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설 두울...

글쓴이
사색자
등록일
2004-04-0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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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읽은 글을 이메일에다가 저장해놨는데, 오늘 이메일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올려봅니다... 저도 동네 구조의 대가인거 같아서... 항상 '나는 아는게 없다'라는 마음으로 살고자 합니다.
*^^*

그런데, 뒷부분이 잘린거 같네요... 잘린건지 아니면 거기서 끝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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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 다른 재주는 없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데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정열적인 사람들은 은퇴를 하거나 일을 못하게 되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행복의 경지다.

내가 수작으로 꼽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전쟁의 개들, 또는 전쟁터의 개들을 읽어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이탈리아인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때는 얼벙한 여학생들한테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폼을 재던 조군이 생각난다. 단테의 신곡편의 ‘매의 이야기’를 읽어 보라는 둥, 별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던 인간 쓰레기 였었다. 내가 만났던 정말 몇 안되던 인간 쓰레기 가운데 하나였다.

모든 것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가도 대강 다른 사람을 짐작하게 된다. 하물며 옷을 입고 만나거나, 밥을 같이 먹거나, 대화를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는 그리 아름답게 밥을 먹지 못하지만 맛있게는 먹는 편이다. 젓가락을 들고 깔짝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좀 재수없어 한다.

객적은 소리로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말을 모아서 자식의 지식인양 떠벌이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있다. 참 구역질이 난다.

너무나 단순한 사실들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생각될 때 참 의아할 때가 많다. 내가 자주하는 말인데, 책을 펴 보거나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 동종업계의 소식, 그 회사의 내력등에 대해서 사람만 만나면 전설의 고향같이 말하곤 하던 희한한 사람이 있었다. 다른 회사는 커녕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선대의 역사를 구전하는 사람 생각을 하곤 했다.

잠시 부산에 있던 적이 있다. 우물안의 개구리들이 참 많았다. 세상에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서점에 나가서 책 한두권을 사서 읽고는 그 분야의 전문가 같이 자신있게 떠벌이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누구나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면 자기 고유의 프리즘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자신같이 엔지니어링 센스가 있는 사람은 어느 것 이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해는 이해가 아니라 착각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새로운 사물을 보는 데 나같이 편견이 없는 사람도 참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에서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특히 활자매체를 통해서 얻는 지식은 전혀 지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활자매체는 사물의 겉모습만을 피상적으로 이야기 할 뿐 전문사항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의다.

가까이 지내는 일본 사람들의 말이 나는 뇌리에 박혀있다. ‘카타치와 오나지 데스케도 나까미가 젠젠 치카이 마스네’ 즉 겉모습은 같지만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기밥솥이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한다. 이차대전때 진주만을 강타한 사라젠을 설계한 일본 공군의 장교들이 패전후 개털이 되어서 교토대학의 기계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일본의 특유의 근면, 쫀쫀함등으로 전투기 설계의 기본인 기체역학을 계속 발전시켜 유체역학의 전분야에 대해서 이삼십년의 끝없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 개발한 것이 세탁기, 전기밥솥, 냉장고 등등이다.

생각해보면 맞는 것이 세탁기는 유체의 흐름이고 전기밥솥과 냉장고는 기체의 흐름이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설계하고 생산된 가전제품이 남의 제품을 보고 비슷하게 만든 제품과 어떻게 같을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가전제품에서 그리 고난도의 공학적 지식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유체의 흐름을 고려하여 설계한 세탁기가 그냥 대충 만든 세탁기 보다 탁월한 세탁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의 유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절대절명의 순간에 실수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우물안의 개구리들은 자기도취나 자기합리화에 빠져서 이러한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나는 세상에서 경멸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나를 포함한 ‘동네 구조 대가’들이다. 토목이 살아있는 어디를 가나 그 동네의 구조 대가들은 있다. 역학문제 몇 문제를 풀어보고, 그 내용이 어떤 식으로던간에 자식의 프리즘을 거쳐서 이해가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면 마치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찾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다가 대학원에서 구조를 전공했다던가,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착각이 드디어 경지에 오른다. 구조에 무관심한 현장 기술자들에게 한두번 자문을 해주면서 자신의 말이 통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면 이제는 구제불능이다.

참 인간쓰레기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시방서를 집필한 사람이 시방서의 집필배경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시방서의 내용을 자신이 이해한 대로 고집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보았고, 각종 식의 유도과정에서 기본가정에서 어긋나는 분야에 적용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철근비 As/bd를 교각의 원형단면에 대해서 적용하는 사람은 이야기 거리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아주 간단한 것에서 착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초가 없기 때문이며 글자 그대로 사상누각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아주 표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적응이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표준을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오해나 착각으로 표준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유추하여 무리하게 적용하게 된다.

나 자신이 과연 문제의 본질을 알고 있는 구조 기술자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 몇몇 문제가 있었다.

1. 원형단면 철근 콘크리트의 철근비
2. 복철근에서 중립축이 압축철근 위로 올라가는 경우
3. 피로설계시 활하중 문제
4. 현수교의 구조 해석법
5. 사장교의 케이블 장력 결정법
6.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의 파괴강도 결정법
7. PM 상관도 작성법, 또는 원형단면 해석법
8. 삼각형 단면의 전단응력 산출

이러한 문제에 닥쳐서 해결할 때마다 참 놀라운 지식의 세계가 숨겨져 있었고, 절대로 시방서의 내용을 임의로 끼워 맞춰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았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본질은 내가 책을 읽거나 아니면 나에게 강의를 해준 교수들이 해당문제의 본질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이 이해하였다고 착각한 내용으로 잘못 전달하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합리적인 사람인가 아닌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는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다음 문제를 풀어보기를 바란다. 한 이분이면 답을 생각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세개의 상자가 있다.

상자 가운데 하나에 동전이 숨겨져 있다. 나는 세 상자 가운데 어디에 동전이 숨겨져 있는 지 알고 있고 당신은 모른다.

당신이 세 상자 가운데 하나를 임의로 고른다. 그러면 나는 나머지 두 상자 가운데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상자 하나를 당신에게 가르쳐준다.

(당신이 고른 상자에 동전이 있다면 나머지 두개가 모두 빈 상자이므로 나는 두 개의 빈 상자 가운데 아무 것이나 하나를 당신에게 가르쳐 주고, 당신이 빈 상자를 골랐다면 나머지 두 상자 가운데 빈 상자를 가르쳐 준다. 이렇게 설명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신다면 슬픔이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다가온다.)

그렇다면 당신이 처음에 고른 상자에 동전이 있다고 고집하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당신이 고른 상자를 포기하고 내가 빈 상자라고 가르쳐준 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한 상자로 당신의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고집하던 바꾸던 똑같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동네 구조 대가들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몇몇, 아주 드문 날카로운 본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확한 답을 낸다. 더 슬픈 것은 동네 대가들의 상당수는 답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바루흐 ()

      으...저도 동네 구조 대가네요. 마지막 부분에서... 확률이 같은걸로 생각했는 데 조금 생각해 보니 1/3 과 2/3로 큰 차이를 보이는 군요.

    직관은 틀릴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판단력은 개연성을 개연성으로 두고, 확실한 것으로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가능성을 남겨둔채 경험을 거듭하게 되면 어느 때인가 자연이 우리에게 보다 선명한 증거들을 제시해 줍니다. 그 때 확신하면 되겠지요.

    그렇지 않고 하나를 보고 열을 다 안다고 생각하거나 열을 보고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직관은 좋지 않습니다.

  • 고비 ()

      이문제 정말 신기합니다.
    ^^

  • 고비 ()

      이런문제 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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