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살려야 하나

글쓴이
avaritia
등록일
2008-12-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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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장관이 특정 기업을 거명하며 특례적으로 살리겠다고 한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이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며 국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대주주이다. 반쯤 공기업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현 사장은 산자부 차관 출신으로, 정부 부처에서 민간 기업으로 직행했을 때 이래저래 말이 많기도 했다. 이후 산자부 공무원들의 하이닉스로의 이직이 뒤따랐다는 것은 공개된 사실이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지난번 위기를 겪으며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서 여러 차례 적기를 놓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쟁 상대를 능가하는 기술력이 생산단가로 직결되고, 대규모 설비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수년간의 휴지기를 가진 기업의 미래가 밝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기존 설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영업이익을 내는 등 일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는 마지막 쥐어짜기와 같았다.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가운데 수도권 규제로 인해 공장 증설도 막혀 있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위기는 장기 불황을 예고하고 있으며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모든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하물며 이미 손실을 기록중이며 제품 및 사업 다각화를 본격 시작하지도 못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즉각 내년 1/4분기부터 대규모의 적자에 이은 자본잠식이 예상된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모르지 않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하이닉스를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하이닉스의 규모를 고려할 때, 만약 청산할 경우 이어질 대규모 실직사태와 금융권에 미칠 여파, 그리고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의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 약화 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부실하거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쓰러져 나가는 모진 시기를 견디어 내면 이후 호황기에 지금보다 더 큰 파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바로 그 '부실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이라는 사실까지 간과해서는 안된다. 모진 세월을 견디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며 이는 국민의 혈세를 소모할 것이다.

묻고 싶다. 하이닉스를 살리겠다는 발상에, 설혹 추호라도, 지식경제부 선배 공직자가 사장으로 있는 등, 사실상 지식경제부 산하의 기업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내 식구 감싸기, 내 재산 챙기기 심보가 없는가? 하이닉스와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은 산자부 출신 사장을 앞세워 하아닉스를 억지로 연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이닉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얼마가 필요한지, 살려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얼마인지 객관적, 계량적으로 분석이 되어 있고, 그것이 긍정적이라는 데이터가 있는가? 그러한 판단 근거가 없거나 객관적이지 못하다면, 장관이 "살리겠다"는 선언부터 하고 나오는 것은 올바른 일인가?

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는 미국 자동차 빅3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국 빅3는 살아남기 위해 참담한 구걸을 하는 중이며 합의파산까지 선택의 옵션에 놓고 있다고 한다. 미국 행정부나 오바나 당선자 주변 그 어떤 인사도 "빅3는 살리겠다"라는 선언을 먼저 알아서 해 준 적은 없다. 하이닉스를 살리는게 맞는 일인지,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장관이 대뜸 살리겠다고 선언부터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심각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 한반도 ()

      저 또한 하이닉스의 회생관련 장관의 의지는 지인(학맥,지연등)의 문제로 쉽게 귀결되지 않을까, 정황상
    그렇게 예상됩니다.  무엇보다도 avaritia님의 말씀처럼 전후사정을 모르진 않을텐데, 일단 덮어놓고
    이러저러한 발언부터 일삼는 모습은 그 회생의지에 대한 근거는 더 이상 경제문제에서 찾아볼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이는 언론에서부터 철저히 특집화나, 구체적인 기사를 싣지 않음에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 돌아온공도리... ()

      하이닉스의 가장 큰 문제는 새 CEO가 온 후부터 지금까지 경영전략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관료출신의 전형적 특징이 역시나였던 것처럼
    현장과 기업의 전문가들로부터 엄청난 고급정보들을 거저 얻다보니
    마치 자신이 전문가나 전문경영인이 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현장과 기업의 전문가들이 어떤 고통스러운 단련과 자기혁신,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냉혹한 평가, 전문지식 습득을 통해 전문가나 전문경영인이 되었는지 전혀 알지를 못하고

    그저 자신들이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마치 자신들이 그런 고급정보의 생산자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게 또 다시 드러나는 사례죠.

    관료 출신 경영자들의 매우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고급정보나 고급 전략의 생산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며 그 대부분이 고급정보나 고급 전략의 단순 유통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한국 관료시스템의 근원적 한계인데 이러한 한국 관료시스템의 치명적 문제를 망각하고 자신들이 마치 고급정보나 고급 경영능력의 생산자인것처럼 착각하다가
    떡하니 낙하산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금융산업의 허약함과 엉터리도 이러한 재경관료들의 무능과 그들의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되고 있는데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걸로 산업경쟁력을 키우려고 헛발질만 하니 당연히 산업경쟁력이 생길리 만무하고. 20점짜리 문항 다 틀리고 5점짜리 문항만 열심히 맞춰서 90점 맞겠다는 학생하고 어찌 그리 어리석음이 똑같은지.

  • 돌아온공도리... ()

      국가 산업전략 측면에서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기를 대비할 때 현재와 같이 팹리스 기업들이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파산과 같은 상황에 도달했을 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나 기술전략 측면에서 전후방이 모두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죠.
    지금도 반도체 산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인적자원이 몰락하는 현실에서 업계에 단 2개밖에 메이저 기업이 없다는게 매우 치명적인 약점인데
    이마저도 없어진다면

    후방분야에서 산학연 관련 영역이 급격히 몰락하게 되고 이에 따른 대안이 현재까지는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조건이 걸린 지원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이닉스 CEO를 포함해서 현재까지 하이닉스 경영전략을 치킨게임 외에는 별다른 전략이 없게 만드는 데 일조했던 경영진들은 모두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 경영진들을 모두 퇴출하고 국가 반도체 산업전략을 제대로 설계할 경영진들을 영입하고 이후 지원이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경영진 그대로 또 지원하는 건 그냥 사장 자리 지키게 하려고 마취주사 놓는 거 외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거 같고요.

  • 돌아온백수 ()

      하이닉스가 비록 IMF 직격탄을 맞고 매각설에 휩쓸렸지만, 2007년 상반기까지 4년연속 흑자를 내던 기업이었는데요. 정치논리가 개입해서 산자부 공뭔 낙하산 자리로 전락하자, 다시 파산직전으로 내몰렸습니다.

    최소한 정부가 개입해서 망쳐놓은건 제자리로 돌려야죠.

    세계화 선진화를 얘기하면서, 공뭔 낙하산 사장 내려보내는 정부가 제정신이라고 보이진 않았고요. 이런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 돌아온백수 ()

      IMF 직후에 하이닉스 살리려는 지원이 결국 무역보복으로 이어졌죠.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래전에 말씀드린적이 있는데, 하이닉스 이천공장부지를 경기도에 매각하는  길이 있고요. 하이닉스는 공장이전 비용으로 정부로 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이전은 자연스러운 감원과 생산단축으로 감산 효과를 냅니다.

    사실, 낙하산 사장 내려보낼때 이런 일을 추진했었어야 합니다. 윈-윈 시너지이거든요. 정부는 환경보호라는 핑계로 무역보복을 피해갈 수 있고요. 하이닉스는 공장이전 비용에 여러가지 장비 업그레이드 비용을 숨겨서 간접지원을 받을 수 있고요.

    하이닉스의 여러가지 문제중에 이천공장의 위치가 매우 큰 약점이었습니다. 이런 건 잘 드러나지 않는 건데요. 어정쩡한 위치로 서울에 거주하는 근로자들이 장거리 통근을 고수 하게 되고, 이런 것이 오랫동안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온 겁니다.

  • Glutamate ()

      하이닉스 메인 공장이 청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천이 메인이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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