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글쓴이
뭘 봐?
등록일
2005-11-13 16:41
조회
5,2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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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늦었습니다. 그리 종합적이지도, 세세하지도 않은 글이지만 과학사랑 님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온라인 게임이 패키지 게임에 비해 개발하기 쉽다?

우종식 원장이 말하는 예는 콘솔용 패키지에 해당하는데 그조차도 옳지 않습니다. 콘솔 게임의 경우 XBOX Live!나 PS2 온라인의 경우 온라인 지원으로 패치는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성향인데 콘솔 게임 소비자는 작품을 원하고, PC게임 소비자는 완성품을 원하고, 소위 국내의 수많은 온라인 게임 소비자들은 베타를 원합니다.

작품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기에 시장 장벽이 높을 뿐, 온라인이라서 쉽다는 것은 기술에 대한 몰이해를 나타낼 뿐입니다. 동시 접속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 기술이 중요하고, 줄어들수록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중요하지만 어느 한 쪽이 더 어렵다고 감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밖의 기술은 양쪽 공통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 나대지만 제공하는 게임이 왜 어려운가?

온라인 게임은 시스템과 컨텐츠, 운영이 같이 보조를 잘 맞춰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의 우위는 대부분 운영에서 비롯됩니다.

컨텐츠 위주의 게임에서는 제한된 행동만을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위주의 게임에서는 가능한 행동은 모두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소위 자유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개발 난이도는 굉장히 높고, 해당 게임의 윌 라이트나 피터 몰리뉴같은 제작자들은 `거장'이라 불리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 양태, 선악의 구분과 같은 작업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 온라인 게임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을 살리는 문화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게 된 것은 다음에서 기인합니다.

- IMF와 청년 실업
- 극단적으로 높은 전용선 가입 비율과 PC방
- 불법 복제로 패키지 시장 붕괴 (게임팔이 소녀 참조)

사실 온라인 게임 개발은 불법 복제때문에 벌어진 필연입니다. 클로즈베타와 오픈베타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분 유료화라는 수익 구조도 한국인의 저열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직까지 한국 사람은 물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경향이 심합니다. 애들 코묻은 돈을 뜯어내려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 주색잡기에는 수십만 원을 부어대며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지불하지 않으려는 인간들 사이에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 찾아낸 것입니다.

김선영 님께서 중요한 것을 지적하셨는데 온라인 게임에는 고정비용이 있습니다. 개발 비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크게 차이날 이유가 없지만 이 부분은 다릅니다. 실패한 게임이 운영 정지까지 돌입하는 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운영 비용이 들어갑니다. 미국의 사례를 들자면 EA의 경우 대작 패키지 게임인 배틀필드2의 성공적인 출시 후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당 개발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직원을 해고해 성공적인 비용 절감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실패한 게임도 운영 비용이 들어가며 그만큼의 위험에 따라 투자자는 높은 수익율을 요구하게 됩니다.


-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우위?

시스템이나 컨텐츠는 사실 일본이나 미국 제작사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네트워크나 데이터베이스, 대규모 그래픽 기술상의 우위는 대한민국 제작사의 우위가 아니라 NCsoft의 우위입니다. 외국 개발사와 국내 개발사의 기술 격차보다는 타사와 NCsoft와의 기술 격차가 훨씬 큽니다. NCsoft의 기술력을 짧게 요약하면 `많이 보인다', `멀리 보인다'입니다.


혹시 게임 개발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하시다면 곧 출간될 게임회사 이야기를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 과학사랑 ()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를 `온라인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얼마나 많은 거품이 들어있는지 이제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나도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최근 일산에서 열린 지스타에도 다녀왔습니다.

    이 때 보고 들은 이야기는 곧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게임회사 이야기'는 바로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 최경환 ()

      이런 날카로운 분석을 언론을 통해 보기는 참 힘들죠

  • 과학사랑 ()

      최근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보도하는 기사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참으로 우울하군요.
    ====

    또 하나 고민은 `뭘봐'님이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지만 내용의 3분의 1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최경환님이 나같은 게임 초보자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 송세령 ()

      게임은 역시 백번의 설명 보다는 직접 한번 여러 종류를 해보는게 .. 최고.

  • 김선영 ()

      게임을 이해할려면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몇가지를 해보고 직접 통신문제나 하드웨어 문제, 로직의 문제등등을 겪어봐야 하죠. 유저측면에서 겪는 문제는 고스란히 회사의 문제가 되거든요.

    예를 들어 무슨 기능이 재미없다. 이런것은 기획적 측면의 문제, 서버의 딜레이로 게임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면 서버측 문제, 화면의 디테일이 떨어지면 서버/클라이언트의 종합적 문제일 수 있죠.

  • 과학사랑 ()

      아픈 곳을 찌르시는군요.

    `Got Game'이라고 게임리더십을 다룬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도입부에 세대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청소년과 기성 세대간에 게임을 인식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E3 전시장을 가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10~20대는 게임기를 보자마자 바로 게임에 몰두하는 반면에 기성세대는 게임을 직접 하는 대신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나도 사실은 지스타에 가서 게임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못 해보고 그냥 왔습니다.

  • 과학사랑 ()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산업 경쟁력을 분석한 책이나 논문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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