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Scientist of the Year 2005

글쓴이
보스
등록일
2005-02-24 09:59
조회
6,2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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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Scientist of the Year 2005

오랫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군요. 이곳에 가끔와서 보지만 요즘은 거의 의대 관련된 글이 무지하게 올라오는 것 같더군요. 병원이 정말로 잘 안되서 이곳에서 죽때리면 사는 의사님도 있는것 같구 (속된 말을 써서 죄송), 아니면 의사들이 이곳 사이엔지 사이트를 모니터하라고 알바라도 보냈는지 모를 정도군요. 앗 처음부터 글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버렸군요… 아니면 정치 얘기…

얼마전에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IBC (Cambridage England) 라는 로고가 봉투에 있더군요. 이상한 것은 로고는 영국이라고 적어 놓고서, 편지를 보낸곳은 스위스였습니다. 아니 보스한테 이런 국제메일을 보내다니 하면서 열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 좀 황당한 것이 들어 있더군요.

제목 그대로 ‘보스’가 2005년 국제 과학자에 선정되었다라는 겁니다. IBC 의 약자가 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 of Cambridge, England 의 약자인데 주소를 보니 정말로 영국으로 되어 있더군요. 주소, 전화번호, 팩스번호 모두 영국이더군요. Centre 의 스펠이 er로 (미국영어) 끝나지 않고 re (영국식 영어) 로 끝나쟎아요. 뭐 미국에도 어떤 곳은 이렇게 쓰기도 하지만은, 어째거나 이 편지가 어떻게 스위스에서 발신되었을까요? 수취인이 받지 못하면 다시 스위스(Basel, Switzerland)로 돌아가게 만들어 놓았군요.

하여간 그 편지에는 두장이 들어있었는데 한장은 (하얀색) 일반 편지 내용 (IBC 에 대한 설명과 2005년 국제과학자로 선정되었다는 내용과 디렉터라는 사람이 서명이 되어있더군요.) 그 뒷장에는 다른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란이 있습니다. (먹이감이 기냥 들어오는 거죠.) 다른 한장 (노란색)은 아주 황당한  것인데요, 앞장은 위 과학자 선정에 대한 샘플 증서를 보여주고, 그 뒤에는 증서 오더폼이 있더군요.

결론은 돈만 보내면 ‘보스’ 너를 2005년 국제과학자로 만들어 준다는 거죠. (거의 엿장수 맘이더군요.) 대신에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더군요.

1. Pictorial testimonial or Sterling  US$370.00 or
2. Official Gold Gift Medal or Sterling US$377.00 or
3. Hand-finished official sash or Sterling US$377.00 (or 195.00 영국 파운드)

아니면 위 2개를 선택하면 US$695.00 이고, 위 3개를 다 선택하면 US$995.00 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러면서 사진 넣으려면 사진 (5 x 5 cm) 한장 넣어서 보내라고 적혀있습니다. 대금은 비자, 매스터카드, 아멕스 받아요 적혀있구요. 개인 수표, 머니오더, 전신환도 된다고 적혀있군요. (은행주소와 구좌도 적어놓았습니다. 영국 은행이더군요.)

재미있는 것중 하나가 이 오더폼 앞에 샘플로 어떻게 사진과 증서가 나가는지 보여주는데, 그 샘플에 들어있는 사진과 이름이 좀 그렇답니다. 샘플 이름이 Chai Soon Yong  (채 순용, 이렇게 읽는거 맞죠? 한국 사람 이름이더군요. 사진은 동양 사람이 들어 있는데 한국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에 outstanding contribution to Electromicroscopy  로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구글에서 찾아보았는데 실존 인물은 아닌것 같더군요. 다행이지만 한국인 이름이로 나와서 좀 그렇더군요. 한국인이 정말로 만만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람들이 워낙 많이 신청을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예전에 이곳 사이엔지에서 ‘놀자박사’님이 “미 인명사전에 오르는 교수 는다”는 기사를 올렸을때 제가 댓글로 몇 글자 썼던 기억이 아직도 있는데..  그래도 그 인명사전은 사던지 말던지였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가격도 100 달러 정도 였는데 (보통 자기 이름 넣으면 그 인명사전 사니까, 이게 책 장사 였는데) 위 올해의 국제 과학자라는 거는 인명사전에 비해 3.5배에서 10배까지 받는군요. (377달러면 한국돈으로 40만원 정도아닌가요? 옵션 3개 다하면 995달러던데 백만원이 넘는군요.) 그래도 그 인명사전에 이름 올릴려면 자기 신상명세를 정말로 자세하게 써서 보내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돈 지불 방법과 주소, 이름만 쓰면 되는 아주 간단한 신청서랍니다. (제가 여기서 혼자 와서 살면서 생긴 정크메일을 정독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정크메일 찢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직행을 하던데 처음에 그나마 영어 배운다고는 명목으로 그 많은 정크메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요즘이야 영어를 배운다는 명목보다 재미로 읽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아직도 그 습관이 안 없어지는군요. (주로 화장실에서 낄낄 대면서 읽긴하지만..)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수취인인 제 이름 앞에 Mr. 라는 호칭을 붙여서 보냈다는 거죠. M.D. 나 Ph.D. 라고 붙여서 보낸게 아니라  (국제 과학자라면서 말이죠)  Mr. 라고 붙이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지구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면서 Mr. 라고 붙인것도 그렇죠. 뭐 2002년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씨도 학사로서 받았으니까 Mr. 라는 호칭이 붙겠지만, 제가 너무 호칭에 민감한 것일까요. 그래도 여기서는 남자나 여자인지 모르면 대개 Sir/Madam 을 같이 붙이는게 보통인데, 영국서는 남성/여성을 모를때는 무조건 Mr. 로 쓰는가 보죠? (사색자님이 영국에서 꽤 사신것으로 아는데, 그렇습니까?) 아니면 내가 남자인것을 아나? 외국사람들이 한국이름을 보고서는, 남자인지 여성인지 전혀 모르지 않나요? IBC 에 한국 사람들이 많다면 모를까?

혹시나 이렇게 누가 올해의 과학자라고 선정되었다면서 신문에 기사로 나올까봐 걱정이 되어서 글을 올렸습니다. 불행하게도 구글에서 찾아보니까 한국 사람중에서 벌써 올해의 국제과학자로 선정되었다면서 웹사이트에 올려놓은게 잡히는 군요. 그 분 사무실에 가면 아마 위 증서가 붙어있겠군요. 돈은 얼마나 보냈을까요? 뭐 박사학위도 돈만 내면 받을 수 있는데, 위와 같이 돈만 주면 올해의 국제과학자로 선정해 준다는데 왠만한 사람도 혹 할것 같긴 하군요. (특히 이름을 알리고 싶은 분들 말이죠.)

그런데 구글에서 찾아보니 위의 올해의 국제과학자가 되었다라고 말하면서 자기 이력서에 올려논 사람 (미국 교수들도 꽤 있습니다.) 이 꽤 많다는데 놀랐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허접한 비타민 같은 거 (이거 미국서는 건강식품입니다. 한국서는 약이지만)  만들어 팔면서, 허접한 그 회사의 회장이 올해의 국제과학자로 선정되었다고 회사 웹사이트에 올려놓은게 더 많지만 말입니다. 뭐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렇게라고 해서 이름알리고 자기 물건 팔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래도 교수나 의사들은 왜 들어가 있는지… (나중에 정치할려고 그러나?)

제 글을 혹시 상품광고(뭐 하도 많은 분들이 제 한글 표현이 좀 부족해서)로 오인할까봐 그러는데요, 이글은 ‘보스’의 충고성 글입니다. 여기 오시는 사이엔지분들은 이런데 돈 허비하지 말라구요. 왜냐하면 누군가 딴지를 걸까봐 그럽니다. 제 윗 글에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이름팔고 싶어 죽는 사람들이 이 짓하는것은 이해가 된다고 썼으니까 말이죠.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들 (소위 허접한 회사 회장님이 하던데, 그래도 그 돈은 자기 지갑에서 나가는게 아니라 회삿돈이 쟎아요.) 설마 한국에서는 교수나 의사들이 올해의 국제과학자로 선정되었다고 선전하기 위해서 학교나 병원에서 이런거 한다고 돈을 대주는 것은 아니겠죠? (뭐 자기돈 안쓰니까 상관없을래나요? 그래도 그 대학교나 병원이 국립이나 시립이라면 문제가 있겠죠?)

또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군요. 허접한 글 읽으시느라고 수고 하셨습니다.

현재의 상황: 올해의 국제과학자인데 동료들이 한턱 안쏜다면서, 맥도날드에가서 점심이라도사라고 그럽니다. 농담으로 저는 자꾸 그러면 너네들도 IBC에 신상명세서 (추천서)  써서 넘길거다라고 그러다가, 아예 동료들한테 신상명세서 안 넘기는 댓가로 점심사라고 제가 위협하고 있답니다.  흐흐~

  • 박지훈 ()

      저 학부 때 교수님 한 분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시면서...
    "금속재료학회가 돈이 없나보다. 내가 한국 와서 금속재료학회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우수회원(정확치 않음)을 선정되었다면
     서 20만원 입금하라고 고지서라 날라온 것 보니...하하하"
    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

  • 배성원 ()

      옛날 시외버스타면.... 경품 당첨 됐다고 물건 드릴테니 세금만 내시라고 바람잡는 '꾼'들 생각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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