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연료전지 시대는 오는가 (1) 자동차 - 4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3-07-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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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가 계속되는 중에 들어온 뉴스. 혼다 FCX(사진)가 임대형식으로 기업체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첫 인수자는 일본의 한 가스관련 업체인데, 이 회사가 개발중인 수소 주입 스탠드를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또, 관공서에서도 우선적으로 구입하여 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은 이미 양산 수준의 연료전지 자동차가 일반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일반인이 구입하기엔 가격이나 유지관리등의 여건이 맞지 않지만, 연료전지차 산업화를 준비하는 업계 내에서 실차 운용에 들어감으로써 인프라 및 관련기술 개발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유럽이 자동차를 발명하고, 미국이 보급했다면, 연료전지차는 일본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럼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한국은?

<(1) 자동차 - 3편에서 이어집니다.>

난점 3. 구동력 이외의 문제
연료전지는 근본적으로 발전기와 같으므로, 구동력 이외의 전자장치와 편의장치를 위한 전원으로도 물론 사용 가능하다. 엔진 동력의 일부로 제너레이터를 돌려 차내 전력을 공급하고 배터리를 충전하던 내연기관에 비해 오히려 심플한 시스템이 된다. 연료전지를 운행을 위한 구동전원으로 응용하기 위해 세계적 자동차회사들이 길게는 십여년 앞을 바라보고 연구하고 있지만, BMW는 약간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수년 내에 연료전지를 양산차에 탑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엔진은 그대로 두지만, 날로 늘어가는 차내 전자장치와 편의시설용 전원을 위해 배터리 대신 소형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다시 내연기관 없이 연료전지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계속하자. 자동차에서 엔진은 바퀴를 굴리는 데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두가지 역할이 더 있다. 바로 진공을 공급하는 것과 컴프레서를 작동하는 것이다. 진공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브레이크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발의 힘을 수백배 증폭하여 브레이크 캘리퍼에 전달하기 위해 승용차는 진공 배력 부스터를 사용한다. 카다로그에 8인치라는둥, 9인치라는둥, 8인치짜리를 두 개 썼다는등 하는 것이 바로 그 탠덤 부스터를 말한다.(버스나 트럭은 별도의 고압 에어 시스템을 갖춘다.) 당연히, 차의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일부 차종은 이 진공의 힘을 차내의 공조장치를 조작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두 번째로, 컴프레서란 바로 에어컨디셔너를 위한 것을 말한다. 에어컨은 heat pump로,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자동차의 에어컨은 전기모터로 컴프레서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힘으로 돌린다. 소배기량 자동차의 경우 에어컨 작동시 ‘힘이 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결국 진공과 에어컨디셔너 컴프레서를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굳이 별도로 만들’ 수밖에 없다.

필자는 98년, 일본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갔다가 시판 직전의 도요타 프리우스를 시승한 적이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병행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로, 시내 정속 주행시는 모터로, 급히 큰 힘이 필요하거나 내장 2차전지의 전압이 떨어지면 엔진을 구동하며 충전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모터와 엔진간의 구동력 전환, 시동 on/off는 완전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예민하지 않은 운전자는 느낄 수도 없을 정도이다. 좌우가 바뀐 도로 때문에 당황하고, 깜빡이를 켠다며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실수를 수차례 하며 시승을 했는데, 브레이크 감이 영 이상한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무조건 꽉 잡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탑승한 도요타 관계자에게 “진공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하며 시판차에선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진을 사용하는 차와는 전혀 다른 배력 시스템으로, ‘힘조절’이 안되는 현상이었다. 시승일은 9월 초였는데, 여전히 더웠고 에어컨을 작동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즉시 엔진 구동으로 전환된다는 표시가 차내 액정 모니터에 들어왔다. 에어컨 작동시엔 무조건 엔진 구동으로 바뀐단다. 역시 컴프레서 때문이다.

연료전지차엔 엔진이 없으므로,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해결할 난제가 훨씬 더 많다. 하이브리드카를 수년간 양산해서 수만대를 판매한 경험이 있는 일본 업체들에겐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일 것이다. 브레이크는 진공배력 디스크-캘리퍼 시스템에 더해 모터를 발전기처럼 사용해 역부하를 전기방식을 병용하면 제동력도 높이고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지하철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에어컨디셔너의 경우, 컴프레서를 모터로 돌렸다간 연료전지 스택에 과부하를 줄 수밖에 없다.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한 방법인데, 캘리포니아나 이탈리아라면 모를까, 일본이나 한국처럼 고온다습한 여름을 가진 지역에선 에어컨 없이 견딜 수 없다. 펠티어 소자를 이용한 전자식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현재 화장품 냉장고나 차내 냉장고등 소형 냉장고에 쓰이고 있는 것인데, 전기를 인가하면 한쪽은 차지고, 한쪽은 반대로 매우 뜨거워진다. 가격이나 성능면에선 아직 컴프레서 방식에 비해 불리하다. 그러나 차량 중량을 줄이고, 모터로 컴프레서를 돌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부하가 적다면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겨울철 히터는 연료전지의 폐열을 이용하면 되므로 큰 걱정이 없다. 각종 편의장치는 연료전지에서 여유전력이 생길때마다 충전되는 내장 2차전지로 작동시킬 수 있다. 내장된 2차전지는 시동시나 급가속등 연료전지 한계를 넘는 peak 파워 필요시에 구동을 돕기도 한다.


난점 4. 만약 연료전지차가 도로를 덮는 날이 온다면

<마지막편-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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