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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획일성 : 지나친 정부 주도에 따른 다양성의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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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zart 작성일2009-01-0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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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개나 소나 똑같은 걸 하고 있으니, 작은 시장에서 서로 치고 받고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외국과 경쟁하려 해도, Complete한 솔루션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현재 한국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여러가지 이유 (국민성이라든지)가 있겠지만, 저는 한국의 IT분야가 기형적으로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력한 정부 주도형 IT 산업 진행 정책로 꼽습니다.

뭐 이런식이죠.
우선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띄울 만한 아이템들을 찾습니다. 그리고 특정 분야를 진흥하겠다는 미명하에 공무원이 정해놓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사업이나 과제를 하는 경우에 대해 집중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합니다.

제가 아는 국책 연구소에 계신 분 있는데요, 시도 때도 없이 대신 숙제해달라고 공무원들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내일 누구에게 보고 해야되니, 그 전까지 자료 만들어주고, 자기한테 몇 시까지 와서 내가 설명할 수 있도록 설명해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얻은 앝은 지식으로 과제들을 기획하니 제대로 된 진흥이 될리가 없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하나의 기술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솔루션을 갖추어야 하는데, 정부 진흥 과제에 들어있지 않은 분야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거죠. 이에 대한 효과는 이 분야가 실용화 될 때 쯤 나타납니다. 이미 세상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몇 년 전 UWB라는 통신방식이 한창 뜰 때,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상용화를 지원했습니다. 벤쳐들도 많이 생겼구요, 학교에 과제도 넘처났죠.
그런데 몇 년 후 상용화가 되어야 할 시점에서 보니, 한국에서는 전부 UWB PHY만 하고 있던 겁니다. 통신 제품이 상품이 되려면, PHY만 갖곤 안되거든요. MAC도 있어야 하고, RF front-end, Antenna Solution, Software등이 뒷받침 되어야 했는데, 다들 똑같은 일만 하고 있었던거에요. (물론 세계적으로도 UWB 상업화 전망 자체가 불투명 하니까, 그냥 예로 든 겁니다.) 

미국의 산업 발전 (특히 High Tech 분야) 은 다양성을 원동력으로 합니다. 저는 "다양성"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노력으로 정의합니다. 미국에서는 철저한 민간 주도형으로 산업이 발전되구요, 정부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지켜지는지 여부만을 철저히 감시합니다.

에너지 분야를 예를 들어보죠.

Company A 가 Solar Cell을 만들어 팔려고 합니다. 그러면 Company B는 풍력이라는 방식으로 승부하구요. 만약 C라는 회사가 Solar Cell을 만들어 팔겠다고 하면, A 와 경쟁하게 되므로, 성공할 확률이 자연히 줄어듭니다. 따라서 C는 살아남아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A와 다른 방식의 Solar Cell아이디어를 찾아 내야 합니다. 돈을 쥐고 있는 VC들이 집요하게 몰아부치거든요. 네가 남들과 다른 점, 그래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구요.

한편 Company D는 Company A 또는  Company B가 성공적으로 솔루션을 낼 경우 소비자가 필요하게 되는 것 (충전기라든지) 을 공급하겠다고 나섭니다. 이런 식으로 수백개의 회사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영역에서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죠. 몇 년 후에, 적어도 백개 중에 하나의 회사는 성공을 하게 되고, 그 회사는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겁니다.

이런 회사의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동일한 비젼을 추구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땀흘렸던 수많은 회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구글이 있었다는 겁니다.

댓글 12

아나로그의추억님의 댓글

아나로그의추억

  좋은 글입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avaritia님의 댓글

avaritia

  어째서 '아나로그의 추억'님에게서 '과학사랑'님의 향기가...

날자날자님의 댓글

날자날자

  저 물로 물리는 다양성에 저도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요즘 bozart님 때문에 itouch나 iphone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STUFF 잡지나 미국 mall에서 보면 미니기기 콤포넌트들이 죄다
ipod나 itouch에 도킹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그때 느낀것이.. "유사품을 만들어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닌 응용제품으로 승부를 걸어 또다른 이익을 창출하는구나"라고 느꼈죠.

아니 거의 대부분 그런 제품들만 나오더군요.

한국의 예에서는 mp3가 장사가되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죄다 비슷한 제품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 크레들 도킹에

푸른등선님의 댓글

푸른등선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돈이 어디로 쓰이냐의 문제라는 거로 이해가 되는데요. 한국에서는 정부주도로 돈을 돌리는 것이고 미국은 VC가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돈을 돌린다는 것인데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한국에는 제대로 된 민간 VC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건가요?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술 개발에 투자할 VC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정부에서 이 경향을 주도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할지요.... 그럼 이 문제는 어떤식으로 풀어야 하는 건가요? 정부에서 어디에 돈을 집중하건 말건 기업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기술개발을 해야한다는 의미라면 결국 '기업가 정신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봐야할지요...(정부탓? 기업탓? 쌤쌤??)

아나로그의추억님의 댓글

아나로그의추억

  미국에서는 다양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그 반대입니다.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

미국이 나쁜 점은 뭘까요? 미국 대학도 특허를 중시합니다. 단연히 실용주의 학문이 판을 치죠. 대학이 지식보다 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대학이 장사해서 남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특허를 판 수입보다 비용이 더 발생합니다. 미국 대학의 전체 평균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관심 있는 분은 'Innovation Gap'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Innovation Nation'을 2번 읽었습니다.

번역된 책 중에는 '포스트컴퓨터 포스트아메리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나로그의추억님의 댓글

아나로그의추억

  외국인 중에 우리나라 IT에 정통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쓴 글을 2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the cost of monoculture'는 우리나라의 아픈 곳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 사람입니다.

<a href=http://blog.mozilla.com/gen/2007/02/27/the-cost-of-monoculture/ target=_blank>http://blog.mozilla.com/gen/2007/02/27/the-cost-of-monoculture/</a>

반면에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시스템을 극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 href=http://www.koreainformationsociety.com/ target=_blank>http://www.koreainformationsociety.com/</a>

미래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들 자신일 수 밖에 없습니다.

깊이 있는 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을 찾아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돌아온백수님의 댓글

돌아온백수

  미국 정부도 돈이 한쪽으로 몰리는 거 싫어합니다. 그래서, 변방의 떨거지들도 먹고 살 수 있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들은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기를 쓰게 되고요. 정부는 뜨는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면, 그때 부터는 돈을 안주려고 해요.

준형님의 댓글

준형

  그런데, 이 다양성의 결여는 정부 주도에 연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서시님의 댓글

서시

  그런 숙제 많이 해봐서 아는데 늘 던지는 소리는 이겁니다.

"아... 그렇게 복잡한거 말고 좀 [대충] 쉽게 간단히 얘기해줘요. 이게 된다는 거요 만다는거요?" 써글... 그건 니가 판단해야지 난 기술평가만 해주면 되는건데 말야라고 생각하다... 두리뭉실 적어서 너도 공부좀 해라 하고 던져줘 버렸습니다.

괴로와하더니 또 전화와서 괴롭히고 또 괴롭히고...

정말 행정고시와 기술고시는 없어져야 할 종목이에요.

물론 말단부터 올라간 인간들은 더 합니다. 아예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요령피울 궁리만 하거든요.

어떤때는 정부 연구직들과 국책연구소 피빨아먹고 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위 입만 살아있는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진짜 전문가는 결정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되어 있어요.

돌아온백수님의 댓글

돌아온백수

  전문가 대접 못받는 문제는 자주 얘기 되는 건데,
들통이 안나는 이유가 뭘까요?

물론, 대통령 부터 뻥쳐서 되는 기적을 보여주는 문화는 인지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공부안하면, 못 버티는 자리도 많을 것 같은데.....

미국에도 멍청한 관리자들 있습니다. 차이는 못 버티는 겁니다. 책임과 권한이 비교적 잘 나누어져 있다 보니까, 삽질이다 싶으면, 다들 발을 빼버려요. 물귀신 작전이 잘 안통하죠.

한국은 공부안해도 살아남는 이유만 밝히면, 많이 고칠 수 있으리라 보이는데, 이유가 뭘까요?

서시님의 댓글

서시

  들통이 안나는게 아니라 너무 만연해서 당연시 하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예진아씨님의 댓글

예진아씨

  한국에선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말이 모든 분야에서 먹히는 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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