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인들은 좀더 무식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글쓴이
정암…
등록일
2004-03-05 15:48
조회
2,972회
추천
8건
댓글
6건
안녕하세요
이 사이트를 안지 보름 정도 되었고 지금은 한메일 만큼이나 매일 들르는 사람입니다.

여기를 처음 알았을 때 맨처음 들어가본 곳이 좋은 게시물 모음이었는데 그 글들 다 읽느라 거의 만사
제쳐놓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많은 감동과 깨달음, 그리고 안타까움 역시 알게 되었지요.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이 갖게 된 울분과 서러움은 "기여에 못미치는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매우 낮습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까 애써 알고 싶지도 않고
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과위주 사농공상 풍조 때문에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 없으니 그렇지요.
(과학기술을 무시해서, 깔봐서 그러는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모르니까 관심 안갖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사이엔지 단체가 다른 노인네들 단체에 비해 보다 더 과학기술계의 발전에 공헌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이공계 위기는 과학기술인 스스로가 초래한 문제도 있어요
여기에서도 많이 논의된거 같아 구구절절히 설명하진 않겠지만 이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공계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기위해선 스스로가 노력해야 합니다.

그 노력은 연구 열심히 하고, 좋은 제품 만들어내는게 다가 아닙니다.
사회에 목소리를 꾸준히 열심히 내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과학기술계 종사자 몇몇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세상과 사회가 수학공식대로, 무슨 법칙대로, 기계론적으로,
확률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데 과학기술인들은 전공분야가 그런지 몰라도 세상과 사회를 무척 순진하게 이해하려 합니다.
물론 말씀하시는 그 나아가는 방향이란 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이상론적, 당위론적인 이야기만 하시면서 이렇게 안되는 사회를 비이성적, 비합리적, 비논리적이라고 한탄합니다.

그런데, 저도 참 뒤늦게 깨달은 건데, 세상과 사회는 한마디로 정글이라는 거지요.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이성이지만 그 반대로 감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인류사회라 해서 언제나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랍니다.

때론 겁주고, 어르고, 달래고, 언성 높이고, 손 놔 버리고, 뭉치고, 무시해 버리고
숨어버리면서 있는 척, 없는 척 하는 집단과 구성원이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가 있지요.

그런데 과학기술인들은 사회 어느 집단이나 구성원들보다도 비교적 평균적으로 성실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좋게 말해서 전략적, 나쁘게 말해서 일 꾸미는 능력이 아직 닦여지지 않은거 같습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과학기술입국 정책이 과학기술인들을 온실속의 화초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도 해봅니다)

민주화..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과 대중, 시민이라는 이름 하에, 탄압받는 소수라는 미명하에 온갖 이익집단과 사이비시민단체들이
난립하여 한정된 파이를 한톨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있지요.
이 상황에선 정부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고위관료들은 과거 자신들이 주도하던 개발행정시대의
성공의 향수에 취해 있어 참여정치에 익숙치 않으며, 그래서 하던대로 하니 권위주의, 밀어부치기식 행정이란
비난이 나오고, 좀 민주적으로 하려니 이익집단에 질질 끌려가거나 퍼주기 행정이란 말이 나오는 겁니다.

또한 아직 미성숙한 우리의 국민도, 거대기득세력인 언론도 그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기 입맛 또는 많은 사람 몰려가는대로
편하게 몸 맡기며 전체를 못보고 자기 발만 쳐다보며 흔들리고 있지요.

세상이 이러할 진대, 아직도 과학기술인 대부분이 스스로 그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기 보다는
한발짝 물러서서 지나간 영화를 그리워하며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기 보단
남이 알아서 보아주길 바라며 정신없는 정부만 탓하고 있는데 이공계 살리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제말이 너무 약육강식 논리를 띄지요?
저도 세상이 합리적, 이성적으로 돌아가면 참 좋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말씀드렸듯 과학기술인도 목소리 높일 거 높이고, 국민들에게 알릴 거 알리고 싸울거 싸워야 합니다.
제가 이런 걸 '무식'이라고 표현했는데 관용어구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중앙부처중에서 제일 조직 분위기가 마일드하고 합리적인 곳이 과기부라고 합니다.
뭐 좋게 볼수도 있지만 그런 분위기 때문에 과기부가 업무와 관련하여 타 부처와 싸울때 번번히 밀린다고 하더군요. 과기부가 너무 양반이래요.

오죽했음 박호군 장관때는 과기부 직원들이 해병대 훈련을 갔다오고 지금은 정치력과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오명장관을 거기에 앉혔을까요.

이걸 보고 과기부 비웃진 맙시다. 과기부가 이렇게 된 것은 과기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으니까요.
정부부처 분위기는 부처가 상대하는 고객과 닮아간다고 합니다.  과기인들이 연구개발자금 따내기위해 눈치보느라 혼낼거, 비판할거, 요구할거 제대로 안하고
그렇다고 사회에 큰 목소리를 내면서 과기부에 힘 실어주지 않는 결과 지금의 '양반' 과기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입니다.



  • 보스 ()

      우는애에게 더 준다지요..

  • 정암 ()

      징징 울자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운다고 더 줄만큼 세상이 녹녹치도 않고요.. 제글이 오해를 줄수도 있겠지만 과기인들이 악쓰고 떼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기인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사실 서로 얼키설키 맞물려 있는 다원화된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집단 하나 없습니다.

  • 정암 ()

      그런데 과기인들은 나홀로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인듯 남이 알아주기 만을 바라고 우리 스스로 알릴려는 노력은 부족한거 같아 썼습니다. 미국의 과학기술인 우대는 남이 만들어준건가요? 아닙니다. 과학기술인 스스로 위상을 높인 것입니다.

  • 나대로 ()

      정암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우리 싸이낵지에서 우리 이공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그 것을 현실화 하고 시스템화 할 방안을 고민해서 발표할 경우, 그 일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공인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효과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덕양 ()

      동감합니다. 앞으로 오프 모임이 있는 경우에는 꼭 나오셔서 힘을 합쳐주십시오.

  • 쉼업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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