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듣고싶습니다.

글쓴이
대갈
등록일
2004-08-11 11:22
조회
1,518회
추천
9건
댓글
7건
좀 뜬금없긴 하지만, 어떤 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차이를 볼 수 있는, 일을 하다가 자주 만나게 되는 상황 한 가지를 상정하고, 이에 대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가령, 누군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고 가정합니다. 이걸 회의나 미팅시간에 간단하게 소개하는데, '이러 저러한 부분에서 요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앞으로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을 해볼까 합니다.' 하고요.
일단 이 아이디어는 경험적으로 비춰보아 '그럴법한' 것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아직 그게 생각대로 되줄지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 검증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로직으로 보아 잘 될 개연성이 보이는 아이디어라고 합시다. (단, 실패했을 경우엔 시간과 비용에 손해가 있을 수 있는.......)

이 경우에 A라는 사람이 '내가 전에 그와 비슷한 일을 해봐서 아는데, 그 일은 해 봐야 잘 안될거다. 좀 아는 사람 같으면 그런 일은 시도도 안해볼 것이다.' 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해봐야 안된다는 근거 역시, A의 경험에 있기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A의 경험은 또 무시할만한 수준도 아니라고 가정하기로 합니다.

반면에 B라는 사람은 '내 생각엔 이러 저러한 제안자의 논리로 보건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A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경우 B는 A가 지적한 분야에대한 경험은 A보다 적다고 하죠. B의 대안이란것도 역시 검증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합시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이라는 자원을 가지고 제안된 그 아이디어를 검증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할 때, 어떤 태도가 좋을까요? 너무 막연한 상황 설정이라 사안별로 다르다는 대답이 많을것 같긴 하지만, 답을 다실 분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 innovation ()

      Fact Base 접근방법에 따르면, A와 B의 의견은 둘 다 Fact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의 실행여부는 아래와 같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 목적/ 목표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그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것이 한정된 시간과 인력이라는 자원내에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왜냐하면, 목적/ 목표의 달성확율을 높여주기 때문임) 물론, 한정된 시간과 인력이라는 자원을 쪼개는데 부담이 크다면, 아쉽지만 그 아이디어의 실행은 다음기회로 미룬다. (역시, 그러는 것이 목적/ 목표의 달성확율을 그나마 낮추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임)

    2) 목적/ 목표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지는 않은 경우: 무조건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아이디어의 실행 결과는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소중한 Fact가 될 것이기에, 목적/ 목표를 분명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임)

  • 대갈 ()

      옷. 저렇게 깔끔하게 말씀을 해 주시니 시원한 느낌이 드는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말씀 해 주신 내용 중에 몇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fact base접근법에서 A와 B의 의견이 둘 다 fact라고 볼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 fact 라는 것의 정의랄까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요?

    그리고, 제가 답변에서 받은 인상으로 느끼기엔 '바로 지금 이 일과 완전히 같은 것'에 대한 경험 외에는 일단 fact가 아니라고 보는것 같은데, 맞게 본건가요?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었는데, 제 생각만큼 복잡한 문제는 아닌가보군요. 실제로 회의를 하다보면, 저런 식의 다툼이랄까 충돌은 쉽게 보게 되는 것 같은데요. innovation님의 답변이 너무 깔끔하고 똑 떨어져서 더 뭐가 있을지 저로서는 상상이 안가지만, 혹시 innovation님의 관점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신 분이 계시면 답변 달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 innovation ()

      흠... 문제의 해결( 목적/ 목표의 달성 )에 필요한 fact는 누구나 100% 확신할 수 있는 것( 형사 사건에서 물증 )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만... ^_^ 

  • innovation ()

      그런데, 실 상황에서는 문제해결( 목적/ 목표의 달성 )에 필요한... 보석과 같은 fact가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불확실한, 게다가 부정적인 정보들이... 자욱한 안개 속에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이럴 때, 우리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어디까지나 문제해결( 목적/ 목표의 달성 )에 촛점을 맞추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대갈 ()

      그렇군요. 사실 제가 알고싶어 하던 것은,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감'이란 것을 포함해서 어떤 분야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랄까. 축적된 (개인적인) 노하우랄까 그런 것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에 대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반면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두 측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힌트도 좀 얻을까 했고요. innovation님의 명료한 답변으로 하나의 준거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 합니다.

    innovation님께서 말씀하신 fact란 것이 누구나 100% 확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fact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성향중에도, 가령 다른 사람의 결과을 어떤 보고서나 논문으로 접하면 직접 계산 해 보고, 실험 해보고 확인 해 봐야 믿는 사람이 있고, 혹은 그 사람의 평소 명성이랄까 여러가지 정황 증거상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는것 같습니다.

    과학 기술인이라면 일단 전자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그 검증이나 증명이 용이치 않음에도 이를 받아들여야 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은것 같습니다. 더구나 지금 대하는 문제가 단순한 연구의 분야에 한정 되는 것이 아니라면, 가령 개발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제품의 시장 전망에 대한 서로 다른 애널리스트들의 상반된 분석 결과를 대할때나,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된 새로운 공정 도입에 대해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첨예하게 대립 될 때,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기한을 얼마 안남기고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어, 전환적 타개책으로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팀원간에 윗 본문과 같은 의견차가 있을 때 등 검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 합니다.

    이런 상황들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란 것도 결국 지금 내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아무리 fact를 모아본다고 해도 특히 그 '합목적성'에 대한 평가의 부분만큼은 결국 의사 결정권자(들)의 개인적 주관이 강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첫째로는 나의 의사 결정의 준거가 되고, 둘째로는 타인을 납득시키는 근거가 될 만한, 그러니까 '이걸 해야 하는데 소심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이나, '해 봐야 소용 없는 일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한다...'는 생각, 혹은 제 삼자의 '왜 그걸 하는데?/했는데?'하는 뒷말 등... 그 어느 편이건 잠재울 수 있는 깔끔한 무언가를 찾고자 함이었습니다.

    두서 없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공부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답글 주신 innovation님께 감사드립니다.

  • innovation ()

      감사합니다. ^_^

  • innovation ()

      "기업의 이익(Profit)은 불확실성(Uncertainty)과의 성공적인 교전에서 창출된다."

    - 프랭크 나이트( 1885~1972, 미국의 경제학자, 시카고학파 창시자 ) -


    (4)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는 바위처럼 ... : 클라우제비츠( 1780~1831 )의 전쟁론( on War ) 중에서

    -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계속 논의되는 이 어려움이 실제로 어디에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전쟁에서는 이론상 터무니 없고 진리가 아닌 모든 것들이 실제로 나타난다. 부대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가장 하찮은 사람들이 일을 중단시킨다. 이 심한 마찰은 기계학에서와 같이 몇 개의 지점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이는 곳곳에서 우연과 접촉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계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 대부분이 바로 그 자체가 우연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 전쟁의 모든 상황은 확실한 결과가 아니라 가능성의 일부이다. 확실성이 부족한 것은 우연이나 운명에 맡겨야 한다. 항상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경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이는 엄청난 실수를 불러올 수 있다. 가장 과감한 행동 방향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전쟁에서 입수하는 정보는 모순된 것이 많다. 심지어, 그 중에는 명백하게 틀린 것이 더 많고 대부분 상당히 모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교는 일정수준의 식별력을 지녀야 한다. 이 식별력은 인간과 일에 대한 지식과 훌륭한 판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믿으며, 나쁜 소식을 다소 과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나쁜 소식들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빨리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나쁜 소식( 위험 )은 분명한 이유도 없이 자욱한 안개 속에서 파도처럼 계속 밀려든다.

    -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는 바위처럼, 사령관은 자신의 내적 신념을 확고히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탄력있는 성격을 타고났거나, 전쟁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단련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스스로 두려움을 버리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확고한 자신감을 통해 순간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

    - 평범한 자질은 불충분하며, 주어진 활동 범위가 클수록 이는 더 분명해짐을 알 수 있다. 위험에 대한 오랜 경험뿐만 아니라, 열렬하고 냉철한 타고난 용기와 오만한 야망, 이 모든 것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행한 모든 행동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


    [출처] CLAUSEWIZT ON STRATEGY ( The Boston Consultig Group. Inc. )
    - 번역서 : 클라우제비츠에게 배우는 전략의 지혜, "전쟁과 경영"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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