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글쓴이
병특  ()
등록일
2002-02-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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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대신 5년이라는 시간을 기본권의 일부를 제한당한채로 특례업체에서 "연구업무"에 종사해야하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길을 선택하면 그 선택 때문에 잘못하면 평생을 저당잡히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이공계 특례업체의 상당수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근무지로 내려가면 보통 1~2년 내로 사귀던 여자친구와는 헤어지게되고 거리가 멀어 왕래가 뜸하다보면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기게 됩니다. 아직은 어린나이에 외롭게 지내다보면 별 생각없이 근무지가 있는 지역에서 알게된 여자와 대충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순진한 연구원들을 목표로 열심히 "작업"하는 고졸 여사원들한테 넘어가기도 쉽습니다. (학벌 들먹여서 죄송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할건 인정합시다.) 군대대신 직장에 다니니 경력이 쌓이고 또 돈도 버니까 좋은거 아니냐고들 하십니다. 말 그대로 연구소에서 연구에만 종사하면 정말 좋겠지요. 하지만 많은 직장에서 특례들을 잡부 취급합니다. 그만두면 군대를 가야하고 그렇다고 전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완전히 묶인 몸입니다. 심한 경우는 연구소 대신에 엉뚱한데로 보내서 창고지기 같은거 시키고 자기 회사 물건 팔라고 외판원으로 내보내기도 합니다. 제가 일하는 모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특례가 하는 일은 짐 나르기, 서류 복사, 각종 서류작성 (윗분들이 컴맹이 많아서), 행정잡무 처리, 눈 치우기나 풀 뽑기 그리고 청소같은 기타 잡일 등 연구와는 거리가 먼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공분야 또는 관심분야와 관계있는 책과 논문들을 멀리하고 5년 지내다 보면 이제는 새로 뭔가를 공부한다거나 배운다는거 자체가 두려워지게됩니다. 이렇게 해서 5년이 지나고 특례소집 해제됩니다. 처음 특례 복무를 시작할 때의 꿈과 계획은 이미 다 날아가고 이미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부양해야할 가족까지 있습니다. 새로 뭔가를 시작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다니던 회사에 남는게 현실적으로 가장 손쉬운 선택이 되겠지요? 회사에 남아도 요즘에는 40만 넘으면 나가라고 눈치주는 분위기입니다. 어린 나이에 일찍부터 혼자버는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 가족 부양하면서 (지방에서는 둘이 버는게 서울만큼 쉽지 않습니다) 사느라 벌어놓은 돈도 없는데 말입니다. 지방에 있다보면 자기 계발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잠재적 경쟁자들이 학원다니고 자격증 따고 하는 동안 지방에서는 퇴근후에 할 일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단지 군대가기 싫다는 이유로 별 생각없이 특례를 선택한 결과가 대충 이런 방식으로 흐르게 되더군요. 특례를 선택하면 아주 독한 마음먹고 (심한 경우에는 직장에서 인간성 나쁜 놈으로 찍혀가면서 까지) 특례 해제 후를 준비하지 않는한 몇 가지 기본권이 제한된 덕분에 인생 전반의 모든 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아주 좁아지게되고 그 결과 인생자체가 꼬이는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착실히 그리고 철저히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5년이라는 세월을 국가와 직장에 묶인 몸으로 대충 지내다 보면 많은 기회들을 놓치게되고 결국은  낙오자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아마도 과학기술인력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일부는 이런 현실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예 학부 1학년만 마치고 26개월 군대갔다와서 착실하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경우가 지금 당장은 2년 정도 손해보고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볼때는 특례를 선택하여 인생의 귀중한 시기를 저당잡히고 잘못하면 평생을 저당잡히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요? 아직 상대적으로 어릴 때 무거운 짐을 빨리 털어버리면 남은 인생에서 오히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 많아지게 됩니다. 군대문제 해결 안한채로 석사하고 다음에 박사하고 하다보면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인생은 그다지 재미없는 한 방향으로 고정되게됩니다.  이공계 대학 진학했으니 평생 꼭 그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적어졌습니다. 빨리 군대문제 해결하고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그 목표를 위해서 하나씩 준비하고 성취해 나가는 생활이 어설픈 연구원으로 어정쩡하게 살아가는 것 보다 더 좋지 않을지요? 이미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고 자신의 군대문제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해서 올렸습니다. 참고로 저는 외국에서 박사하느라 특례에 29살에 편입된 사람입니다. 군대 문제 때문에 외국에서 오라고 하는 곳들이 있었어도 가지 못하고 귀국해야했습니다. 그때 사랑하던 사람 (외국사람이었습니다) 하고도 어쩔 수 없이 끝내야 했고요. 벌써 과감한 도박을 하지 않는 한 변신하기가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연구원으로 남은 수명은 잘해야 5년이고요. 군대 미리 갔다와서 박사를 했더라면 지금쯤 외국의 제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제대로 과학기술자 대우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겠지요? 꼭 그길이 아니었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재미있는 삶을 살고있었을 것 같습니다. 감히 말합니다. 전문연구요원 특례는 절대로 특례가 아니다. 인생의 족쇄일 뿐이다.

  • -_-a () IP :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아닌 산업기능요원제도.. 그러니까.. 3년동안 일(연구말고 일;)하는 건.. 어떤지..

  • 그렇지만 () IP :

      제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회사에 병역특례로 들어가신 분을 보면 특례기간이 경력으로 인정되면서 30대초반에 과장다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 드니로 () IP :

      현역판정 받은 공대생에게 추천 1) 학사 특례 (3년 5개월) 2) 공군 학사장교 (3년 3개월) 3) 그냥 땅개 (2년 2개월) 4) 석사 특례 (5년 5개월) ....... 정

  • 드니로 () IP :

      정말 추천 안하는 것--> 박사특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름) 

  • .... () IP :

      석사 과정 합격증만 받아도 학사특례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기를... 

  • 유용하 () IP :

      위에 학사 특례(?) 산업기능요원은 3년 입니다 석사 특례도 5년이고.

  • 김진일 () IP :

      아.. 실제로는 5개월 + 됩니다. 등록기간이니 뭐니 하면서 회사들이 신고를 좀 늦게 해줍니다. 대부분.. 법률상으론 3년 실제론 거의 3년 5개월 석사특례도 마찬가지..

  • 김진일 () IP :

      요즘은 어떤지..모르겠지만 분명 몇 년전에도 이랬고 지금도 머 거의 이렇지 않을까..

  • 김진일 () IP :

      제 주위 특례하는 친구들 100% 다 이렇거든요.. 참고로 전 92학번..

  • 장철수 () IP :

      저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석사 전문연구요원으로 있습니다. 다니시는 정부출연연구소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석사 연구원들에게 짐 나르기, 풀뽑기 같은 건 절대로 시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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