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초안] 이직 금지 계약은 21세기형 노비문서

글쓴이
sysop
등록일
2003-05-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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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지법의 판결에 따르면, 엘지전자 출신의 연구원 다섯 명의 팬텍으로의 전직에 대해, 법원이 이직 금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사(社)측의 입장을 우선시 한 인상을 준 판결에 대해 유감임을 숨길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고급 연구개발 두뇌들에 대한 불평등한 근로 계약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관련 예전 논평]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critic&page=2&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

특허등 지적 재산권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기술 사항은 회사의 소유가 될 수 있다. 이것 역시 최근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제 확대 적용등, 연구개발 당사자와 회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연구개발자의 머리 속에 든 지식과 경험은 회사의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자의 노력에 의한 결과물에 대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그 두뇌 자체에 대한 배타적 독점을 노린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전문인력에 대한 전직 제한 조항은 비단 이공계인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중 하나의 예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시장경제하의 개인의 경제권을 침해하는 악덕 조항이다.

물론, 그러한 전직 제한 조항이 연구자 개인과 회사측과의 사적 계약에 의해 합의, 성립되는 바,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특히 엘지전자측의 터무니없는 배상 요구와 이직 금지 기간 확대 요구를 기각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최초 채용시의 근로 계약이란 근본적으로 회사측이 강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비록 사적 계약이라 할지라도 이직 제한 조항의 역에 해당하는, 고용 계약상의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내용-예를 들면 회사측의 요구에 의해 퇴사할 경우 1년 전에 통보하고 위로금을 지급한다던가, 협의에 따른 이직을 허용한다던가 하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 계약은 불평등 계약으로서 정당성과 법적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직 연구원들이 새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구체적이며 실증적으로 엘지전자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영업상의 비밀을 유출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이직만을 문제삼았고, 불평등 계약에 의거, 이직을 금지토록 판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원이 퇴사할 경우 1년간 실직상태로 지내라는 강요와 다름없으며 이는 현실적으로 이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21세기형 노비문서이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이직 연구원들이 항소하여 전직 제한 계약의 불평등성을 입증, 승소하길 기원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밝힌다.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은 그들이 창조하는 부가가치에 상응치 못한 처우와 힘든 근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들 덕에 만들어지는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수출해 온나라가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전직 제한 조항의 개폐 여부는 이 사회가 과학기술인들을 가치 창출의 역군으로 여기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성장의 도구, 희생양, 또는 노예로 여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이다. 

  • 김일영 ()

      연구원 가진 기술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런 소송을 걸었겠죠. 그런데 연구원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합리적인 보상도 제대로 안해주면서 이직까지 문제(단순 이직)를 삼는 것에 대한 이번 판결은 정말 부당한 판결입니다.

  • 병특만세 ()

      사측 위주의 판결이라 생각되구여, 전문연의 전직제한 규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과학기술인들의 하나된 힘이 필요합니다.

  • cantab ()

      사법부의 판결이 갈수록 수구화 하는게 염려됩니다. 친일파들의 땅도 찾아주시고, 토지공개념도 무산시켜버리고, 군 복무자 가산점도 폐지해주시고 이제는 연구원들을 사측에게 노비로 하사까지 하시네요... 쩝

  • 배성원 ()

      갈수록 사법활동이 '교조적' 색채가 농후해지는거 같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 그이상을 안 넘기더군요. 의도적으로 가진자들의 편에 서기야 하겠습니까....어쨌든 논평제목으로 이건 어떨까요? '한국에는 아직도 노예가 있다'

  • song ()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지요? 예를 들어 인텔사 연구원이 AMD로 옮겨갈때 1년간 전직금지 같은 그런 법이 존재하는지요? 성원님 말씀대로  '한국에는 아직도 노예가 있다' 라는 영문판 기사를 만들어 한국과학기술연합 이름으로 AP, AFP등으로 전송하면 어떨가요?

  • 황인용 ()

      이런 법이 언제부터 생긴건가요? 비교적 최근에 생긴것인지 아니면 최근에 효력이 강화된것인지 궁금하네요. 국내의 많은 기업들및 정부에 국외에서 근무하다 U턴한 인력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경우에는 별 제재를 받지 않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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