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논쟁 [05.03.29/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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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5-03-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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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수소경제 논쟁

최근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를 둘러싸고 ‘없다’ ‘있다’ 논쟁이 한창 불붙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래 전략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후 수소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게 설왕설래하는 모양이다. 물론 막연한 장밋빛 꿈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근거 없는 발목잡기 역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수소경제란 탄소가 없는 에너지 형태로의 전환을 뜻한다. 사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해 왔다. 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탄소와 수소를 주요 구성원소로 하는 에너지 매체를 연소시키면 탄소뿐 아니라 수소도 산소와 결합함으로써 에너지를 낸다. 인류의 에너지 사용 트렌드는 밀도가 높고 탄소가 많은 연료에서 가볍고 탄소보다 수소가 많은 연료로 발전되어 왔는데, 비근한 예로는 메탄(CH4)을 주원료로 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 수 있다. 인류가 탄소 사용을 자제하려는 것은 화석연료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교토의정서가 본격 발효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환경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즉 머지않아 탄소 사용을 줄이고 수소 사용을 늘리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기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미래 수소경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국제 경쟁이 치열하고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소경제의 실체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수소가 종래의 천연자원과는 달리 땅에서 캐내어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바닷물 등에서 수소를 분해해 생성하고 저장하는 비용까지 따지자면 기존 열기관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도 있다.

 논란은 수소를 1차적 에너지원으로 잘못 인식하느냐, 에너지의 저장과 운반 매체로 바로 보느냐의 차이로 인해 존재한다.

 수소경제란 궁극적으로 에너지 저장과 운반, 분배와 이용의 매체를 모두 수소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수소경제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일부에서 수소 제조를 위한 에너지 또는 출발물질로서 종래의 탄화수소류를 가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바이오매스도 이산화탄소 발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광촉매에 의한 수소 제조는 너무나 낮은 수율 탓에 희망적이지 않다. 미래 수소경제를 위한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얻어질 것이며 근미래의 현실적 방법으로는 유휴전력을 이용한 전기분해나 원자력을 이용한 물의 열화학 분해법이 있다.

 그러나 원자력의 사용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수소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떠받치는 유일한 기둥이 원자력이라니 공박의 여지를 많이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수소경제는 핵융합 발전이 실용화된 이후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긍정적으로 보아도 최소 150년 후의 일이다. 여기서 다시 수소경제에 대한 고민이 추가된다.

 수소, 연료전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10년, 또 10년’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10년 후면 수소에너지가 실용화된다는 전망이 나온 지 이미 수십년이 지났다는 뜻이다. 기술개발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쉬운 연구개발자들의 조급증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로의 이행은 에너지 체계에 있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흐름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소경제가 있느냐 없느냐의 섣부른 논쟁이 아니다. 우리가 과연 수소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이행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실질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소경제로의 본격적 이행은 수소 제조와 공급 인프라 구축에 대한 많은 시간과 경제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

 북대서양의 화산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수소경제를 구현할 최초의 국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천혜의 지열에너지가 풍부한 인구 30만의 경제권과 우리나라의 경우가 같을 리 만무하다. 우리가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몇배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함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수소경제 구축이 ‘에너지 자립’과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박상욱 이학박사/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spark@scie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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