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03.04.17/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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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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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해서 진부한 느낌마저 들지도 모르겠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대다수의 국가에서 과학기술을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삼고 있고 특히 인구에 비해 국토가 협소하고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향후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선택사양’이 아닌 ‘필수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잘 아는 새 정부 역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4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고 제2 과학기술입국의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조차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무엇인지, 또한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지표와 공감대가 아직껏 형성되지 못하고 적지 않게 표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과제의 명칭부터가 몇번씩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빚었는가하면 다른 주요 국정과제들과는 달리 유독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국정과제는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두지 않겠다고 최근 발표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과학기술자들만 잘 살자는 사회가 결코 아니며,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도리어 정부와 사회지도층을 비롯하여 우리사회 각계각층에 만연되어왔던 ‘과학 무시와 기술 천시’ 풍조를 극복하여 과학기술 마인드를 되찾고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만약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구현된다면 과학적인 방재시스템의 기초조차 갖추지 못했던 결과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대형사고들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된 과학기술 중심사회에서는 대기업들도 실질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풍토가 정착돼 경제발전과 고용증대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전문적 능력을 중시하는 과학기술 중심사회에서는 인맥과 접대문화가 실력보다 우선시되어 부정부패와 부조리로 이어지곤 했던 폐단도 줄어들 개연성이 충분하다. 즉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바로 실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건전한 사회이며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강조한 바 있는 ‘반칙과 특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 이토록 중차대한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추진위원회나 태스크포스를 두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대안으로 제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나 과학기술자문회의의 강화로는 도저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관급 위원들이 몇달에 한번씩 모여서 논의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업무 협의나 조정 수준이 아닌 실행력 있는 계획(action plan)들을 입안하고 추진하기란 극히 어려울 것이다. 과학기술자문회의 또한 원로급 과학기술자들이 자문하는 기구로서 국정과제의 힘있는 추진과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이공계 기피현상이 갈수록 깊어져서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탕발림과 미봉책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범정부적 추진위원회와 태스크포스가 더욱 절실히 요구됨을 잘 알 수 있다. 이 과업은 과학기술 관련 해당 부처뿐만 아니라 재계·법조계·의료계 등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교육부·국방부·국정원 등 이른바 ‘힘있는’ 부처들의 협력도 받아내야 하며 연구개발·교육·산업현장에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제2 과학기술입국’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한낱 구호에 그치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추진위원회와 태스크포스의 발족을 서둘러야 한다.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공동대표,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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