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과학기술인

글쓴이
은하수
등록일
2014-12-22 02:26
조회
6,436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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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돌아온 백수님의 글을 보면서 다소 시니컬한 엔지니어의
 시각이 꽤나 신선했기에 이곳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었지요.

남중 남고 공대 군대 그리고 중화학공업...

처음에는 개발직무로 근무를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기획 등으로 조금씩 직무가 바뀌어갔는데

 내년부터는 완전히 일반사무직으로 사는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기술직의 근무 경험 덕분에
 사무계열 직원들이 얼마나 헛소리와 탁상공론을 하는지
 잘 압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경영을 한다고 설쳐대지요 ㅋ
 장표나 만드는 PPT 머신 주제에 자부심은 쩔어주는 기획직
 직원들도 많이 겪어봤고 ㅋㅋ 저는 운 좋게 기술직 출신이나
 인문계열 직원들에게 안밀리고 잘 경쟁한 것 같습니다.

사실 기술직 근무가 핸디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기술직 출신은 성공이 힘들지요.
삼성전자 같은 일부에서는 엔지니어가 사장도 하고 임원도
 많이 하지만 대부분 기업에서는 공대보다는 경영대, 그리고
 공대라도 현장과는 거리가 먼 직무에서 오히려 경영자가
 배출되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크고 싶어서...현장과 멀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직에서 얻는 경험은 굉장한 어드벤티지입니다.
기술직들의 정서, 생산직들의 정서,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냉소, 기술에 대한 직관과 판단,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통찰.

단순히 PPT 장표따위로는 절대 볼 수 없는걸 보게 합니다.


저는 기술직이 일반사무직에 진출하는걸 매우 좋게 봅니다.
실제로 현장 감각도 압도적이고 수리나 판단력에서도 훨신
 낫다고 느낍니다. 그놈들은 뜬구름은 잘 잡아도 구체적인
 계획을 내보라고 하면 한심한 글이나 끄적여 올뿐입니다.

그런데 기술직을 막상 일반사무업무에 데려오려고 부하로
 추천해보면, '엔지니어가 이런걸 알아야 합니까' 라는 식이거나
'나는 이과라서 글쓰는 건 좀' 따위로 접근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독서를
 게을리 하다보니 인문계 녀석들이 니체가 어쩌고 하면
 어버버 하게 말리면서 무식하다는 선입견을 만드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대체로는
 사무직은 인문계 출신이 정서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이 뭐냐하면
 공대에 다니더라도, 기술직이더라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마시고, 교양 쌓는걸 소홀히 마십시오
 설령 오늘 근무시간에는 생산직과 막걸리를 마셔야 하더라도
 저녁에는 인문학을 읽고, 주말에는 골프와 테니스를 배우세요.
그리고 불어나 스페인어 하나정도는 잘하진 못하더라도
 농담은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준에 맞추세요.
특히나 사무직 여직원들은 스페인어로 느끼한 대화를 하면
 자신들이 엄청 교양있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신이 공돌이로 계속 프레임을 가두기 보다는
 기술계통 출신이라는 프레임으로 사회생활을 하는게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많이 키울겁니다.

특히 이공계 출신 상사들을 모시는 부하들의
 불평을 듣다 보면, '너무 무식하다' 내지는
'여기가 공장도 군대도 아닌데' 라는 이야기 많이 듣고
 내가 봐도 너무 부끄러운 지시...특히 새 직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제조현장의 습관대로 지휘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걸 보면 너무 답답해요.
그리고는 얼마 안되서 쫏겨나고 위에서는 역시 이공계출신은
 이런 쪽에 안맞다는 편견만 만드는 거 보면 서글프거든요.

내가 생각할때 이공인들은 대학때 훨신 혹독하게
여러운 학문을 공부했고. 학습능력 전반으로 볼 때는
대부분의 일반학문에서 더 우수한 성취의 자질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특유의 괴팍한 공대 문화
거기에 공장문화 때문에 가능성이 깨끗하게 세탁되는것 같아보입니다.

  • softmatterer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빨간거미 ()

      엔지니어의 통찰력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귀찮기 싫어서 딴지거는걸 너무 많이 봤습니다.
    물론 엔지니어라서 그런것만은 아니겠죠.

  • UMakeMeHigh ()

      저도 예전에 엔지니어 직군에서 마케팅직군으로 변경했었던 입장에서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저는 원래 문과 적성인데 이과로 선택해서 간 경우긴 합니다만, 공대생들과 인문대생들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넘사벽의 간격은 아닙니다.)

    많은 이공대 출신들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정말로 힘들어하고 실제로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단순히 문과출신들이 PPT나 장표(제가 한국에서 직장생활 다닐때는 분석자료 등을 길게 엑셀로 만든 것을 장표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은하수님께서 계신 곳에서는 PPT를 장표라고 부르나 봅니다.) 나 만들고 입으로 (말빨로) 먹고 산다고 하는 것은 조금 과소평가된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출중한 능력을 가진 문과출신 분들을 많이 보아와서 개인차가 좀 더 크지 않나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이공계출신으로 경영이나 기획, 마케팅 등의 사무직으로 진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가끔 이공계 특유의 고집이랄까 그런 것만 좀 경계한다면 장점이 충분히 많은 커리어 패스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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