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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에 침투한 선동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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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작성일2005-12-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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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국민들을 혼란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황우석사태의 근본원인은 연구팀의 단순한 실수나
PD수첩의 강압적 취재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학계와 언론, 정부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된 비정상적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과학은 과학자 출신이 아닌 일반 국민은 물론 기자들 또 정부관료들 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취재원인 과학자 자신이 과장이나 기만을 하지 말아야 하는
 1차적  책임이 있고 다른 과학자들은 언론보도에 잘못이 없는지 감시하는 최종적 파수꾼 역활을
수행해야한다. 필자와 여러사람은  이를 위해 알게 모르게 수년전부터 과학보도 비평을 위해  노력해왔고 만약 학계가 이런 자정노력이 없다면 언젠가
국민들이 언론과 과학자를  모두를 불신하는 사태가 올거라 경고했었다. 
과학자나 소속기관은 연구비 확보를 위해, 언론은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해, 정부는 이공계위기를
해결이라는 업적을 위해 잘못된 보도가 나가도  묵인해왔다. 이런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하는
 학계는 온정주의와 학연, 지연에 얽힌 인간관계 때문에 침묵을 지켜왔고 공개적으로 딴 사람의
 학문적 업적을 검증하는 것 조차 극도로 꺼리는 풍조를 유지해왔다.
최근 인위적으로 스타과학자를 만들려는 정책때문에 특정 과학자의 사회적 발언권이 점차 강해지면서
잘못된 보도가 과거처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결과
형성된 국민들의 빗나간 애국심이 한국과학의 정상적인 작동조차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성이 없는 PD수첩의 검증에 대해 과학은 과학자에게 맡겨야한다고 외치던 언론들이 정작 과학계가 검증하러 나서자 그걸 반대하는 여론을 은근히 조장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과학문제를 여론조작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며 과학에 전체주의적 선동정치를 도입하는 꼴이된다.

과거의 예를 보자. 
벨연구소에 근무하던 쇤은 네이처, 사이언스등에 20여편의 획기적인 논문을 게재해 노벨상이 유력시되던
인물이었으나 과학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논문이 이상하다는 반론이 제기 됐고 쇤이 근거제시를 거부하자
급기야 벨연구소가 제3의  과학자에게 논문검증을 의뢰해 조작을 밝혀냈다.
비슷한 예로 복제양 돌리 연구의 진실성 의혹이 나돌자 윌머트 팀은 공개적으로 DNA검사를 함으로써
의혹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이상의 예에서 보듯 논문에 실린 데이타의 진위검증 요구는 같은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 재반론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학계의 근거있는 의혹제기 만으로도  충분하며 데이타가
가짜가  아니란 증명은 연구자  자신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 의혹을 제기하는 쪽이 밝혀내는 것이
아니다. 이 논란들에서 어디에도 후속연구로 검증하겠다던지 사이언스가  불쾌해한다는  얘기 없었다. 만약 연구자가  어떤 핑계를 대던 데이타가 옳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던지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검사를 거부한다면 데이타가 조작됐다는
반증으로 여기는게 학계의 상식이다.  사이언스가 이미 밝혔듯이 학술지는 데이타의 진위를 검증하는 곳이 아니라 데이타가 사실이란 전제하에 논문의 과학적 중요성과 건전성을 심사하는 곳이다. 데이타조작은 과학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치명적 잘못이기에 정상적인 과학자라면 감히 엄두를 못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쇤의 조작을 사이언스지가 아니라 벨연구소 자체에서 밝힌 이유고 사이언스가  황교수논문의 데이타 진위여부는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이 밝혀야한다고 한 이유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자체조사를 하고 서울대 교수들이 자체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쇤의 조작을 벨연구소가 아니라 외국에서 밝혔다면 벨연구소 뿐 아니라
 독일과학계는 데이타 조작 하나 밝혀
내지 못하는, 자체 정화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과학후진국이란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딴  벨연구소 과학자나 독일학자들의 논문도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황박사측의 입장이나 관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해서 이런 과학상식에 어긋나는 주장 즉, 사이언스가 검증을 마쳤으니 더 검토할 필요없다던지, 후속연구로만 검증된다던지,
  논문에 대한 반론은 사이언스에 반론논문을 실어야 가능하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마치
진실인양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정부나 서울대 또한
검증문제를 과학계에 맞기자면서도 과학계의 검증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 결과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들은 이런 잘못된 정보에 의지하여
정당한 의혹을 제시하는 학자들의 정상적인 과학활동을 매국행위나 시기심에 의한 행동으로 오해하고 매도하고 있다. ( 황박사의 아침메뉴가 학계의 검증요구보다 더 크게 보도되는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
이야말로 특정 과학자 개인이나 특정 성과물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상식이 없는 국민들을 선동해
한국과학전체를 통채로 수렁으로 밀어넣는 반과학적인 행동이다. 황박사가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라 해도
한국과학의 현재와 미래와 맞바꿀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나치독일에선 전문지식없는 독일국민들이 언론을 동원한 교모한 선동에 넘어가 유태인 과학자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책을 불살랐다. 구소련에선 진리로 여겨지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거슬리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유형지로 보내졌다. 지금도 북한과학자들은 논문에 수령님 어쩌고 하는 서문을 실어야하고 감히 주체사상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는 어디론지 끌려간다 한다. 황박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격리시켜야한다는 모 정치인의 섬뜩한 주장을 들으면서  한국과학자들이 이런 얄팍한 국익론 뒤에 숨은 전체주의 악몽을 떠올리는건 지나친 망상일까?  과연 나치독일과 구소련의 당장의 국익론이 장기적으로 이들국가의 이로웠는가?
언론에 의해 소경을 눈뜨게 하고 앉은뱅이을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수십조의 돈을 벌어다 준다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우상화된 황박사 자신은 과연 자기연구에 대한 비판 자체가 원천봉쇄된 이런 상태가
정상적인 과학이라 여기고 있는걸까 묻고싶다.
 황박사 자신이 과학자라면 이런 무오류, 무비판의 상태 자체를 불쾌하게 여겨야하지 않을까?
나로선 황박사 연구가 진실된지 아닌지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사실 그건 부차적인문제인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과학계의 자정기능이 언론을 통한 여론선동에 의해 그 기능이 마비되고 거세되는 참담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학계란 학술지에 논문을 한번 실음으로써 끝나는 곳이 아니라 과학자간의 통신, 세미나, 학회 등을 통해 공격과 방어가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고 그 지리한 전투를 견더낸 연구만이 인정 받는 곳이다.
국제학회에 가보면 같은 국적의 과학자들조차도 대판 싸우는 걸 가끔보게 된다.아무도 같은 나라 사람끼리 싸운다고 비웃지 않는다.황박사의 말의 순서를 바꾸면
과학자는 국적이 있지만 과학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즉 과학계에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존재하며 그건 난자채취에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논문작성에거 검증에 반론에 재반론까지 전과정에 적용되는 것이다. 
윌머트가 그랬듯이  줄기세포 확인과 DNA검증으로 하루안에 논문데이타의 진위여부가 검증되며 국민들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멈추게하고  자신의 누명벗기가 쉽게 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또 학계에서 요구함에도 그걸 거부하는건 학자로서의 자 존심에도 맞지않다.  학자의 자존심은 딴 과학자들의 정당한 검증요구를  거부함으로 지켜지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검증요구에 응해 멋지게 과학 적으로 방어함으로서  지켜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거짓없는 과학자라면 자기 데이타의 진위를 묻는 요구에 이런 저런 핑계대며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그걸 나서서 막는건 더더욱 이상하다. 내 샘플을 줄테니
너희들이  DNA검사 얼마든지 해보라 던져줘야한다. 줄기세포 몇개는 이미 미국에까지 가있고 이미 두차례 DNA검증 시도했어도 황교수 연구실 안 망가졌다. 왜 거부하는지 학계는 도통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황박사 지지자들과 황박사연구팀은 연구의 진실성을 믿는다면 아무것도 두려워할게 없다.
반대로, 믿고 싶지 않지만, 만약 뭔가 거짓이 있어 검증을 거부한다고해도  딴 한국과학자들까지 침묵함으로써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공범이 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과학자라면  과학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해못하는 비이성적인 여론의 장막뒤에 숨지않고  스스로 당당히 나와 도전에 응해야 마땅하다.

댓글 7

로이드님의 댓글

로이드

  사이엔지 초기에 토의되었던 과학기술의 권익 향상에 대한 의견들이 생각납니다. 여러 토론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사회적으로 과학적 합리성이 보편화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생각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이공계 기피 해결책(?)으로 정부에서 추진했던 스타과학자 만들기는
일단 그 목적적 의미에서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과학이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다"는 생각을 가졌던 메타과학자 (MBC/민노/프레시안) 만큼이나 현재보여주는 다수의 국민들의 행동은
'국익'이란 단서아래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듯하게 보여 씁쓰레해지네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회에 과학적 합리성이 보편화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에휴~ 

정문식님의 댓글

정문식

  이재원님 및 로이드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과학 및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경제,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과학적 합리성의 내면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책은 과거 군사정권의 '사이언스 키드 신드롬'의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논란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고 뭐라고 할 말도 없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루머에 휘둘리거나 감정만 앞서는 무의미한 논쟁을 자제하고, 과학자들의 손으로 검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들의 의식 속에 과학적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내면화되었으면 합니다. 행정, 경제, 사회 등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 합리성이 내면화되지 않는다면 '잘' 살기-경제적 풍요를 넘어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3류코더님의 댓글

3류코더

  문화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 나라에서 과학이란 돈벌이가 될 기술의 줄임말일 뿐이니까요.
 이번 사태도 황교수가 돈벌이가 될 것 같은 연구가 아니라 "상대성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이론"같이 대단한 내용이긴해도 돈벌이가 안될 것 같은 내용이었으면 노벨상 받았대도 지금처럼 난리는 아니었을겁니다.

정부도 나서고, 이공계 위기 운운하지만 다 "돈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과학 기술만 얘기하고 있을 뿐이죠. 이공계 인력이 줄어들어 앞으로 먹고 살 거리가 없어진다라는 수준의.

과학 문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황우석교수 같은 사람과 사태는 꾸준히 발생할겁니다.

정문식님의 댓글

정문식

  과거 스탈린 정권 하의 소련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이른바 'DIAMAT'(변증법적 유물론)라는 박제된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생명과학을 죽여버린 일(리센코 사건)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엄격한 과학적 합리성에 입각한 역사 및 사회 현상 탐구를 지향하는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최대의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마르크스는 역사학 및 사회과학에 관해서만 유물변증법적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 자연과학에까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엥겔스, 레닌이 '자연변증법' 및 '유물론과 경험론 비판'이라는 책에서 '오버'를 한 후, (물론 엥겔스와 레닌이 자연 현상을 사회과학적 논리에 끼워 맞춘 것은 엄정히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사회과학자로서의 업적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스탈린 정권에 들어와서 'DIAMAT'을 교조적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놓고, 거기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모두 처형하거나 굴라그에 처넣는 만행을 저질렀져... 1953년 스탈린이 죽은 후, 알튀세르를 비롯한 서유럽 마르크스주의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DIAMAT'은 철저한 비판을 받고 사라졌지만, 그 후유증으로 소련의 생명과학은 거의 발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 당시 소련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에 자신의 연구 결과가 'DIAMAT'으로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지 '입증'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예 논문으로 출판될 수 없었고, 만약에 출판했다면 NKVD(소련 내무인민위원회 소속 비밀경찰. KGB의 전신)에 의해 생을 '마감'해야 했져...)

'DIAMAT'과 '리센코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전에 최성우님께서 사이엔지에 잘 정리해 주셨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전평님의 댓글

관전평

  침묵의 카르텔이 아니라 상생의 카르텔이죠.  스타 고학자를 키우고, 관련 자들도 함께 뜨는 그런 카르텔말입니다.

이재원님의 댓글

이재원

  그래서 뜨고 있습니까? 설령 그런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뜬 것 처럼 보여도  그 끝은 조직사기단 이상이 되지 못합니다. 최근 5년간  한국 언론에서 노벨상급 업적이라고 나온 것중 몇개가 살아남았습니까? 황박사 업적이 그나마 사실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그도 확신을 못갖겠네요.

oops님의 댓글

oops

  펍니다,,,<a href=http://politizen.org/ target=_blank>http://politizen.o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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