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암흑기 / "삼성전자 10년뒤에도 살아남을지 의문" [03.02.02/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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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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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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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술전사들의 격정 토로
"원천기술 개발보다 베끼기 급급…기술자 설 자리 없어"

지난달 27일부터 조선일보에 '이대로 가면 신기술 암흑기 온다' 시리즈 기사가 나가자 현장에 있는 과학기술인들의 실태 제보와 대안 제시 의견이 온·오프라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조선일보는 맹성렬(40) 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허진석(39) 변리사, 박상욱(32) 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홍현민(27) KAIST 대학원 학생회 회장(석사과정)과 익명을 요청한 삼성전자 연구원(30대 중반) 등 젊은 과학기술인 5명을 초청, 그들이 느끼는 고충과 울분, 이를 해소할 대책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조선일보사 회의실에서 시작된 그들의 ‘격정 토로’는 인근 포장마차로 이어지며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 슬픈 현실 '이공계 디스카운트'

= 한국 과학기술계의 위기는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제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처럼 우리들 사이에선 '이공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과학기술 고급 두뇌들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은행 직원들보다 보수가 낮은 게 현실이다.

= 남보다 공부를 더 오래 했으니 더 대접해 달라는 말이 아니다. 창출한 부가가치만큼이라도 정당하게 대우해 달란 이야기다. 과연 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

= 물리학과 동기 중에 아주 뛰어난 애가 있었다. 대기업 연구원 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사표를 내고 학력고사를 다시 봐서 의대로 들어갔다. 입시 면접 때 면접관 중 한 사람이 물리학과 스승이었다고 한다. 그 교수님이 허탈한 나머지 "학력고사에서 물리는 다 맞았니?"라고만 묻더란다.

= 요즘 학생들은 영악하다. 진로를 선택할 때 확률을 따진다. 1만분의 1의 백만장자 가능성보다 의대 가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10분의 1의 확률을 선택한다. 아무리 빌 게이츠나 엔씨소프트 대표를 보고 꿈을 키우라고 해도 절대 그리로 안 간다. 과학자나 엔지니어로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기술보국(技術報國)'과 같은 사명감이나 애국심을 강요해서 통할 시대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홈페이지에 한 회원이 '우리에게 전사(戰士)가 되기를 강요하지 말라. 우리도 평범한 가장이고 싶다'고 글을 올렸더라.

=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라고 하자. 그런데 왜 보급은 제대로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상대방은 최첨단 무기로 덤비는데, 우리는 M1 소총 한 자루 덜렁 들고 나선 꼴이다.


◆ 한국 기업은 진정 일류를 원하나

= 아직 대부분의 우리 기업은 신기술 개발보다 '베껴서 만들자'는 식이다. 고급인력에 목말라 한다지만 정작 고급인력을 활용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도전 의지는 없다.

= 몇 년 전 국내 5위 안에 드는 그룹의 중앙연구소에서 석사로 학력을 위조하고 입사한 공고 출신 연구원이 ‘특허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특허의 질보다 양을 따지니까 가능했다.

=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지만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살아남아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보유한 핵심 기술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CEO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SONY보다 수익을 많이 올린다고 하지만 보유 기술을 비교하면 초라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닥치면 강력한 기술을 가진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 외국의 연구소를 보면 머리 희끗한 연구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소는 새치라면 몰라도 백발의 연구원은 거의 없다.

= 싼 인건비로 위험 부담 없는 단순 기술만 연구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사온 기술을 이용, 빨리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려면 구태여 경험 많고 비싼 인력을 쓸 이유가 없다.

= 원천기술에 도전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수명도 짧다. 원천기술을 연구하려면 뛰어난 실력과 경험이 오래된 진정한 마스터(Master)가 필요하다.


◆ 대학은 과학기술 인재의 블랙홀

= 정부 출연연구소는 훨씬 더 한심하다. 사실 기업이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출연연구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장관 임기 1~2년에 맞춰 단기 실적 위주로 나간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더 심해져 정부출연연구소는 설립 취지와는 전혀 안 맞는 '죽도 밥도 아닌' 기관이 됐다.

= 정부출연연구소가 지금처럼 정부 부처에 휘둘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기관 고유 사업비를 대폭 늘리고, 과학기술인이 주축이 된 전문 에이전시를 설립해 특성에 맞는 기획과 평가를 해야 한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문제, 이공계 문제의 절반은 대학 교수들에게 책임이 있다.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실력 있는 인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본인들은 열심히 연구했다고 강변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학생보다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었다.

= 우리나라 박사급 연구인력의 72%가 대학에 집중돼 있다. 대학이 '과학기술 인재의 블랙홀'이다.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방통행만 있지, 반대의 흐름은 없다. 정년 보장 등 교수가 누리는 혜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잘 되는 학교와 학과, 잘 가르치는 교수는 팍팍 지원하되, 그렇지 못하면 도태시켜야 한다.

= 과학기술인 본연의 일은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처럼 과학기술인이 철저하게 배제된 예는 드물 것이다.

= 정치권에도 과학기술인의 자리는 없다.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73명 중 여성, 청년, 장애인 대표는 있지만 과학기술계 대표는 단 한 명도 없다.

= 현실 참여를 외면해 온 과학기술계 내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남에게 해결을 부탁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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