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g.net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4-02-26 02:34
조회
1,8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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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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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net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 어느 싸이엔지 폐인의 감회 (개인적인 글이라 좀 엉성하고 반말투도 들어가 있습니다. 양해해주시길)


2002년 1월말 어느 그 날도 별다른 일이 없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평상시처럼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심심풀이로 고국의 소식(주로 연예계 소식이다. 유학나올때 지인들한테 내가 가는 곳이 O 양이 피신한 지역이라고 신나게 자랑했던게 기억난다. =_+;; )을 인터넷을 통해 접해보던 중, 이런 쇼킹한 기사를 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그때 그 기사 -> '대덕의 박사아빠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사실 그 기사를 본 처음 느낌은, 국내에서 학부, 석사까지 마친 사람으로서 국내 과학기술인들의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라는 것은 미뤄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 였었다. 물론 미국으로 도피아닌 도피를 나와 넉넉한 생활에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도 나의 무관심 또는 과거사에 대한 망각을 도왔을른지도 모른다.

허나 무심코 클릭한 그 기사와 이어 방문해본 이공계 토론방의 분위기는 절.대. 편.안.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흡사 무슨 전쟁과 같이 과학기술인들의 현실에 대한 세세한 실례 제시와 이에 대한 논박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너네들이 그동안 한게 뭐가 있어' 라든지 '너네들 그래도 잘 살고 있잖아' 등의 반론도 기세등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 부담없이 '우씨..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에, 지금 돌아보면 터무니 없는 반론도 올려보고 했었지만 생산적인 일들이 쏟아져 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게시판 분위기에 차차 실망하면서 며칠 뒤부터는 다른 연예기사들(-,.-) 클릭에 더 공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를 얼마동안.....'이제 좀 잠잠해졌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냄비거덩~ ㅋㅋ' 하고 들어가 본 그 게시판에는 떡~ 하니 모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모임을 새로 만들었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드디어 무언가 희망적인 일들을 해볼 수 있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게시판에 내가 처음 올리게 된 글들이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싸우지 맙시다," 니 "공통된 대안을 내놓자" 따위의 허접한 내용들이었고, 사이트 관리를 위해 운영진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하나라도 도와야 겠다는 생각에 이메일을 보낸 것이, 결국 하루라도 www.scieng.net 을 들르지 않으면 안되는 싸이엔지 폐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초기에는 사실 우여곡절도 많았었다. 게시판에서는 하루도 그치지 않고 다른 직종을 가진 분들과 또는 과학기술인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싸움(나도 잘못을 저질러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시킨 일이 꽤 되었다.)이 그치질 않았었고, 운영진들끼리 사이트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게시판이 없어서 이메일로만 논의를 진행시킬 수 밖에 없었던 일, 부족한 연합 재정을 회원님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충당했던 일 (요즘도 후원받습니다. -_-;;), 힘들게 만든 설문조사 결과를 언론에 보도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보도요청하는데 매달렸던 일 (언론보도가 안되면 직접 기사를 쓰고 직접 홍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모임이 처음으로 초청받았던 토론회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해석 차이로 크게 낙담했던 일 등등...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하게도 여러 회원분들의 노력으로 사이트도 점차 건실해지고, 여러가지 현실적인 정책대안도 내놓게 되고 하면서 언론이나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off-line 상에서 차차 주목을 받게 되었고, 사이트 오픈 1주년이 되는 작년에는 미약하나마 작은 사무실도 열 수 있게 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 과학기술인의 목소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인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과학기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인들의 모임으로 남부럽지않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이번 2주년 기념의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덧붙여, 필연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는 몰라도, 회원들의 관심과 후원속에 처음 700여명의 회원, 하루 300명 정도의 방문자로 시작했던 우리 모임이 이제 회원 1만명이 넘고 하루 방문자도 평균 1500명 이상 되는 큰 사이트로 발전한 것은 우리 회원이면 누구나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될 일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scieng 를 기대하며..

2004년 2월 25일 (여기는 아직 25일임. 반론 안받음!) 김덕양

뱀다리: 화면상단의 활동 탭을 클릭하시면 그동안 싸이엔지가 걸어온 길들을 일부분이나마 엿보실 수가 있습니다. 새로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연혁, 행사자료, 언론보도 등이 추가되었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운영위원들 하나하나의 면모도 찾아보실 수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개인신상정보를 모두다 보여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앞으로 차차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 승택 ()

      저도 사이엔지를 안지 2년이 되갑니다. 덕양님에 비해 초기맴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짠밥수로 따지면 그리 늦지도 않았다고 보는데^^. 사실 미국에 있을때 이곳을 들락거리며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실에 많은 고뇌와 울분을 토로 하였고 그러한 고민들이 지금도 제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현실속의 삶이라는 무게에 묻혀버려질때가 많습니다.

    "이공계현실? 그거 지금 신경쓸 틈이 어디있어 내앞에 놓여져 있는 업무때문에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오는데.... "

    그러다 보니 초발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생활인인 저만 남아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모임에서 보고 배운 다양한 생각들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현실에 적용하려 애쓰곤 있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군요. 뭐 하다 보며 나중에 뭔가가 만들어 지겠죠. 

    그나저나 젊은 후배연구원들 (특히 여자후배들)과 일하기가 쉽지 않군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brain storming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와 있었던가 봅니다.

  • 소요유 ()

      흠~  승택님. 제가 몇년 여기저기 떠돌아 본 경험 상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으로 간 분들이 한국에서 떠날 때 상태로 생각이나 문화가 '박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 살고 있는 사회가 지극히 안정된 상태면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더군요.

     

  • 승택 ()

      그런가 봅니다. 아마 10년전의 한국이 저의 머리속에 오랬동안 자리잡고 있었나 봐요. 가끔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지만 지금 처럼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진 않았으니까요.

    헌데 그런건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이 30세가 넘어가면 머리가 굳어져 의식에 변화가 오기 힘들다고 봤는데 미국에서 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저를 저도 모르게 적지 않이 변화시켰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어떤 괴리감(?)은 제가 10년전의 한국사회에서 느꼈던 것과 현재와 다르다는 데서 오는 것도 있지만 미국에서 변화해온 또다른 저와 이사회와의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도 있다고 봅니다.

    인간의 적응력은 어떤 동물보다도 뛰어나다고 보기에 저도 이사회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스며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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