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건 연구’ 과학두뇌 위험하다 [05.02.02/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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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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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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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건 연구’ 과학두뇌 위험하다

대덕연구단지가 위험하다. 최근 각종 연구실적이 해외학계에서 호평을 받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세계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작 고급두뇌들은 변변한 안전장치 하나 없는 실험실에서 목숨을 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지난 6년 동안 무려 16차례의 각종 사고가 발생, 연구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하지만 연구소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대덕폭발단지’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교육기관 포함)들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잇따르는 안전사고=지난달 4일 오후 7시55분쯤 대전 유성구 원촌동 대덕연구단지내 SK대덕기술원 정밀화학연구동 의약실험실에서 실험 도중 반응기 과열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조립식 건물 한쪽 벽면이 날아가고 박모씨(38) 등 연구원 6명이 크게 다쳤다. 또 50여m쯤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건물잔해와 폭발충격으로 인근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주차 차량 3~4대가 부서졌다.

2003년 5월13일에는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전공 풍동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박사과정 2년차 조모씨(당시 25세)가 숨지고 4년차 강지훈씨(29)가 두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는 같은 해 8월27일 엔지니어링동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런 사고를 포함, 1999년 이후 최근까지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발생한 화재나 폭발사고는 모두 16건에 이른다.

◇부실한 안전관리, 불안한 연구원들=지난달 31일 오후 3시50분쯤 대덕연구단지내 ㄱ연구기관. 화학분야 연구실이 몰려 있는 한 건물 앞에서 가스운반 트럭이 이 연구실의 가스통에 가스를 넣고 있었다. 통행인에 대한 통제도 없었다.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자 우리나라 연구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2층과 3층 복도에는 서류, 책, 가구 등 쉽게 불에 탈 수 있는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이런 것들은 불에 잘 탈 뿐 아니라 폭발이나 화재 사고시 대피로를 차단하게 된다. 실험에 사용된 장비와 기계는 물론 화학약품까지 복도에 방치돼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화학실험을 진행할 때는 각종 유독가스나 폭발 위험이 높은 가스가 발생하거나 누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감지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이 2003년 회원 3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의 연구소 근무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조사대상 회원 가운데 44.5%는 평소 실험을 하거나 작업을 하면서 부상이나 사망 등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28.7%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보호수단이 전혀 없거나 비상탈출로 외에는 별다른 안전대책이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제도적 장치는 ‘제자리’=대덕연구단지의 실험실이 각종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과학기술 두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의 안전에 관해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에 필요한 법률이 없다.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 유성구의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연구소 사고발생시 사후보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연구실의 안전 확보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의원은 “대덕연구단지의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개인이나 기관의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국가 손실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며 “수년간 공들여 육성한 이공계 인재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가차원의 제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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