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로 살아온 느낌

글쓴이
은하수
등록일
2014-06-29 12:0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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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
제가 볼때 이런 현상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1. 취업은 이공계가 90%를 쓸어간다.
그런데 임원승진은 얼추 반반한다.
1000명 중 10명만이 임원을 달 수 있다고 하면
이공계 900명이 6자리를 놓고 싸우고 인문계는 100명이
4자리를 놓고 싸운다.

평균 임원승진율이 1%라고 할 때
이공계는 0.007%이고 인문계는 4%이니 인문계가
승진이 500~600배 유리하다. (이건 제가 재직중인 기업 기준)
임원 승진에서 이런 차이가 난다면 하위 보직에 대한
경쟁률 차이는 얼마나 더 심할까?

그리고 근무강도는 이공계 직무가 항상 매우 더 많고
급여차이는 정말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회사 인사직 동기들은 이제 짬밥도 먹고 하니
하는 것보다 많이 받는 것 같고 잡일은 놓은지 오래고
이제 회사가 편해졌다고 나에게 자주 이야기하는데...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


2. 대기업 사무직보다 좋다고 알려진 직업 중에는
의사 약사 한의사 제외하고 전부 인문계열 직업이다.

전문직으로는 법조계열(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있고

공직사회에서는 이공계 출신은 어느 부처에 가도
(심지어 과기부에도) 힘을 못쓴다.

정부출연 기관이라면 이공계는 그나마 국책연구소가
희망인데 이쪽은 자리는 적고 박사가 기본인데 연봉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그리고 이런 쪽도 인문계 자리는 많다는게
함정이다.(무슨 경제연구소 어쩌구들)

공기업으로 빠지면 금융계열이 단연코 압도적이다.
연봉에서도비교가 불가능하고 근무지나 복지도 비교가
안된다.

정부쪽도 비빌때가 없다면 사기업에서도 최고의 직장을
생각해보자. 우선은 컨설팅이나 IB는 애시당초가 이공계랑은
거리가 멀다. 그리고 금융기업은 당연히 이공계랑 무관하다.

이제 대기업이 많은 제조분야를 바라보자. 기술집단이라는
제조업의 이미지와는 무관하게 경영진 상층부에는 인문계열이
상당히 두텁게 자리한다.

3. 엔지니어사회는 밥그릇 싸움이 잘 없다.
의료분야에서는 최신 의학기술을 논문으로는 낼지언정
책으로 만들어 파는 경우는 잘 없다. 대신 비싼 돈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노하우를 가르친다.
컨설팅이나 IB 분야는 더욱 심한데 애시당초가 직원교육이란
개념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철저히 도제식으로만 가르치기에
할줄 아는 사람은 늘 소수로만 남아 직업 장벽이 생긴다.
심지어 변호사들도 송무에 대한 노하우를 책으로 쓰는 경우는
정말 희귀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엔지니어는 자기 노하우를 잘 전수해준다.
회사에서 시키기 때문이라지만 기술표준화도 수립하고
책도 쓰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한다. 아이러니한건 그 덕분에
자신이 짤려도 대체할 인원은 늘 많다는 것이다.


4. 엔지니어만큼 책임과 권한이 불균형적인 직업이 없다.
엔지니어가 설계에 작은 실수를 하면 임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실수로 생긴 피해를 갚으려면 너같은 놈은 100000년치
연봉을 꼬박 모아도 모자란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업무를 하는 이에게는 그렇게 작은 봉급과 엄청난
근무 강도를 부여하시는 것일까? 결국 실무자 입장에선
어차피 내돈도 아니고 그만한 급여도 받는 것도 아니니
아무렇게나 설계하고 후딱 끝내면 그만일 뿐인데...
(문제가 생길 쯤엔 어차피 그 자리에는 없을 것이고)

5. 미안한 이야기인데 엔지니어중에 인문적 소양이
부족한 분들이 너무 많다. 책을 어찌나 안읽으신 것인지
대화의 수준이 저질이고, 사람들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고찰이 너무 없다.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 안해본 채 직책자가 되어
평직원들과 의사소통이 노답인 관리자들이 너무 많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 사람이 하는 것에는 항상
리스크가 있고 감정이 있고 이해관계라는 것이 있는데
전혀 조율하질 못한다. 기술을 익히느라 다른 것을
못익히셨다고 생각하면 이해라도 될텐데 기술의 이해도
 형편 없는 고참들은 더욱 나를 미치게 한다.


  • 이명진 ()

      글 잘읽었습니다. .. 엔지니어의 길은 쉽지않다는 느낌이 다가오네요

  • 지나가다 ()

      연평균 성장률이 10~15%씩 성장하던 고도성장 거품경제 시대에 고급 이공계 인재들을 사기쳐서 공급받던 시절의 인간들이 권력과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80, 90년대에 의치약한 여유있게 갈 정도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사기질을 당해서 월급쟁이 샐러리맨으로 알아서 기어들어가 주니까 눈에 뵈는게 없어진 거고요. 그래서, 사람 귀한 줄 모릅니다.
    의치약한 갈 정도의 두뇌를 가진 사람을 이공계 인력으로 확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인간들이 태반이라.
    더더욱 황당한 건 의치약한 갈 정도의 두뇌에다 성실성과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사람이 샐러리맨 월급쟁이 시다바리로 의치약한 수준의 두뇌도 없고 할 줄 아는 건 그저 주둥아리 나불대는거하고 괘변, 술먹기 밖에 없는 인간 밑으로 알아서 기어들어와 주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생각을 한다는 거죠.
    의치약한 갈 머리에 성실성,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고급 이공계 인재가 얼마나 갈데가 없으면 그런건지.
    월급쟁이 샐러리맨 말고는 갈데가 없게 만드는 게 바로 한국의 현실입니다.
    아이러니한 건 짱깨, 쪽빠리, 인도인들한테는 쪽도 못쓰고 상대도 안되는 것들이
    자기들보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혹사당하는 상황에서도 의치약한 수준의 두뇌와 성실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고급 이공계 인재들이 월화수목금금금 일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도둑놈 강도 심보죠.
    머 일본 꼬라지 보면 그런 사기질도 결국은 종말을 맞게 되는 데. 고급 이공계 인재들이 일본 문돌이들의 사기질을 눈치까고 이공계를 기피하면서 일본 제조업이 순식간에 몰락하고 결국 일본 경제까지 파탄나죠.
    머, 한국은 아직까지는 80, 90년대 고급 이공계 인재들이 노예로 계속 있기 때문에 한동안 버틸거는 같지만. 요즘 한국 제조업에 공급되는 고급 이공계 인재들의 수준을 보면. 허허.

  • 남자78 ()

      엔지니어 세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 피노키오 ()

      금융기업들도 이공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지식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면 이공계도 충분히 금융계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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