첨단 장비의 경우에는 일본과 유럽에서 다 만듭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저가의 노동력을 죽어라 부려서 먹고 사는 회사의 집단체 일 따름입니다. 
 
 
 
익명좋아 (2004-04-19 09:08:54) 
 
5년뒤에는 관련업체의 또 많은 실직과 사오정들이 거리로 쏟아지겠군요.명약관화. 

  • 갱수 ()

      전적으로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왜냐?
    저두 그런데 있다가 도저희 못있겠어서 나왔꺼랑요

  • 바닐라아이스크림 ()

      ㅎㅎ 국내에서 만든다고 해도 핵심기술은 '일본인'들이 담당, 한국인들은 각종 노가다성 개발을 하지요.
    솔직히 회사에서 고급기술자를 키울 생각도 없고, 대기업에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는 '기계'가 대우 받습니다.
    A부터 Z까지 대기업과 관련된 기업들은 예외가 아닙니다.
    나쁜 시스템을 불평할 때마다 ㅅ모시기 회사는 빠지지 않는군요. - -;

  • KJS ()

      적극 공감합니다.

  • 심심 ()

      4년전에 제가 쓴 글이군요..아직도 있는것이 신기하기는 합니다.

    업체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있는 수준이지요

  • 희석 ()

      지금 막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지레 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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