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납땜을 하는 이유입니다.

글쓴이
쇼당
등록일
2003-01-11 21:45
조회
3,5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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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남땜을 하는 이유입니다.. 하이텔 디지털 동오회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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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이론 - 선감후산(先感後算)

  어릴적 기억으로 할아버지는 참 엄격한  분이셨습니다. 필자의 할아버
  지뿐만 옛날의 어르신네들은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았고, 또 그런 현상
  을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나이든 사람의 '경험'
  은 살아가는데 훌륭한 교훈이었고, 어떨  때는 '생존'과도 관계되는 삶의
  지침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한 '경륜'은 나이가 들지 않으면 얻기가  힘든 것인데, 어떤 분야에
  서 '경륜'의 내용을 남에게 객관적을 유지하면서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이론'이 아닌가 합니다.
 
  베어진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동서남북을 알 수 있다는 지혜도 '베어진
  나무가 한곳에서 자랐다는 가정'하에서 성립하듯이, 모든 이론은 '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류와 전압의 관계에 선형성이 성립하지 않는 다이오
  드에 '옴의법칙'을 쓸 수 없으며, 비선형현상을 라플라스변환만으로 해석
  하고자 한다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으로 한사람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은 제한되
  어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처럼 개인의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은 효과적인 '간접경험'이며, 어떨
  때에는 직접경험보다 더 깊은 통찰력을 갖게한다고도 봅니다.
 
  목공소에 쌓여있는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동서남북을  논한다면 모두
  웃을 것입니다. '나이테로 방향을 판단한다는 지식' 속에는 나무의 성장
  과 태양의 방향관계가 행간에 숨어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단편적인 현상
  을 논하니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산은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지 않고도 컴퓨터는 물론이고, 손바닥만한
  계산기로도 처리할 수 있는 '기능적  작업'에 불과합니다. 나이테를 보고
  태양이 떠올르듯이, 릴레이를 구동할 때  플라이휠 다이오드(Fly wheel)
  를 보며 '달리는 자동차'를 연상하는 것은 '계산'으로 접근할 수 없는 '간
  접경험'입니다. 이러한 간접경험의  선두에는 '실용  이론'이 존재합니다.
  '실용이론'은 나이테의 숫자를  셈하기 전에 동물적  후각(?)으로 베어진
  나무의 형태에 관심을 보입니다.
 
  교과서에 나와있는 많은 이론에는 분명히 '이론이 성립하는 가정'에  대
  해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가 공부할 때는 지나치기 쉽습니다. 정말로  현
  실에서 필요한 이론은 어떤 것이며, 그이론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별로 다루지를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흔히 '이론'하면 '교과서적인
  이론'을 뜻하게 되고, 현실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사치스런 화장'이라 생
  각하기도 합니다.
 
  실용이론은 '실용적인 가정'을 고려한 것이라  봅니다. 실용이론은 계산
  보다는 '개념'을 중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필자가 이런의미를 고사성어에
  서 찾고자했으나, 노력부족으로 찾아내지 못하여,  선감후산(先感後算-먼
  저 감(의미)를 깨닫고, 후에 계산한다)라고 표현해 보았습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실수를 해도,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경
  력이 쌓일수록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런
  문제 중에는 보이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것도 있기에 자신의 바램
  과는 달리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세월이 갈수록 '잘못된 방법'에서 무언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 노력중에서 가장 함축성이 높고, 확률이 높은
  것은 '실용적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전히 소프트웨어세계에서는 컴
  파일러나 디바이스드라이버처럼 '인간(또는 회사)이 만든 규칙'을 이해하
  고 응용하면 그 뿐이지만, 자연계를 대상으로한 작업 (주로 자동화와 관
  련된 임베디드 컨트롤러)에서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것에 순응
  해야 합니다.
 
  자연의 법칙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함정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옴의 법칙이야 의미를 느끼지 않고도 가감승제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고
  정밀 ADC를 다루자면 오실로스코프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세계'가 존
  재하고, 그 자연이 주는 느낌을 시시각각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극복하기
  힘든 문제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자연의 법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Window)이 '실용이론'이라
  고 봅니다. C-언어의 포인터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적 개념은 제한된
  범위에 익숙하면 깨달을 수 있지만, 자연의 법칙은  CPU의 클럭부터 모
  타의 전류/속도까지 동시에 적용되고, 데이터버스의  신호패턴이 ADC의
  품질에 연관을 가질 정도로 광범위하기 때문에 단순한 것부터  철저하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K옴 저항은 산술적으로 10K옴 저항의 10분의 1이지만, 로직회로의 풀
  업/풀다운 저항으로서의 1K옴과 10K옴이 주는 느낌은 '계산'만으로 전달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1K옴 두 개의 저항으로 비반전 OP-Amp를 꾸몄
  을 때의 느낌과 10K옴 두 개의 저항으로 같은 회로를  꾸몄을 때의 느낌
 이 와닿도록 훈련하고  노력하면, '계산'을 하지 않고도 1K옴으로 풀다운된
 데이터버스에서 주변 부품이  힘겨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옴의 법칙에 표면적인 모습인 가감승제의 '계산'에선 얻기 힘든 것이지요.
 
  이러한 '감'이 쌓이면, 회로적인 것을 뛰어넘어 조심스럽게 얼마간의 '시
  간적인 예측'이 가능해지고, 다른 분야에 대한 '공간적인  예측'도 시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록 처음 대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방법은
  잘못된 것이고, 이런 방법은 감이 온다'는 판단이 들게 됩니다.
 
  제작한 보드가 특정부품에 민감한 경우, 디지털  회로라 하더라도 회로
  설계에 '아나로그 입장에서의 회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
  다. 때로는 부품을 바꿔가면서  실험을 하고, 어떤 사람은  5V 시스템에
  7V를 가한다고도 하는데, '실용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실험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자연현상을 역동적이면서 자연스런  에너지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것도
  자연을 대하는 방법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에너지(일)과  단위시간당
  의 에너지(일률) 그리고 힘(토크)과 가속도(각가속도)는 메카트로닉스 구
  동부의 대표격인 모타나 솔레노이드에 모든 순간 작용하고, 그것에 관계
  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까지 한묶음으로 엮어냅니다.
 
  기계적인 힘과 속도는 실존적 형태로 존재하지만,  전기적인 힘과 속도
  (전류와 전압)은 여러 가지 추상적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힘과 속도를
  곱하면 일률이 되듯이 전류와 전압을 곱하면  전력(전기적인 일률)이 되
  고, 전력과 일률은 하나의 물리량에 대한 시각적 차이일 뿐입니다.
  뉴턴의 제2법칙 F=ma는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는 산술적계산관
  계를 갖지만 그내면에는 '질량 m이라는 물체에 F라는 원인이  작용되면,
  a라는 결과로 응답한다'는 인과론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코일양단에 걸리는 전압 (V=Ldi/dt)라는 수식이 주는 의미도  뉴턴의
  제2법칙과 '추상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코일의 크기 (인덕턴스)를 움직
  이는 물체의 질량이라는 구체적 형상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감
  각이 몸에 익으면 '플라이휠 다이오드'가 빠진 회로에선 계산에 앞서  동
  물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정보의 전달과 가공에 초점이 맞춰진 사무용  소프트웨어적 시각과 '에
  너지의 흐름'에 관련된 '메카트로닉스적 소프트웨어'는 이런 점에서 차이
  가 있다고 봅니다. 즉, 정보와 자연법칙과의 연관성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퍼지제어에선 보통 명확한 값(Crisp Value)을 모호한  값(Fuzzy Value)
  으로 변화시키고, 퍼지이론의  백미인 '추론'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추출합니다.  특정부위의 온도처럼 명확한 값은 퍼지값을 통해 '개념적인
  값'으로 변화된다고 이해합니다.
 
    이러한 개념적인 값이야 말로 '추론'의  근거가 되고, 이론의 개념적인
  해석은 '합리적 추론'에 의해 개인이 접할 수 있는 간접경험을  극대화시
  켜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적 접근방법에는 '경제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으므로, 학문보다는 실용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대전골에서 정암.

  • 김용국 ()

      멋지군요!

  • 이봉춘 ()

      좋은 글이군요. 정암님의 경륜이 보입니다.

  • 이민주 ()

      좋은글이군요.. 제가 프로세서 강의를 듣고있는데 너무 연산속도를 빠르게 하는데만 치우쳐 있어서 거부감이 들더군요.. 정밀 ADC를 써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충 연결해서 신호나오면 그게 되는줄로 압니다. 그 회로안에 노이즈가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고...정말 위험한...

  • 이민주 ()

      10년이상 경력이 있다는 CPU보드 전문가가 만든 회로의 리셋회로를 보고 우리회사의 러시아 기술자는 그 리셋회로를 절대로 믿을수 없다고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만.. 그 보드 설계한 사람은 그런사실을 모릅니다. 지금도 어플리케이션 좀더 빨리 돌아갈 어셈블리 코드만 찾아내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 익명좋아 ()

      무슨 말인지는 무식해서 모르겠으나, 철학과 공학이 만나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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