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가루이야기 (2) - 분체의 쓰임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3-08-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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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분체

우리가 흔히 가늘다는 것을 말할 때 “머리카락 같이 가늘다”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면 사람의 머리카락의 굵기는 어느 정도 될까? 사람의 머리카락의 굵기는 대게 100 ㎛ (1 mm의 1/10) 전후이다. 이 크기는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해상력의 한계정도이다. 그래서, 분체 즉, 가루를 이야기 하고자 할 때 이 머리카락의 굵기에서부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분체를 다루는 분체공학자들은 “가루로 하면 모습이 사라진다.”, “가루로 하면 무엇이라도 먹을 수 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눈의 해상력의 한계를 이용하여 분체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시멘트의 원료로 알고있는 석회석은 곱게 갈려져 각종 식품의 씹는 맛을 좋게 하는 원료로 사용되어지는데 이것은 석회석이라는 돌이 모습이 사라져서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되는 대표적인 경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옆에 두고 사용하는 각종 종이에도 미세한 크기(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크기)의 돌가루가 다량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신소재라 불리는 각종 하이테크화를 통한 재료의 개발도, 그 중간단계의 물질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분체의 영역에서 다루어 지고있으며 원래 분체 기술은 인류의 생활과 산업을 뒷받침 해온 기반 기술인 샘이다.

필자는 이전의 글에서 생활 속에 사용되어지는 각종 분체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어떠한 제품들이 어떤 분체기술을 이용하여 탄생되었는지 보다 심도 깊게 살펴보기로 하자.

오디오, 비디오의 자기테이프는 물론, PC의 플로피 디스켓까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정보기억장치를 사용하는 곳, 즉 그 기억계에는 미세한 가루, 즉, 분체가 존재한다. 자기 테이프는 무수히 많은 가루자석이 하나하나 서로 분리, 분산하여 결합체에 쌓여 일정방향으로 정렬이 되어있다. 그 가루자석을 감마-페라이트라고 하며 입자의 크기를 가능한 한 균일하게 한 침상의 입자집합체이다. 가루의 크기가 0.5~0.3 ㎛인 이 마법과 같은 미세한 가루자석은 1947년에 ‘침상결정 감마-페라이트 제조’의 특허가 나온 이후로 20여 년 간의 연구 끝에 확립이 되었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술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복사는 검은 가루로 똑같은 모양의 글자나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복사기의 역할이 이 가루를 기계적으로 아주 균일하게 그 농도를 조절하여, 있어야 할 곳에만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전자복사의 원리는 1939년 미국의 칼손이 발명하여 1944년 바톨메오리얼 연구소가 실험연구를 게시 1950년에 상품화되었다. 전자복사에 사용하는 가루분말에는 각 회사마다 다양한 노하우가 숨겨져 있으며, 세세한 것은 알기 어려운 일이지만, 합성수지 분말(에폭시 수지, 아크릴 수지)에 착색제(검은색은 카본블랙, 칼라는 여러 가지 색 분말)를 가하여 정전적 특성을 조절하는 대전 제어제, 유동성 개선제, 입자끼리 흡작을 막는 이형제 등이 최적의 조건으로 배합이 되어있다. 전자복사에 사용되는 분말의 크기는 5~20 ㎛의 크기로 조절해야 하며 이는 제트분쇄기와 기류분급기를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데, 5 ㎛이하 크기의 입자와 20 ㎛이상의 입자를 걸러내는 기술이 최첨단의 기술에 속한다.

이상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는 간단한 분체기술에서부터 매우 고난도의 최첨단 분체기술까지 여러 분야에서 분체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업이 다양해짐에 따라 새로운 분체기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항상 지적되어오는 바와 같이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신소재, 신재료의 개발에 분체기술이 앞장서 있음을 상기하고, 분체공학에 관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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