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참담하네요.

글쓴이
Raphael
등록일
2008-02-11 10:40
조회
7,5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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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건
숭례문 전소/붕괴라는 911 테러 급의 황당 뉴스를 접하고 보니 뭐 할말은 없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참 그렇네요. -_-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체가 거의 확실시 되는 마당에, 무슨 또 할말이 있겠느냐만은,
참여정부가 공무원들 늘려놨다고 줄여야 한다는 마당에, 역시 공무원 줄이는 제일 첫번째 방법은?
연구원 죽이기 입니다.
국책 연구원들 중에서 그래도 혜택받았다고 하던 연구원들을 공무원 대우를 해주던 몇몇 연구소들이 이번에 프로젝트 베이스(PBS)로 하면서 공무원 대우를 이제 못받게 된다고 하는군요.
따라서 거기서 일하던 석/박사급 연구원들 모조리 공무원에서 해고되는 것이지요.
(직장은 그대로라지만, 행정 공무원들은 공무원 줄였다고 좋아라들 할겁니다... 욕나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여자 연구원 한명이 (계약직)
나이 30대 중반에 한의대를 시험봐서 입학했다고 하더군요.
옆에서 모두들 축하해주는 분위기인데..
저도 축하해주긴 했지만 뭔가 씁쓸한 기분이 감돌았습니다.
국내 최고대학이라고 자부하는 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계약직으로 들어와서  몇년 있다가 국립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들어가 있다가,
다시 대학 1학년으로 입학이라... 그것도 나이 36살에 수능을 봐서?

결코 그 사람이 자신의 일에 싫증이 나서 바꾼 것은 아닌데,
그 사람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한 것도 알기에 섭섭했습니다.
그리고, 그사람이 하는 말이..
"거기 입학해보니까, 대학교 같은 과 선후배들이 제법 있던데요."
라고 말하는데...
뭔가 참담하더군요. 그 대학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인데...
박사까지 받고 미래가 안보여서 한의대 1학년으로 다시 입학해야 한다니...

일단, 의대나 한의대쪽으로 나오면 월급도 월급이지만, 노후 보장을 위해서 한답디다.
하긴, 우리쪽 나와서 무슨 노후 보장입니까?
프로젝트 짤릴까봐 매년 전전 긍긍 벌벌 떠는 연구원 나부랑이들이...
IMF나 그런 사태 나오면 제일 먼저 잘리는 1순위,
학벌은 제일 높아도 소득은 작은 1순위.

과학한국, IT선진국 한국의 현실입디다.

  • 로타리 ()

      미혼이시면 후배 소개 시켜주고 싶습니다.

  • 잡일맨 ()

      1. 36살에 소득없이 몇년간 버틸수 있는것 만으로도 성공하신분입니다
    2. 비전도 안보이는곳에서 "연구만 잘하면 어떻게든 먹고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는분보다 훨씬 용기있는 선택입니다.
    3. 36살에 "지금이라도 박사공부해도 될까요" 라고 하면 공부는 하고싶을때 해야한다면서 다들 괜찮다고 말하면서 36살에 한의대 들어가면 "언제 돈벌어서 밥먹고살래" 하는 풍토는 이공계분들이 빨리 고쳐야할 악습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열등감 표출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 돌아온백수 ()

      탈출할 수 있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살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상황을 알지 못하고 진입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말려야 하구요.

    사람들을 살려내어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야하는 몫이 있지만, 그렇다고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을 묶어 두려 해서는 안됩니다.

  • Raphael ()

      글쎄요. 연구만 잘하면 부자 되는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열등감 표출도 아니고, 뻔한 국수주의도 아닙니다.
    탈출(?)을 묶기 보다는, 그 탈출(?)을 못하는 것이 바보가 되는 현실에서 이공계 대책이라고 내어 놓는 것이 기껏해봤자 군대 면제(?)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러워서 제가 늘어놓은 푸념이었습니다.

  • 잡일맨 ()

      인권선진국 프랑스의 최고 이공계대학중 하나인
     에콜 폴리테크가 국방부 산하에있고 입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군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따져보면 군대 면제는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혜택이 아닌 "떡밥"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티에리 ()

      PKS학석박사 받고, 다시 수능쳐서 지방의 의치한약대 학부로 입학하는 선후배들을 숱하게 봐왔습니다. 그 중에는 과수석/차석을 도맡아하면서 장학금도 받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똑똑했던' 사람들도 결국 졸업하고 대기업/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8/11의 열악하고 혹독한 연구개발환경과, 비생산적이고 창의적이지 않은 단순 반복작업을 계속하는 생황을 견디지 못하더군요. 게다가 그렇게 묵묵히(?) 근무해도 40세 즈음에 쓸쓸히 회사에서 버림받는 선배들을 보고 씁쓸함을 느꼈답니다.

    그나마 수업들으면서 좋은점수 받고, 논문쓰면서 인정받았던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대학원 재학중엔 랩의 잡일도 많이 했지만...

    결국 이공계에서 그나마 연구다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학교수나 괜찮은 정출연 연구소 정도입니다. 요즘엔 교수나 정출연구원이 되기위해서는 국내박사로는 힘듭니다. 굳이 이공계박사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해외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이공계로 첫발을 내딛게 만드는 이공계 유인책(당근)들은 필요악입니다. 이공계 장학금, 포닥장학금... 등등은 말그대로 유인책이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당장 몇푼 쥐어주고, 졸업하고 사회에서는 나몰라라하는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 글 읽는 고등학생 여러분은 얄팍한 유인책에 현혹되지 마시고, 10~20년 후를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한 눈을 갖추시길 바랍니다.

  • 돌개바람 ()

      한의대 입성(?)하신 그 분 탈출 성공하셨네요~

    그런데, 30대들이 한의대 본격적(?)으로 입학하기 시작한것은

    대략 2002년부터죠.....지금까지...앞으로도..

  • Midnight ()

      사농공상 (士農工商). 노심자(勞心者 : 정신노동자)가 치자(治者)가 되고 노력자(勞力者 : 육체노동자)가 피치자가 되는 원리에 의해 사(士)가 가장 상위에 해당된다. 공장(工匠)은 장적에 등록되어 있었고 그들만이 특별하게 물어야 하는 공장세 등이 부가되어 지배체제로부터 그의 성장을 억제 당했다. 그리고 관(官)이 설치한 공장(工場)에서 부역적 노동을 제공해야 했다.
    ===============================================================
    예나 지금이나 헐!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더니.

  • 티에리 ()

      원글중에 한의대 입성하신 계약직의 36세 여자박사분, 탈출성공에 축하드립니다. 그 분도 자대 대학원에서 박사 받지 말고 혹시 해외 유명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었다면, 조금 다른 결과를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번 2MB 정부의 대통령실 수석인선을 보더라도, 국내학부졸업후 해외박사학위 소지자가 많더군요.... 2MB정부에서 영어 교육을 강조하고 외국 학위 소지자를 더욱 우대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 guri ()

      탈출만이 살길인가요~ 에혀...

    혹성탈출도 아니고... -_-;;

  • 김선영 ()

      문제는 외국학위자들을 영어선생님으로서 우대한다면 아주 큰 재앙이죠.

    점차 공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것들은 다 필요없어지나봅니다. 한국에서 석유가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정중동 ()

      지금 박사과정으로 미국유학가는것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어 공용화가 되던 안되던 미국 유학이 보편화된 지금 영어가 걸림돌이 될것은 당연합니다.
    국내 이공계에서 좋은 직장을 가려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 미국의 탑스쿨, 양과 질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연구성과가 필수입니다.
    미국유학갔다고 우대받는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 심심 ()

      그러고 보니 제 친구중에서 지금 연봉도 넉넉하게 타고 잘 살고있는 애들이..주로..

    이공계 다니다가 의대 진학한애,

    이공계 대학원 다니다가 교수가 등록금도 안주면서 밤 12시까지 실험실에 붙어있어라 해서 관두고  감정평가사 따서 법인에 있는 애..

    아니면...이공계가 아닌애들..

    이렇게들 잘 살구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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