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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공계, 미국이 부럽고 또 부러웠다! /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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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양 작성일2004-01-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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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의 오늘의 논객란에 뽑힌 글입니다. 저도 Opportunity  화성착륙 실황중계를 CNN 에서 보았는데, 징~ 하더군요. 게다가 정치인들(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네거니 전 민주당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니)까지 와서 과학기술자들의 성공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멍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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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부럽고 또 부러웠다!  - 냉소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서 나사에서 벌어지는 축하세레머니를 보면서 그 분위기를 보면
서 참 부럽고 부러웠다. 지금 미국 파사데나에서는 화성 탐사선 '기회'호의 안착 기념 축
하 파티가 열리고 있다. CNN, BBC에서는 생중계를 하고 책임있는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서
로 축하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부러운가?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미지의 세상을 살펴보는 그들의 꿈과 열정이 부럽고 또한 그 개발
분위기가 부럽다는 점이다. 그 축하 장소에는 패널들은 모두 엔지니어 박사들이며, 넥타
이 맨사람 하나 없이 모두 티셔스등 케주얼 차림으로 나와서 즐거움에 가득차 있다. 그들
은 무엇을 축하하는가? 돈 버는 일을 했는가? 아니다. 그들은 꿈을 이루려 했고 꿈을 이
루어 나갔다. 물론 후에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돈으로 연결되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사업에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연구를 수행해서 멋진 결과를 얻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가 나왔을 때 CNN, BBC등에서 성과를 축하하며 생방송까지 내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우리에겐 꿈은 곧 돈이다. 돈 밖에 없다. 돈 되는 연구 아니면
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첨단 과학을 이야기 할 때면 돈 빼면 시체다. 돈 되느냐가 가
장 중요한 관점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에 대비해서 가난한 나라라 하더라도, 이렇게 꿈 하나 없이 돈만 따
라 다니니 과연 제대로된 자연계 현상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게다
가 더 큰 문제점은 그렇게 눈 앞에 보이는 돈만 쫗는다면 결국 기초 연구는 할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엔지니
어 마저도 사오정, 삼팔선에 노출되어 있다. 왜인가? 그 이유는 졸업 후 십여년 동안 돈
만 따라다니다 보니 한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전문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젊은 피가 필
요한 이유는 같은 일을 할때 어차피 전문성이 없다면 젊은 친구가 더 열정적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도 낮다.

엔지니어링은 어떻게 발전했는가? 그것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어떤 기술이 있다면 그것
을 이루려고 여러 실험 및 분석을 해보고 그 중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그것이 곧 발전
으로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현상에 대한 분석 및 이해가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과연 한국
은 당장 돈이 될것 같지 않은 이런 현상 분석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기존에 찾은
현상을 상품으로 연결하려는 노력만 있지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은 제로에 가깝
지 않을까? 게다가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있다면 그는 한국 사회에서 주류로 살기가 어려
울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과학계는 연구 결과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 아는 과학자 중에 과학계 명망가 말고 어떤 과학적인 업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씨없는 수박의 우장춘박사? 우리의 과학계 명망가들을 우리는 무엇으로
존경하는가? 그들의 업적인가?

어쩌면 그 지긋지긋한 우리 교육 현실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저 외우기만 하는 공부
가 중요한 나라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있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이란 없
고 모든 지식은 과거에 혹은 백과 사전에 있다고 믿는 한국에서 어떻게 새로운 지식이 나
올 수 있단 말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사업가의 나라, 영업의 나라
(!) 한국에서 과학 영업은 하지 않고 외골수로 과학을 탐구한다라고 생각하는 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아니란 말인가?

(취업에서도 비 논리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어 능력이 토익 점수가 중요하단다. 그런
데 영어가 회사에서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저 영어 실력이 있으
면 막연히 회사일 도 잘 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승진도 영어 시험이 중요하다. 도데체
왜? 각 업체마다 평가기준은 창의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연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논문 갯수로 평가되는 나라에서 심도있는 연구가
될 턱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손 쉽게 논문을 낼 수 있는 방법이란 남이 한 연구를 대충
조건 바꿔서 따라하면 되는 것이지 혹은 새로운 장비로 남이 해보지 않은 분석하면 되지
(물론 이 조차도 쉽진 않지만...) 창의력 있는 논문 한편을 낸다는 것은 도데체 미친 짓
이다. 우리는 평가를 위해서 학문을 한다. 호기심이란 우리 사전에는 없다. 컬럼버스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참으로 답답하고 답답하다. 부럽고 부럽다. 도데체 이런 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단 말인
가????? 자본주의란 미국에서 우리에게로 전수된 것 같은데 이젠 한국이 오히려 더 물신
주의가 팽배해 있고 그 물신주의의 경쟁 속에서 한국이 함몰되어 가고 있는것 같아서 그
래서 미국이 부럽다는 것이다.

 
▒ 게시일 : 2004-01-25 오후 4:58:57
 

댓글 2

정문식님의 댓글

정문식

  정말 가슴이 후련해지는 글입니다. '본질적 가치'를 내팽개치고, 오직 '교환적 가치'만을 좆으며, 거기서 일희일비하는 사회. 결과는 고생만 죽어라 하고 점점 빈 껍데기만 남게 되겠져...

안기님의 댓글

안기

  하루빨리 "양의 페러다임"을 지양하고 양과 질의 Trade-Off를 저울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구선생님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셨지만 저의 소원은 위의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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