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대중화 위해 이공계 ‘로비’에 나서라

글쓴이
어스캠
등록일
2004-01-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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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4/01/15/200401150500034/200401150500034_1.html



연말에 만난 어느 문학전공 학자가 내게 물었다.

“과학자 뉴턴은 자신의 학문적 주장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했다던데, 그게 사실인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해줄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과학자와 로비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바가 있다.

나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ㆍ1642~1727)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이성(理性)의 시대가 열리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시기, 이 새로운 과학 시대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뉴턴이다. 그래서 18세기 대표적 지성 볼테르는 뉴턴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하기도 했다.

“인간은 원래 장님이었다. 그런데 뉴턴이 나타나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다”.

그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불세출의 업적을 남겼다. 수학의 미적분학, 광학(光學)의 프리즘 실험, 천문학의 반사망원경 등 뉴턴이 처음 시도한 업적들은 그 자체로 인류문명의 역사가 되었다. 이런 성과 때문에 그는 광학의 창시자이자, 빛의 입자설(粒子說)을 주장한 물리학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만유인력이란 대법칙을 발견하여 세상을 보는 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위대한 사상가다. 뉴턴이 나오기 직전까지, 심지어 그의 바로 위 선배인 갈릴레오나 케플러마저도 하늘에서의 달 운동과 땅에서의 사과가 떨어지는 운동이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뉴턴은 하늘의 운동(달)과 땅의 운동(사과)을 같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로써 인간은 세상의 모든 운동을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시작했고, 그런 법칙은 인간의 이성으로 발견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과학에서의 탁월한 업적을 위해 그다지 로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당시 왕립학회에서 피곤한 논쟁을 일삼는 동료 과학자들을 피해 오래 전에 발견해놓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 침묵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1687년 그의 대표저서인 ‘프린키피아’(Principia·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 인력법칙을 발표한 이후 그는 89년 국회의원, 99년 조폐공사 사장, 그리고 1703년 왕립학회 회장 등 굵직한 벼슬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 당시 뉴턴은 과학업적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직위를 따기 위해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세출의 천재 뉴턴이 학문을 위해 로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벼슬자리를 위해 로비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물론 오늘날 세상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영국 조폐공사 사장 또는 왕립학회장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떤 로비를 벌여야 할 것인가. 나는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익숙하게 하기 위해 로비하는 일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몰려들 때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밝고, 나라의 미래에도 희망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를 위한 로비다. 표절의 상처 때문에라도 새해 한국의 이공계는 과학을 위한 로비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나의 이 글도 그런 로비의 한 일부이기를 바란다.
  • 이민주 ()

      싸이엔지도.. 공로패나 이런것 좀 주어서..자기 홍보에 이용할수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저번에  신화창조의 비밀 완결판에 나온.. 떡만들어 팔자를 주장하신 여자분 그런분들에게 공로패나..  싸이엔지 홍보위원 등의 직위를 만들어 주어.. 그 여자분도 대외활동시에 그것을 이용할수 있도록 하고..인정해 주면..좋을것 같은데..

  • 단풍잎 ()

      의학계에서는 자체적으로 의대진학 정원을 최소한으로 조절하므로서 그 졸업생들의 "희소성의가치"를 최대한 즐기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을 "이공계문제"에도 적용한다면, 학생들의 이공계진학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못오게 하고 최소한의 숫자만 진학하게하여 이공계졸업자의 수를 Control해아먄 비슷한 "희소성의가치"를 이공계도 즐길 수 있는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결국 시장경제에서 "수요&공급" 곡선이 어디서 만나느냐이니까, 공급이 줄어야 그 가치가 올라가는것이고...

  • 노숙자 ()

      어스캠님, 교수님이시군요. 어쩐지 Title 뽑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더니만...

  • 노숙자 ()

      대부분 공감합니다만, 마지막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로 몰려들 때"라는 표현에 대해 한 말씀~ 소팔고 기둥뽑아 그 어려운 공부시킨 자기 자식이, 매년말 계약 종료라는 근심을 안고 살아 갈 때, 부모님 마음이 어떨까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미국 부모님처럼 자식의 장래를 사회에 맡기고 나몰라라 하나요? 우리나라는 부모가 아직도, 자식의 안색을 살피고 진로를 함께 걱정하는 가족주의를 크게 벗어 나지 못했습니다.

  • 노숙자 ()

      부모와 가족이 장래를 낙관하지 않는한, 개인의 열정만으로 이공계가 붐비고 과학기술이 발전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부모와 가족은 대개 뉴톤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사회적 대우와 자식의 장래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판단합니다.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면도 있습니다. 마음 든든한 가족을 떠나야만, 이공계가 대성하는 사례를 꿈꾸면 안되겠지요.

  • 노숙자 ()

      사회와 가족은, 알게 모르게 이공계를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이엔지 게시판에 보십시요. 미팅, 소개팅할 때 흔한 얘기가 "공대는 싫은데" 아닙니까? 자신의 미래를 놓고 신중에 신중에 기해야 할 사람조차, 공대 출신의 암울한 장래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어디선가 느끼고, 배운거죠 ~ 이정도되면, 사회적으로 재론의 여지없이 평가 끝난 겁니다. 민심은 천심 아니던가요.

  • 노숙자 ()

      앞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은 젊은이에게 호소해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이를 선동하는 것은 더더욱 삼가야 할 일입니다. 이공계 인력의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설득시켜야 할 문제입니다. 한 젊은이가 목숨걸고 과학기술에 매달리게 만들려면, 그정도는 생각해야 답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이공계 공직자 진출 확대를 지시해도, 노련한 부모님들은 구호에 따라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공계가 대거 중용되고 성공한 다음에,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 노숙자 ()

      [Sorry, 오타 수정] 신중에 신중에 ==> 신중에 신중을

  • 배성원 ()

      로비의 목표에 공감하기 힘드네요. '청소년들이 몰려들게'... 그래서 뭘 어쩌자고 무대책으로 학생들만 끌어모으는 거지요? '싸게 써먹어보자'는 의도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짐작이 안됩니다. '이공계 인력 몇만 부족' 운운하는 따위의 저질 글과 맥락이 같군요.

  • 노숙자 ()

      부모님과 가족이 이공계의 미래를 밝게 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의로운 철권 통치자가 나와서 이공계를 중용하고 우대하던지, 아니면 문민계층이 각성하고 자본가의 입김에서 벗어나, 인사권과 예산권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던지, 뭐 이래야 될 겁니다.

  • 노숙자 ()

      노대통령 자신이 철권과 금력을 반납했으니, 남은건 문민 계층의 각성뿐입니다. 앞으로 문민 계층의 각성을 위해 모든 자연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문민 독재층이 가진 입법권, 인사권, 예산권, 재판권 등 모든 권력이 이공계를 살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자본가의 자본력은 거기 순응할 것이고, 공대의 입시 경쟁력은 다시 치솟으며 교수직도 많이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계속 유인 정책과 우대 정책이 따로 놀면, 이공계 몰락과 기피현상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 노숙자 ()

      어스캠님이 말씀하신 로비라는게, 이공계 몰락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고, 문민계층의 실책을 따끔하게 지적하여, 그들이 각성하지 않을 수 없는 논리를 전개하자는 말씀인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입.인.예.재의 권력 앞에 무력한, 작은 감투를 위한 로비만을 뜻하신 것은 아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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