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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과학홀리건"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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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쟁이 작성일2006-01-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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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나 이태리 축구장에서 홀리건들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을 티비에서 보며 혀를 차면서

축구가 뭐길래 저렇게 선수, 심판을 폭행하고 관중석에 불지르고 패싸움까지 할까 의아해본 적이 있다.

내생각으론 이들 국가의 정치 경제적 불안이 탈출구를 찾는 선량한 국민들을 홀리건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다.

홀리건 입장에서보면  첨에는 단순히 즐기기위한 스포츠였던 축구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면서 마치 축구게임의 승패가 자신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도 되는 양 착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게다.

(한국에선 게임에 빠져 실공간에서 상대방을 칼로 찌른 사건도 있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사건이다.)

그 배경엔 이들 나라의 정치권이나 언론이 은근히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사회병리적인 집착을 이용하려

는 풍토가 있다고 본다 (소위 3S정책이다.).


어떤 시민이 모방송국에 들어와 황우석보도에 항의하며 음독자살을 기도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또 막노동

한다 는 어떤 아저씨가 소주마시면서 황우석사태때문에 괴로워하며 과학자들을 욕하면서 쓴  댓글을

 보면서 난 축구장의 홀리건들을 떠올렸다.

누가 이들을 자기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 필요도 없는 매우 전문적인 과학문제인 줄기세포논문

 조작사건에 집착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게 만들었는가? 누가 이들을 "과학 홀리건"으로 만들었는가?

(생명공학은 축구룰보다 훨씬 어렵다.)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는 그 긴 이름만큼이나 어려운 최첨단 과학분야로 20년간 과학공부하고

여러 과학보도의 오류를 지적했던 나도 생명공학전공이 아니라 아무리 논문을 열심히 읽어도 완전하게는

 이해를 못하는 분야다.

하물며 과학자가 아닌 그 음독시민이나 막노동아저씨가  이 문제를 이해는 커녕 과연 영어로 쓰인 논문제

목이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언론인들도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 황우석 사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선 생명분야를 전공한 대학원생 이상의 사람 또는 이들로 부터 전문

적인 자문을 받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 뿐이다.

(나를 포함한 타전공 과학자들은 과학방법론에 입각해 일반론을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황박사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제대로 이해할 역량도 없으면서도 이 문제

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착각, 또 자기들이 반드시 나서서 해결해야된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

다. 황박사를 지지하는  촛불집회에 나온 어린이들이 줄기세포에 대해 제대로 알까? 아닐 것이다. 그럼

그 고사리 손을 잡고 나온 부모는 사정이  크게 나을까? 혹시 그럴거라 생각되면 다음 상상을 해보라. 힘

든 하루 일을 끝낸 어떤 막노동 아저씨가 삼성전자의

 70나노 CVD공정장비 (가정으로 조작이 있었다치자) 실험데이타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고민한다면...

 이 분이 아무리 고민하고 신문기사 열심히 본다 해도

직접 본적도  배운 적도 없는 장비를 누가 왜 어떻게 조작했는지 어떻게 제대로 판단한단 말인가?

더 나아가 전문지식이 전혀없을  이분이, 장비를 검사한 서울대 전자과 교수들의 전문성을 의심하고 촛불

집회에 참석해 서울대 교수들을 비난한다면  이건 어이없는 한편의 블랙코메디일 것이다.

지금 황우석 광팬들의 어이없는 행동은 마치 이 아저씨의 행동과  비슷한 것이다. 줄기세포연구가 반도체

연구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것도  아니며, 국익입장에서 따지면 오히려 반도체 장비쪽이 훨씬 더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 대다수는 당장의 국익이 걸린  삼성의 반도체공정이 설령 문제가 있다해도 알지도, 고민

하지도 않을거면서 왜 돈벌어줄지도 의심스럽고 조작으로 밝혀진  줄기세포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이렇게 순진하고 애국적인 국민들이 자기들과 직접적인 상관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문제에 지

나치게 걱정하고 고민하게 유도하는 이런  "비정상적 사회"를 만드는 자체가  국익을 해치고

국민을 괴롭히는 악행이다.

논문을 조작한 과학자들은 자기연구의 홍보와 잘못의 변명을 위해  비전문가들인 국민을 끌여들여 여론몰

이를 하려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자신들이 과학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국민들

에게 줄기세포연구의  의미를 과장포장해왔다. 언론은 황우석관련 보도에서 선정적 애국주의, 국수주의

를 상업화 했고 결국 이들의 잘못으로 일부 국민들은 황우석연구팀의 체세포복제줄기세포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게됐다.

그럼에도 과학계는 이런 잘못된 보도를 지적해줄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지켜

만 봤다. 결국 이들 모두가 국민들을 속인 거나 속는 걸 못 막은 공범인 것이다!

현명한 국민들이라면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지금이라도 국민들 모두 생명공학과 대학원에 등

록해 줄기세포  공부를 해야하는가? 아니면 신문특집란 몇개 읽고 줄기세포 전문가인양 착각해서 학자들

의견 무시하고 자신의 지식과 판단력을 과신해야하는가?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반도체문제는 그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전자공학자나 물리학자들에게,

줄기세포문제는 다양한 입장의 생명과학자나 의학자들 사이에서 토론과 논쟁과 조사를 통해 결판이 나게

만들어야하지않을까? 전문가들이 제  구실 못하고 비전문가들이 날뛰는 사회는 그 원인이 뭐든 건강한

사회라 볼 수 없다.

과학논문조작은 여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건이고  그 자체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은 침묵하

고 비전문가들이 개입해서 설치는 바람에 논문조작문제

하나 학계에서 조용히 처리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사회병리적인  낙후성이다.


아무리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축구선수래도 약물쓰고 심판폭행하면  반칙이고 퇴장감이다.

퇴장당해야 할 선수를 퇴장시킨 심판을 매국노로 욕하고 퇴장을 반대해 경기장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면

그들은  더이상 관중이 아니라 홀리건들이다. 이렇게 경기장 난동을 부리면 어느 나라가 한국팀과 축구경

기를 하려 들겠고 어떤 축구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맘놓고 뛸 수 있겠는가? 과학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북한처럼 폐쇄국가로 갈 것이 아니라면 국제과학계의 글로벌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 선진국에서

는 논문조작 한 과학자는 학계에서 영구퇴출되며, 일반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가들을 무시해

버리고 과학문제에 개입하는 어리석은 일을 일으키지 않는다.

난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일부국민이라도 논문조작자를 옹호하는 시위를 했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고

조작자들이 기자회견하면서 대국민방송하는 예를 본 적없다. 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혹자는 황우석사태가 이미 국민적인 문제가 되어 과학계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

태의 진짜 핵심은  애초에 국민이 고민할 성질의 문제가 아닌 것을  국민적인 문제로 의도적으로 확대된

그 "상황자체"이므로 따라서 문제해결의 단초는 이 문제를 과학계의 자정기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을 믿고 맡겨주고 국민들은 각자의 전문분야로 또 일상생활로 편안히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공상, 능력상 판단할 수 없는 문제를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쓰고 해결해야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니 맘이 괴롭고 답답한 것이다. 


축구경기장은 축구선수들과 심판이 뛰어야 하는 곳이듯이 과학계는 과학계의 룰에 따라 과학자들이 서로 견제와 비평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곳이어야 한다. 심판판정이 맘에 안든다고 반칙한 선수가 관중을 그라운드로 내려오도록 유도하는건

올바른 직업윤리를 가진 선수가 할 짓이 아니다.  과학홀리건들은 이제 경기장을 선수들에게 돌려주고 관중석에서 심판과

선수들이 이 문제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할 것이다. 과학이란 경기자체를 즐기란 얘기다.
 


ps. 끝으로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에게 묻고 싶다. 그 아이가 커서 만약 과학자가 되려한다면 뭐라

충고하려는가?

거짓말과  논문조작을 하더래도 국익을 내세우고 말솜씨 좋으면 다 용서되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  황박사를 본받으라고

할건지,  아니면 설령 저명한 과학자가 못 되더래도 남을 속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가르칠건지.

국민들이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이문제를  지켜보는 어린 한국과학도들이 장차 진리를 탐구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지 아니면 거짓말과 언론플레이에만 능한 국제사기꾼으로 성장시킬지 결정할 것이다.
 

댓글 8

Simon님의 댓글

Simon

  거짓과 언론플레이에 능하면 성공, 그것도 크게 성공한다는 대표적 사례로 황우석 씨가 우뚝 섰죠. 황까하는 쌔끼들, 고지식하고, 서양것만 좋아하고, 쥐뿔도 없는 것들이, 황우석이 까는 재미로 산다는 식의, 별 알맹이도 없는 것들이, 뱃대지만 아파서 시기 질투한다는 식으로 몰죠.

그런 분위기, 그런 환경의 사회에서 뭘 배우고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Simon님의 댓글

Simon

  서영석이 얼굴과 글에서 노무현을 읽어요.
서영석이 글을 계속 읽으면서 2003년 대선을 생각합니다.
그럼 제 눈은 제 손을 바라보게 됩니다. (몸이 부르르 떨리죠)

...

말을 맙시다.

돌아온백수님의 댓글

돌아온백수

  황구라 쓰러질뻔 한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주요 언론들이 부정확한 보도로 황구라를 건져내고, 또 건져내고....

황빠니 황까니 하면서 국민들이 익숙한 이분법적 구도로 사건을 우습게 만들어서 결국 게임의 룰도 잊어버리게 만들었죠.

사실 거짓말에 너무 너그러운 대한민국 국민들의 태도는 이용당했다는 것으로 설명될수 있습니다. 측은할 뿐이죠. 태생적으로 거짓말에 너무 익숙한 정치인들과 언론인들도 원래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우 이제서야 사퇴한 박기영보좌관, 그리고 아직까지도 징계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서울대는 설명이 안되죠. 지들이 왜 여론의 눈치를 봅니까?

앞으로도 과학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Dr.도무지님의 댓글

Dr.도무지

  흐흐... 그러게 왜 찍으셨습니까?

하긴 근데 찍을 인간이 없었죠.

고약상자님의 댓글

고약상자

  아~ 로그인 해버렸다. 일단 추천 한방 꽝! 무슨 물리전공한다는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쓰나 좀 질투가 났다. 황박사를 보며, 과학이 어떻게 정치화되는지, 사소한 데이타조작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한국 과학계에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황박사 이사람...

관전평님의 댓글

관전평

  저도 추천 꾸욱

Simon님의 댓글

Simon

  물리하신 분들이 똑똑하고 글잘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글들이 탁월하죠.

물리쟁이님의 댓글

물리쟁이

  헉. 과찬에 챙피합니다. 제글이 전반적으로 냉정하지 못하고 공격적인데가 있어 개선중입니다. 여기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 어떻게 하면 저리 글 잘 쓸까 관찰중입니다. 저와 비슷한 홀리건 생각을 이전에 했던 분이 있네요. 전 피디수첩 사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한번 읽어보십시요. <a href=http://cafe.naver.com/pdnot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128 target=_blank>http://cafe.naver.com/pdnot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512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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