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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가 과제] 3. 고시제 확 바꾸자 (상) -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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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희 () 작성일2002-02-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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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가 과제] 3. 고시제 확 바꾸자 (上)

 조선 초 명재상인 황희 선생은 1439년(세종 21년) 다음과 같은 상소문을 세종에게 올렸다.

"유생들이 과장(科場)에 나올 만한 글을 외워서 요행히 벼슬길에 오르려는 기풍이 있어… 지취(志趣-깊고 묘한 속뜻)가 부박(浮薄-천박하고 경솔함)해 국가에 유익하지 않다."

암기 위주의 과거제를 확 바꿔 공복(公僕)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적격자를 뽑자는 것이 이 상소문의 요지다. 5백여년이 지난 지금, 황희 선생이 지적한 문제점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국민총생산의 25%에 가까운 예산(2002년 1백10조원)을 이들이 집행한다. 고위 공무원이 전문성을 키우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주요 정책이 삐걱거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아직도 계속되는 의약분업의 후유증은 고위 공무원의 안이한 상황 대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보건복지부는 탁상행정에 매달려 국민 불편과 약제비 상승, 의사 반발 등의 수준.강도를 가늠하지 못했다. 또 건강보험 원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수가를 올려 보험 재정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런 공직 사회의 구태는 잘못된 채용 과정에서 비롯된다.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은 "절간에 들어앉아 고시에 나올 만한 것을 달달 외워 공직에 들어온 사람들은 결코 시대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낙중 동원증권 인사담당 이사는 "정부가 국제 경쟁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며 "고시제로 대표되는 채용 제도를 과감히 뜯어고쳐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각 부처가 알아서 뽑자=1995년 행정자치부는 국제화 시대에 대응한다며 영어를 잘하는 국제전문직을 대거 뽑았다. 이중 다섯명이 환경부로 배치됐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는 문외한이었던 이들은 적응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고, 일부는 바로 공직을 떠났다.

문정호 환경부 공보관은 "환경부가 해당 직무에 합당한 민간 전문가를 뽑았다면 인재를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기업의 경우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사람을 뽑아 각 계열사에 배치하는 관행을 없앤 지 오래다. 반면 현행 고시제는 행정자치부가 한꺼번에 사람을 뽑아 부처에 배정하는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연구위원은 "이런 채용 방식은 업무의 일관성과 행정 역량을 떨어뜨린다"며 "부처 선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개방형 임용제 확대하자=현재 3급 이상인 개방형 임용 직위를 실무 간부인 4급(과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공직 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폐쇄적인 관료 사회를 쇄신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국방부 등 일부 부처에 민간 전문가들이 진출해 공직 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근무 기간(최대 5년)이 짧고 보수가 민간 부문보다 훨씬 낮은데다 기존 공무원과 마찰을 빚어 이 제도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신명 노동부 여성근로정책국장은 "개방형으로 임용되는 실.국장에게 제한적인 인사권을 부여해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게 하고, 개방 직위를 과장급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직 인턴제 도입하자="5급이라면 실무진의 보고를 받는 위치인데,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보고받는 것이 과연 옳은지 회의가 들었다."

임용 1년차인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이같이 지적하면서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바로 사무관이 되는 현행 시스템이 관료주의의 폐단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고시에 합격하더라도 간부급으로 임용하지 말고 7급 정도로 대우하며 해당 업무를 밑바닥부터 익히게 하면서 고급 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적성을 파악하는 공직 인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대신 고시 합격생의 경우 승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시에 합격하더라도 바로 임용되지 않는다. '채용 후보자 명부'에 등록돼 각 부처의 하위 직급에서 업무를 익힌 뒤 정식 배치된다. 이 과정에서 임용 대상자의 인성.판단력.추진력 등을 평가한다.

◇ 달달 외우는 시험 과목 없애자=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코리아는 입사 필기시험을 없앴다. 기본적인 소양은 학교에서 길러지므로 굳이 필기시험을 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각 부서장과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면접을 통해 응시자의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 등을 집중 파악한다.

반면 5급 행정공무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1, 2차 필기시험에서 암기력 측정 위주의 8~11과목을 치러야 한다. 사고력을 중시하는 대입 수능시험 정도만도 못한 것이다.

정정목 청주대 교수는 "현행 고시제는 수험생들에게 깊이 있는 공부보다 문제 중심.암기 위주의 시험 준비를 하게 한다"며 "시험 과목을 줄이고 인성과 상황 대처 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법.한국사.행정학 등의 과목을 치르는 1차 시험을 공직자로서의 소양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평가제로 바꾸고, 2차 시험도 법규.이론.원칙 자체가 아닌 그 응용력을 묻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통과의례가 된 면접시험을 강화해 공직관과 봉사정신 등을 엄정하게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 기타=학교에 다니면서 정부 각 부처에서 실습할 기회를 갖고 공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스스로 가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법시험, 행정.외무.지방고시 등 4대 시험에 인재들이 매달리면서 연간 5천7백9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시 1차 시험 응시자 가운데 대학 졸업생을 절반으로 잡고, 이들이 수험 준비에 매달린 기간을 1년이라고 전제한 뒤 대졸 초임과 대비해 추정한 금액이다.

이 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학생이 적성을 일찍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자신의 진로를 조기에 결정할 수 있어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국가적 낭비를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기사 입력시간 : 2002.01.27 19:00
 
http://service.joins.com/asp/article.asp?aid=205423&serv=educatio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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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nc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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