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엑소더스...

글쓴이
Denzel
등록일
2003-07-13 01:29
조회
5,0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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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건
댓글
20건
오늘 오랜만에 모대학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로 있는 자형(사촌누나 남편)을 만났는데요...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금년에 전국적으로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가 17명이라고 합니다...
요즘 1년에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전국적으로 40명정도라고 하는군요... (전세버스 한 대도 다 못채운다는 말입니다...)

똑같이 2,3년차 되도 누구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고, 누구는 밤 새도록 차트정리하면서 한달에 두번 집에 들어가고....
똑같이 가운입고 일해도, 누구는 멱살잡이 당하고 얻어맞기까지 하고 누구는 사람들이 굽실대고...

요즘 인턴들 분위기가 '차라리 군대를 가거나 재수를 하면 했지, 절대로 흉부외과는 안간다.'라고 합니다... 지금 저희 사촌누나 엄청 속상해 합니다... 어떻게 안되느냐고... (사촌누나가 서른 둘인데, 혼자서 애 키우기 싫다고 아직 애도 없습니다.) 국가차원에서 어떻게 하지 않고서는 이제부터 (비교적) 간단한 흉부외과 수술도 다 일본이나 중국가서 하게 생겼습니다... 그때가서 돈 들여서 한다고 치더라도... 수술시기 놓쳐서 어쩌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흉부외과 환자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저는 결코 의사 사회 구성원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과던 중요하지요... 흉부외과던, 안과던, 내과던... 글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을 뭐라고 할수는 없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도 '몸 힘든건 하기 싫다'라는걸 보니깐 많이 씁쓸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국가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도 보험공단하고 수가 조정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료계 내에서 보더라도, 결국 한정된 파이에서 힘든 과 쪽으로 돈을 몰아주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럴경우에는 다른 과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 거기다가, 그쪽 교수들도 제자/후배들 챙기지 않는 것은 이공계 교수들하고 별 차이가 없더구만요... 쩝...

사회 전반이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암울한 징조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같습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 키플레이어 ()

      의사...존경받아야 될 직업입니다. 어떤 직업보다 윤리관이 요구되고 철저한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욕을 하는 겁니다. 소명의식을 갖고 수술실과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의사'들에게는 존경을 갖습니다. 그러나 성형의,피부과, 또 한의사,치과의사 이런 놈들은 돈이 인생의 제1가치관이겠지요.

  • Simon ()

      전국에 의대가 몇 개인데...40명은 정말 심하군요.

  • 구두운 ()

      미국처럼 되야죠, 힘들고 정말 중요한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가 존경받는 의학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욕먹을 짓도 많이 하지만 미국 사회내부를 보면 우리가 아직 배워야 것들이 많습니다.좋은 것은 받아들어야죠

  • 공도리... ()

      보건복지부 이놈들은 국민세금 받으면서 뭔 일을 하고 있는지.

  • MacGyver ()

      자기주머니에 넣잖아여. 그거 안걸리게 할라믄 얼마나 힘든일인데여. ㅋㅋㅋ

  • what? ()

      키플레이어님말에 동감 100표

  • 배성원 ()

      성형외과에만 몰린다고 그들을 욕하면 안됩니다. 비난을 들어야 할 대상은 의대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렇게 몰리도록 하고도 죄의식을 못느끼는 정부당국이어야 합니다. 실력대로 의대가서 실력대로 미래를 보장받고자 하는데 누가 욕을 할 수 있습니까? '판'을 짜 놓는 인간들이 대가리가 띨띨하거나 게을러서 이모양 이꼴인 것이지... 이공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가봐야 고생할거 뻔한데 기업이 원하고 국가가 원한다고 이공계 가겠습니까? 인지상정입니다. 정부당국이 그래도 개선의 여지를 못 느끼면 할 수 없죠. 아프면 죽는수밖에.

  • 전문 ()

      네, 수요공급원칙에 따르면, 흉부외과 의사들이 돈 억수로 버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군요...

  • Dizzy ()

      흉부외과는 지금 체재에서는 전국에 딱 1명만 있어도 돈을 못법니다. 수가 적어서 돈많이 벌고, 수가 많아서 돈못벌고..그런 시스템이 아닙니다. 님들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내과와, 파리날리다가 하루에 사람 5-6명 오는 피부과와..어디가 많이 벌것 같습니까? 피부과가 훨씬 더 잘법니다. 흉부외과? 기본적으로 수가가 너무 낮게 매겨져 있어 어차피 수술해봐야 얼마 도지도 않지만..더 큰문제는 그 수술한번 하는데 드는 장비와 인력들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몇억짜리 체외순환기에다가 전문 체외순환사. 간호사 2명에 보조 스텝 2명..거기다 일단 open heart 할때 쓰는 자질구레한 1회용품부터가 전부 비쌉니다. 거기다 이런 수술은 워낙 큰 수술이라 한번 하는데 반나절은 족히 잡아먹습니다. 거기다 한번 하고나면

  • Dizzy ()

      온몸이 녹초가 되기때문에 어차피 하루에 몇번 수술하기도 힘들어요.(기흉같은거라면...여러번 할수도 있겠지만) 인턴들이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정말 비젼이 없기때문입니다. 힘들여 고급기술을 익혀봤자 그 기술을 쓸데가 없어요. 어느 병원이미쳤다고 하루 10만원 벌려고 수억짜리 장비들을 구입한답니까? 전국적으로 제대로 심장 열수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병원도 일단 많지 않습니다. 전문의되어봤자 갈데가 없습니다. 결국 동네에 개원해서 "00의원"이라는 이름걸고 감기환자나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안갑니다.

  • Dizzy ()

      반대로 역시 빡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신경외과의 경우를 보지요. 여기도 흉부외과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곳입니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미달도 안납니다. 이유? 여긴 비젼이 있거든요. 수가가 높게 매겨져 있는 수술이 제법있고, TA(교통사고)가 워낙 많아 수요도 많습니다. 전문의따면 흡수해줄수 있는 병원이 많아요. 거기다 월급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미달은 안나지요.(그렇다고 인기있는 과는 아닙니다. 워낙 힘들어서리..아마 가장 사람많이 죽어나가는 과, 환자들에게 가장 멱살잡히고 두들겨 맞게되는 과를 꼽으라면 무조곤 신경외과죠 1년차때 가장 도망많이 가는 과도 신경외과고.) 이번에 또 정부에서 포괄수과제니 어쩌니 해서 질병당 가격을 매겨놓았더군요.

  • Dizzy ()

      이를테면 "맹장염"이다..그러면 어떤 처치를 하건, 중간에 어떤 돌발이 생기건.."무조건 10만원" 아마 이런 시스템일듯 합니다. 10초만 생각해봐도 의료질의 저하는 당연한겁니다. 어차피 수가는 정해져있으니 병원에선 돈아낄려고 하니 환자에게 뭐하나 더하려고 하겠습니까? 결국 메이저과만 한번 더 죽이는 겁니다. 의사중의 의사는 뭐니뭐니 해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인데..이런 과들은 이미 정부차원에서 죽이기에 압장서고 있는지라, 비인기과로 급락한지가 이미 엣날이죠. 특히 이번 포괄수가제 얼핏 봐보니, 일반외과는 정말 비젼없어게 생겼더군요. 결국 안과나 피부과같은 덜중요하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 않는 마이너과 인기만 더 오를겁니다. 고생하고 공부많이 해야하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가난한 의사와

  • Dizzy ()

      편하고, 공부량 적고, 사람의 생명과는 아무관계 없는 부유한 의사..갈수록 사회가 거꾸로 가는것 같네요. 그런데 웃긴건 한겨레나 오마이같은데서 의사를 욕하면 욕할수록 그 피해는 고생하는 메이저과 의사한테 돌아간다는 거에요. "욕"까지 뽀나스로 주어지요...병원에서 의사들의 쌀쌀한 태도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대체로 보면 "장사꾼"의사들이 친절하고 "진짜"의사들은 무뚝뚝하고 냉정하죠. 이유는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환자들의 고통에 일일히 정서적으로 반응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그 트라우마를 견딜수가 없게되거든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지겠죠. 결국 환자의 고통에 심리적인 거리감을 두게되는데, 이게 환자들에겐 또 불쾌한 경험이 되죠. 결국 메이저과 의사들의 숙명인것 같아요. 욕먹는건...

  • Dizzy ()

      아...말이 참 길어져버렸는데...정리하자면 흉부외과는 수가자체가 조정되지 않는 이상 비젼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선 이런 과에 대해 수가인상해줄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꼭 확인해봐야할 필요가 있어 CT를 찍어도, 만약 이상이 없다면 삭감을 시키는데 수가를 올려줄까요? 택도 없습니다. (근데 의사가 점장이입니까? 병변이 확실히 발견될줄 알고 찍는답니까? 결국 CT를 찍지말라는 애기죠.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진료와 의료가 가능할거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개판입니다...근데 그 잘난 "민중을 생각하는" 진보쪽 언론은 이런 의료시스템의 모순에 대해 단~한~번도 분석 기사를 내보낸적이 없죠. 그냥 의사만 두들기면 모든게 해결되는거라고 착각하고 있던데...아..쓰다보니 열받네. 저는 이만

  • Dizzy ()

      좀 횡설수설했어도 이해해 주시길.

  • 전문 ()

      네,  더운데 열받으실 필요는 없구요.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공계에 대해서도 수요공급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 다른 시각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짜피 각 개인이야, 나무만 보지 숲을 보기가 힘드니까요.  자유 경쟁의 원리를 추구하면, 결국 기피 업종은 생기게 마련이고, 전반적으로는 기피업종의 사람들이 돈을 벌 확률은 높아지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고통이야,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 배성원 ()

      디지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한국의료의 앞날이 걱정이 됩니다. 문제점도 잘 설명해 주셨고요..가만히 보니 의료계 내에도 마이너-메이저간 상당한 골이 있는것 같군요. 그런데 이런 실상을 보복부가 몰라서 계속 이 방향으로 가는 겁니까? 아님 알고도 '국민 다 죽어라'는 사명감으로 그러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호소해서 의료현실을 바로잡기에는 그동안 의협이 해온 업적이 국민들에게 그리 감동을 주지 못한것 같습니다. 여기 회원들이야 그동안 많이 읽고 접해서 메이저-마이너 구분 정도는 됩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그 사람들은 그런거 전혀모르죠. 다 그냥 의사입니다. 결국 의협도 용빼는 재주가 없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호소해서 여론을 이끌고 그 힘으로 의료현실을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 배성원 ()

      그러나 그 호소의 과정에서 의료현실의 개선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기득권 밥그릇의 더 불리고 감싸는데 열심인 것으로 비추어 졌습니다. 언론의 음모다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실제로 일부 의료인들이 엄청난 득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의사 저의사 구분이 안되는 사람들은 '의사'를 욕을 합니다. 무슨 과 의사, 이과 저과 의사라고 콕 찍고 구분할 수도 없구요. 그냥 의사욕을 하는거죠. 그럴때 실상을 아는 의사들이 양심에 비추어 '이런것이다'라고 이야기해도 도매급으로 다 한통속이다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그도 쉬운일이 아니게 되 버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의협의 메이저 의사들은 지금이라도 사이엔지같은 단체를 만들어 국민 계몽에 나서야 겠습니다. 실상을 알리고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 와중에 약간

  • 배성원 ()

      손해를 보더라도 진료자체의 개선을 위해 조금씩 희생해 보십시오. 아니, 희생하는 척이라도 해 보십시오. 그래야 국민들이 관심이라도 가져 줄겁니다. 힘없는 이공계인들 모임에도 많은 관심이 답지하는데 하물며 의사들의 모임이겠습니까?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또다시 '수가인상'이란 말만 들어도 이과 저과 안가리고 의사들한테 진저리를 치고 등을 돌릴겁니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알리기 위해서,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개선'도 하고 '수가'도 같이 손보자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수는 없습니다. 기회가 몇번 남지 않았을 겁니다. 우매한 국민들이 제 죽을줄 모르고 의사를 욕한다 하지마시고 '의사'의 본분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 긍정이 ()

      위에 어떤분께서 '성형의,피부과, 또 한의사,치과의사 이런 놈들은 돈이 인생의 제1가치관이겠지요'라고 말씀 하셨는데 전부를 매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와 친한 친구들이 말씀하신 의사직종에 거의 다 있는데 수년간 주말을 반납하고 가난한 사람들 진료하러 다닙니다. 님께서는 수년간 주말에 전혀 놀지 않고 남들을 위해 봉사하신적 있스십니까? 획일화된 비판은 좋지 않을 뿐더러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과연 그럴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야 하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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