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사비 10%상납은 서울市 공식”; 진짠가요?
- 글쓴이
- 김덕양
- 등록일
- 2004-01-0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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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면 꽤 많은 돈인데....쩝. 매출의 10%가 상납에 들어가 버리면 훌륭한 인력을 뽑거나 연구개발할려는 꿈은 꿔보지도 못하겠군요.
출처: 문화일보
링크: http://www.munhwa.com/politics/200401/05/2004010501010130008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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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0%상납은 서울市 공식”
나의 고백 - 서울시 기술직 구청 공무원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문화일보는 ‘가자, 부패없는 사회로’기획의 일환으로 ‘나의 고백’을 게재합니다. 스스로 부패구조 속에 빠져 있지만 이를 반성하고 깨끗한 길을 걷고자 하는 중·하위직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등이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고쳐나갈 것’을 밝히는 ‘나의 고백’ 시리즈가 한국사회 부패 중심에 있는 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매서운 화살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고백하는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명으로 싣는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계장-국장 핀잔... 캠코더 선물받고 결재
저는 199×년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을 담았습니다. 현재는 모 구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록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했지만 나름대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양심에 거리낌없이 일하고자 다짐하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은 발령을 받고 채 몇달이 가기 전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맨 처음 제가 맡은 일은 1억원 정도의 음향공사를 설계하고 발주하는 일이었습니다. 업자에게 식사 한 끼 얻어먹지 않고 양심에 따라 감독하고 공사를 마친 뒤 상사의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담당 계장부터 국장까지 공사현장에 와서 공사가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 장비는 제대로 들어왔는지 한번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결재를 해주지 않더군요. 두번, 세번, 계속 결재를 올렸지만 공사완료 준공서류에 서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담당 계장이 조용히 부르더니 “정말 답답하네. 그래 가지고 어떻게 공직생활 하려고 해” 하면서 핀잔을 주더군요. 그러면서 “결재를 받으려면 뭘 가지고 와야 할 것 아니냐”고 충고하더군요.
“뭘 가지고 와요?”
“이 답답한 사람 봤나. 서울시 공식이 최소한 10%야. 1억원이면 1000만원. 알아?”
힘이 쫙 빠져버렸습니다. 그랬구나. 문제는 그거였습니다. 공사를 아무리 완벽하게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다음날 담당 계장한테 찾아가서 “그럼 업자한테 미니 카세트 몇개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하니 “이 사람아 지금 미니 카세트 없는 집이 어디 있어”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그럼 뭘 할까요?”
“최소한 캠코더 정도는 돼야 결재가 날까 말까 하는 마당에…. 웃기네, 정말”이라며 핀잔을 주더군요.
그렇지만 차마 양심이 허락지 않아 업자에게 연락을 못하고 며칠을 더 버텨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담당서무가 직접 업자와 상대했는지 일제 소니 캠코더 4대를 가지고 와서 서무, 계장, 국장이 하나씩 나눠 가지더군요. 그리고 저에게도 선심쓰듯 하나 건네주어 마지못해 받았습니다. 아니 당시 집 애들에게 주겠다는 짧은 생각에 감사하게 받았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런 뒤 1억원짜리 음향공사는 현장에 누구 하나 와서 확인하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준공검사가 떨어졌고 대금지불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하긴 행정직인 결재라인이 현장에 와서 확인해봤자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 세운상가의 전파상이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왜 비디오카메라 대금 결제 안 해주는 거요?”
“무슨 비디오카메라요?”
“○○전자에서 당신 이름으로 비디오카메라 4대를 가지고 갔는데, 지금 몇 달째인데 돈을 안주냐고요?”
기가 찼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음향공사를 한 업자가 우선 준공계를 받고 대금을 수령하려고 술수를 쓴 것입니다. 사정을 훤히 아는 업자는 제 이름을 달고 외상으로 비디오카메라를 사 가지고 와서 상납을 한 것입니다. 업자에게 코를 잘못 꿰면 패가망신한다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요.
국장은 이미 정년퇴직했고, 담당 서무는 시청으로 발령받아 가고, 담당 계장은 진급해서 동장으로 나가 남아 있는 사람은 저 혼자였으니 제가 다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한 업체는 부도가 나서 다른 이름으로 업체등록을 하고 있었고요. 전 억울하지만 큰 문제가 될까봐, 비디오카메라 4대 값을 신용카드로 할부결제해줘야 했습니다. 공무원 초짜였던 저는 부패한 상사들과 노회한 업자의 농간에 그저 당하기만 한 겁니다.
국민의정부 초기 김대중 대통령은 6급 주사들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참으로 정확한 진단이었습니다. 공직사회의 중간 허리역할을 해야 할 행정직 주사, 군인 하사관 또는 중급장교, 경찰에서는 부파출소장 등이 너무 무사안일하고 썩었다고 예리하게 꼬집었지요.
그 처방으로 6급 주사의 계장이란 직급명칭을 팀장으로 바꾸었죠. 그리고 실무책임자로 업무를 하도록 제도개혁을 했지요. 파출소에는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습니다. 하사관의 복지는 향상시켜주었지요.
하지만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단지 계장에서 팀장으로 명칭만 바뀌었지 그들의 업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열어놓고 오락이나 하고 고스톱 게임이나 하면서 하루를 소일하고 있지요. 관공서 사무실에 살며시 한 번 들러보십시오. 인터넷 오락, 고스톱, 주식투자, 로또복권 표시하기. 참으로 가관인 모습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간에서의 상납책임자 역할만은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급공사의 상납뇌물이 공사대금의 10%라는 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고, 부서 회식을 하면서 카드결제를 두 세 배로 해서 현금을 챙겨먹는 것도 여전합니다. 정치권도 바뀌는 마당인데, 도대체 공무원 사회는 언제나 변할는지요.
정리〓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
출처: 문화일보
링크: http://www.munhwa.com/politics/200401/05/2004010501010130008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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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0%상납은 서울市 공식”
나의 고백 - 서울시 기술직 구청 공무원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문화일보는 ‘가자, 부패없는 사회로’기획의 일환으로 ‘나의 고백’을 게재합니다. 스스로 부패구조 속에 빠져 있지만 이를 반성하고 깨끗한 길을 걷고자 하는 중·하위직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등이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고쳐나갈 것’을 밝히는 ‘나의 고백’ 시리즈가 한국사회 부패 중심에 있는 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매서운 화살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고백하는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명으로 싣는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계장-국장 핀잔... 캠코더 선물받고 결재
저는 199×년 서울시 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을 담았습니다. 현재는 모 구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록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했지만 나름대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양심에 거리낌없이 일하고자 다짐하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은 발령을 받고 채 몇달이 가기 전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맨 처음 제가 맡은 일은 1억원 정도의 음향공사를 설계하고 발주하는 일이었습니다. 업자에게 식사 한 끼 얻어먹지 않고 양심에 따라 감독하고 공사를 마친 뒤 상사의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담당 계장부터 국장까지 공사현장에 와서 공사가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 장비는 제대로 들어왔는지 한번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결재를 해주지 않더군요. 두번, 세번, 계속 결재를 올렸지만 공사완료 준공서류에 서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하는데, 담당 계장이 조용히 부르더니 “정말 답답하네. 그래 가지고 어떻게 공직생활 하려고 해” 하면서 핀잔을 주더군요. 그러면서 “결재를 받으려면 뭘 가지고 와야 할 것 아니냐”고 충고하더군요.
“뭘 가지고 와요?”
“이 답답한 사람 봤나. 서울시 공식이 최소한 10%야. 1억원이면 1000만원. 알아?”
힘이 쫙 빠져버렸습니다. 그랬구나. 문제는 그거였습니다. 공사를 아무리 완벽하게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다음날 담당 계장한테 찾아가서 “그럼 업자한테 미니 카세트 몇개 가지고 오라고 할까요?”하니 “이 사람아 지금 미니 카세트 없는 집이 어디 있어”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그럼 뭘 할까요?”
“최소한 캠코더 정도는 돼야 결재가 날까 말까 하는 마당에…. 웃기네, 정말”이라며 핀잔을 주더군요.
그렇지만 차마 양심이 허락지 않아 업자에게 연락을 못하고 며칠을 더 버텨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담당서무가 직접 업자와 상대했는지 일제 소니 캠코더 4대를 가지고 와서 서무, 계장, 국장이 하나씩 나눠 가지더군요. 그리고 저에게도 선심쓰듯 하나 건네주어 마지못해 받았습니다. 아니 당시 집 애들에게 주겠다는 짧은 생각에 감사하게 받았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런 뒤 1억원짜리 음향공사는 현장에 누구 하나 와서 확인하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준공검사가 떨어졌고 대금지불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하긴 행정직인 결재라인이 현장에 와서 확인해봤자 뭐가 뭔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 세운상가의 전파상이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왜 비디오카메라 대금 결제 안 해주는 거요?”
“무슨 비디오카메라요?”
“○○전자에서 당신 이름으로 비디오카메라 4대를 가지고 갔는데, 지금 몇 달째인데 돈을 안주냐고요?”
기가 찼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음향공사를 한 업자가 우선 준공계를 받고 대금을 수령하려고 술수를 쓴 것입니다. 사정을 훤히 아는 업자는 제 이름을 달고 외상으로 비디오카메라를 사 가지고 와서 상납을 한 것입니다. 업자에게 코를 잘못 꿰면 패가망신한다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요.
국장은 이미 정년퇴직했고, 담당 서무는 시청으로 발령받아 가고, 담당 계장은 진급해서 동장으로 나가 남아 있는 사람은 저 혼자였으니 제가 다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한 업체는 부도가 나서 다른 이름으로 업체등록을 하고 있었고요. 전 억울하지만 큰 문제가 될까봐, 비디오카메라 4대 값을 신용카드로 할부결제해줘야 했습니다. 공무원 초짜였던 저는 부패한 상사들과 노회한 업자의 농간에 그저 당하기만 한 겁니다.
국민의정부 초기 김대중 대통령은 6급 주사들의 무사안일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말씀하셨지요. 참으로 정확한 진단이었습니다. 공직사회의 중간 허리역할을 해야 할 행정직 주사, 군인 하사관 또는 중급장교, 경찰에서는 부파출소장 등이 너무 무사안일하고 썩었다고 예리하게 꼬집었지요.
그 처방으로 6급 주사의 계장이란 직급명칭을 팀장으로 바꾸었죠. 그리고 실무책임자로 업무를 하도록 제도개혁을 했지요. 파출소에는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습니다. 하사관의 복지는 향상시켜주었지요.
하지만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단지 계장에서 팀장으로 명칭만 바뀌었지 그들의 업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열어놓고 오락이나 하고 고스톱 게임이나 하면서 하루를 소일하고 있지요. 관공서 사무실에 살며시 한 번 들러보십시오. 인터넷 오락, 고스톱, 주식투자, 로또복권 표시하기. 참으로 가관인 모습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간에서의 상납책임자 역할만은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관급공사의 상납뇌물이 공사대금의 10%라는 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고, 부서 회식을 하면서 카드결제를 두 세 배로 해서 현금을 챙겨먹는 것도 여전합니다. 정치권도 바뀌는 마당인데, 도대체 공무원 사회는 언제나 변할는지요.
정리〓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