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의 당위성 [04.08.14/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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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8-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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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의 당위성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방안’을 의결한 지 꼭 1년만이다. 그동안 정부 관련 부처나 각계에서 후속 대책과 세부 추진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듯하나, 아직 본 궤도에는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방안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반발도 그간 적지 않았다.

21세기 과학기술과 지식기반 산업사회를 맞이하여, 정부 행정과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과학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 중요성이 점증하고 있다는 데에는 크게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의 시스템에서는 통계학 박사 학위를 지닌 전문성에다 탁월한 행정 능력까지 갖춘 인재일지라도 기술고시 출신이면 직군·직렬의 벽에 가로막혀 통계청장 등의 고위 ‘행정직’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반면, 무학력일지라도 행정직으로 채용되면 원칙적으로는 거의 모든 직위로 승진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별히 학력을 중시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좀 극단적인 예일지도 모르지만, 예전의 제도가 잘못 돼도 너무 잘못돼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 확대는 이공계인들을 특별히 ‘우대’하기 위한 방안이 결코 아니다. 도리어 그간 이공계 공직자들에게 채워져 왔던 온갖 족쇄와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룰을 제공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과 관련하여, 2008년까지 정부 전체 4급 이상 기술직의 비율이 몇 퍼센트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수치적인 목표도 물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과 질적인 측면도 함께 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고위직으로 갈수록 이공계 공직자의 비율이 턱없이 낮은 것도 큰 문제지만, 비교적 높은 직급이라 할지라도 시쳇말로 ‘힘 없는’ 외청에 대다수가 몰려 있고 정부 정책과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려면,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 등 업무 성격이 이공계와 관련이 깊은 부처들의 인사·예산·기획·정책 등의 직위에 이공계 공직자가 다수 진출하고, 또한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행정자치부 등 행정직의 독무대로만 여겨졌던 부처에도 이공계 출신들이 골고루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최근 중앙인사위에서는 이공계 출신의 박사 학위나 기술사 자격증 소지자 등 우수 과학기술 전문인력 50여명을 특별 채용하여 각 부처에 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일부 행정학자들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주요 행정은 행정학 전공자나 인문사회계 출신이 담당해야 한다’는 식의 지극히 교조적이고 전근대적인 인식을 떨치지 못한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공학 용어를 빌려 말한다면, 학문 영역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이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그것을 기반으로 행정·경영 등의 다른 분야에 접근하기는 쉬워도, 그 역방향 즉 행정·경영·법학 등 인문사회계 학문을 전공한 사람이 나중에 이공계 학문을 이해하고 과학기술적 배경을 갖추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며 국내외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는 단순한 ‘직역이기주의’ 차원에서 볼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보다 대승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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