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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공계는 단합이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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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s 작성일2004-09-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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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의약계열이 단합하자는 말은 의사, 약사가 친하게 지내자는 말이 되버리므로 어불성설인 것처럼, 이공계가 단합하자는 말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들이 뭉쳐보자는 뜻이된다. 따라서 이공계라는 두리뭉실한 집단은 이공계 문제의 핵심을 주장하기엔 너무 포괄적인 집단이다. 따라서 더욱 세분화된 집단 단위로 명확한 주장을 펼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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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있는 분야가 의약계열이죠. 의료계 중에서도 의대, 치대, 한의대는 인기 폭발이고, 약대도 서울공대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가지고 심지어 수의학과도 눈부시게 떠오르는 인기분야입니다. 하지만 공대생들이 부러워하지 않는 분야도 있네요. 예를 들면 간호학과.

하지만 여러분은 의약계열이 단합해야 한다는 말을 별로 들은 적이 없으실 겁니다. 보통 "의료계가 단합해야 한다."라고 하면 의사들이 똘똘 뭉치자는 말로 쓰이더군요. 의약계열은 실제로 단합은 커녕 밥그릇놓고 서로 사이가 나쁘죠. 의사<->약사 다투고, 약사<->한의사 다투고, 의사 집단<->간호사 집단도 별로 안친하죠.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이공계가 단합해야 한다는 말 역시 어불성설입니다. 흔히들 이공계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는 말들을 하시던데, 정말 그렇습니다. 이공계를 구성하는 집단들을 보면,

1. 교수
2. 국책연구소 연구원 정규직
3. 국책연구소 연구원 비정규직
4.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
5. 중소기업/벤처기업 연구원
6. 산업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7. 대학원생
8. 대학생
9. 이과계열 고등학생

또 다르게 나눠보면,
A. 학위소지자. 특히 박사학위자.
B.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이런 카테고리로 나뉜 사람들이 다같이 주장할만 한 것은  (1) 이공계 처우 개선해 주세요 (2) 특허관련 직무보상제도 개선해주세요 (3) 이공계 졸업생들 공직진출 확대해 주세요. 정도인 것 같은데요, 물론 이런 사항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별 구성집단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주장도 있어요. 예를 들자면,

1. 교수 : 연구 좀 하게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 늘려 주세요.
    국책연구소 비정규직 :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취업이 안돼요. 대학원생 좀 줄여 주세요.

2. 국책 비정규직 : 저희 왕창 정규직으로 바꿔 주세요.
    국책 정규직 : PBS에서 쟤네 정규직으로 바꾸면 나눠먹을게 적어져요. 우선 정규직 인건비 지원부터 늘려주세요.

3. 교수 : 고등학생들이 이공계 지망을 안해요. 공대생 장학금 좀 주세요.
  대학원생 : 우리는 속아서 대학원 왔나요? 먼저 대학원생 처우부터 개선해 주세요.

4. 국책연구소 정규직 : 저희 연합대학원이란거 만들어서 대학원생 좀 부려볼래요.
    대학원생/비정규직 : 가뜩이나 많은 대학원 왜 또 만드나?

음, 제가 든 예가 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쨌던 우리가 두리뭉실 이공계라고 부르는 집단내에도 중요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들이 있음은 다들 아실 겁니다. 특히 이공계의 정점에 선 교수 집단과 다른 집단들 간에는 이공계 해법에 대한 상당한 견해차가 존재합니다. 또한 박사학위자와 대졸자 간에도 문제를 인식하는 각도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 집단들이 한목소리를 내기는 정말 어렵겠죠.

특히 제 소견으로는 이공계 문제의 핵심 원인은 수요/공급 인데.... "왜냐하면 재화의 가치는 그 재화의 <중요성>이 아니라 <희소성>으로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같은 목소리를 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작은 집단 단위로 쪼개면 각각이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항들이 넘쳐 납니다. 이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실 겁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자들이 분명한 의사를 표방하려면 세분화된 집단별로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의 의사를 표시할 조직이 있어야 하고, 국내 공대 대학원생들의 총의를 모을 전국 공과대학원 총학생회가 있어야 합니다. 공대교수님들은 미약하나마 이미 그런 조직이 있긴 하죠. 또한 현재 행정직 직원들과 테크니션들이 주축이 된 과학기술노조와는 다른 실제 고급연구인력(석박사)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또다른 과학기술자들의 노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런 조직의 세분화, 확실한 계급의식, 소속의식이 갖추어지기 이전에는, 우리가 이공계라고 부르는 두리뭉실한 테두리 내에서조차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문제에 대한 근본 인식조차 다르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약사, 한의사님들은 서로 밥그릇놓고 다투었지만 각각의 집단에서는 대동단결하여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명백한 내용이 있었죠: "정원 늘리지 말라."  참으로 선배를 잘만나서 덕보는 의약계 후배들이 부럽네요.






댓글 1

이민주님의 댓글

이민주

  단합할 기회가 왔습니다.  동참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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