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실감각

글쓴이
Will
등록일
2006-02-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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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와서도 오래 살아 있어서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면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인들의 다수에게조차 쉽게 없어지지 않는 한국인들의 특성이 한가지 있는데. 어떤 목표(Goal)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는 데 현실파악 문제에 대해서는 그에 비해서는 비중을 꽤 적게 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좀 극단적인 예로 어떤 분의 예를 들자면, 이 분은 MBA과정을 이수중인데, 물론 국가에 빚을 얻어 이수하고 있는데 미국의 MBA과정보다는 싸지만 꽤 만만치 않은 학비의 빚을 지게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분의 경제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즈니스스쿨에서 가장 중요한 첫학기에 애가 새로 태어나는 바람에 전체 과정의 기초가 되는 중요과목들에 관해 타격이 상당했습니다. 결국 이 분 비즈니스스쿨전체 과정의 성적은 처지게 되었고 꽤 비싼 학비 Loan의 부담이 남았습니다. 문제는 이제 MBA degree를 받더라도 그 성적으로는 취업에 degree의 도움을 받는 것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문제는 그의 배우자되는 분은 이 곳에서 괜챦은 취업할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학업때문에 그것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분의 MBA과정에의 입학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온지 그다지 오래된 게 아니므로 영어가 대단히 유창한 편은 결코 아닙니다. MBA의 졸업후 취업률이 영주권 없는 인도계가 영주권 있는 한국계보다 높은 것 같다는 MBA과정 학생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학기에 아이를 낳는 우를 범했습니다. 아이의 태어남이 불가피한 상황이면 빨리 휴학을 했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아이 몇살위에 애가 또 있었으므로 그가 제대로 공부를 할 여건이 될리가 만무했습니다.

결국 이 분은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비즈니스 스쿨의 MBA학위를 빨리 받아야한다는 목표에 집착하여 본인의 현실을 간과하여 중대한 실수를 몇가지를 저지르게되었습니다.

이는 좀 극단적인 예이긴하지만, 자기 아이는 뭔가 특출난 재능이 있을 것이라는 막무가내식의 믿음이 강한 한국의 많은 부모들에게도 자주 드러나는 것입니다. 여기 캐나다에서 한국 부모들의 다수가 애가 공부 좀 잘하면 본인의 적성이나 흥미에 관계 없이 치과의사를 시키고 싶어하는 경향이 너무 강한 것은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 보여집니다.(참고로 캐나다 특수직능대학원중에 Dental School이 입학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 다음에 Medical School이고 약사나 법률가과정의 입학은 그 보다는 처지지만 역시 어렵습니다.약대는 한국 약대보다 입학 경쟁이 더 세고 법률가되기는 한국보다는 쉽습니다.)   

과거 경제개발시기에 현실에 대해 너무 많은 고찰을 하다보면 비관적이 되기 쉬었고, 목표만 보고 오로지 일로매진하기에 바쁘고 그에 의해 경제발전을 얻어낸 그러한 부작용일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고 힘든 점이 많기에 현실을 직시하는 게 괴로운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파악이 어느 정도 이하로 미흡한 상황에서 뭔가를 해보려다가는 위에 언급한 어떤 분처럼 낭패를 볼 가능성도 상당한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질문이 훌륭하면 답은 이미 반은 얻어진 것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의 의견에 이의가 있는 부분이 많지만, 최소한 이 말은 음미해볼만한 말이라고 봅니다.

  • 김선영 ()

      질문이 훌륭하면 답은 이미 반은 얻어진 것과 같다란 말 꼭 기억해둬야겠습니다.

  • Will ()

      우연히 미국 최대 다단계 판매 회사의 홍보물을 본 적이 있는데 성과가 가장 좋은 25개팀(부부 혹은 싱글)의 사진 중 5개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었습니다. ㅡㅣㅡ;;;

    좀 그렇더군요. 참고로 그 홍보물 보여주며 저를 다단계로 꼬시려고 했던 이는 인종적으로 봐서는 코카시언이었습니다. 

  • 돌아온백수 ()

      맞습니다. 한국인들의 특징이죠. "어떻게 되겠지, 갈데까지 가보자." 라는 무댓뽀 정신과 체면을 중요시하는 허장성세 두가지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댓뽀 심리가 개척으로 이어지면, 아주 바람직한 결과가 되고, 체면도 질서와 함께 하게 되면, 훌륭한 honor system으로 승화될 수 있죠.

    그러니까, 무댓뽀에다가 도전정신을 양념으로 첨가하고, 체면 중시에다가는 질서의식을 더하면, 뛰어난 민족으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무댓뽀가 현실을 몰라서 나오게 되는 파생 현상이고, 체면을 중시하는 것도 실속이 없기 때문이라면,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가게 될것이 자명하다고 봐야죠.

  • Will ()

      지금까지 발견된 자원으로만해도 전 국민을 100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캐나다의 지식인들도 캐나다의 미래의 경제는 지식경제로 나아가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비록 캐나다는 독일이나 네델란드등과 비교해봐도 지식경제로 나아가기에는 교육제도적 기반이 약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식경제로 나아가야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일반 국민들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봐서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일처리가 빠릿빠릿하고 꼼꼼해 보이지만(캐나다 사람들 가끔 한국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어이 없는 실수 저지르곤 합니다. 물론 자기에게 해가 돌아 올 가능성이 있는 실수는 거의 저지르지 않습니다만....) 과연 한국의 미래가 캐나다의 미래와 비교해봤을 때에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했을 때 나아진다는 단정적인 대답하기는 매우 곤란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의 문제가 일반대중의 관심을 그다지 못 끄는 것의 상당부분이 현실감각의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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