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질문)왜 야근을 해야하나요?

글쓴이
파란맘
등록일
2006-11-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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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글의 답변 중 관련되는 부분이 있어 글을 올려 봅니다.

출처: 류한석(피플웨어 운영자) 200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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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폭주, 그리고 병들어가는 팀원들

류한석(피플웨어 운영자) 2006/02/28




왜 우리는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을 계속하여 쌓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고 프로젝트 매니저는 빈번히 해고되고 팀원들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결국 지병을 얻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에는 지금 이 순간 독자들이 생각하는 수많은 이유들이 포함되겠지만, 그것들 중 으뜸 원인은 바로 ‘부족한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늙어 가는데 세상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일단 정치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신기술 및 신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 프로젝트 완료에 주어지는 기한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금은 1960년대처럼 비교적 단순하고도 순수한 세상이 아니며, 우리는 늙어 가는데 세상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상반기 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으면 제품이 완전히 쓸모 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스폰서는 무엇보다 시간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다 프로젝트에는 조직 역학 및 여러 이해관계자들간의 정치적인 관계가 한꺼번에 작용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결국 프로젝트는 폭주(暴走)하게 된다.

또한 (올바른 마키아밸리즘이 아니라) 잘못된 마키아밸리즘에 빠진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다. 승리하게 되면 어떤 플레이를 해도 환호 받는다. 팀원들의 희생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라는 탐욕주의에 빠진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들은 배려할 수 있는 것조차 배려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굳이 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은 절대 배려하지 않는다.

최근 프로젝트에는 점점 더 적은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물론 구현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나 적은 예산, 전문가의 부족 및 부적절한 인적 자원의 할당 등과 같은 여러 요인들도 심각한 문제 요소이지만 ‘말이 안되게 부족한 시간’이야말로 프로젝트의 여타 문제점을 폭주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강박증, “지금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었다”

이 사회는 정글이다. 생존을 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느슨함이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또는 기업)일수록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머지 강박증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느슨함은 악덕으로 치부되며, 시간은 ‘빠르게, 더 빠르게’ 계속 당겨진다.

사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 장비 및 인적 자원의 결정은 측정에 의존하기 보다는 직관적 의사 결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협상이 가능하며, 그것이야말로 프로젝트 매니저의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예산을 더 지원받거나, 전문가의 리크루팅, 또는 외주를 활용하거나 더 빠르고 더 좋은 개발/테스트 장비를 투입하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예산과 자원을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시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경영자인 존 해먼드의 말처럼, 과거에는 사람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지만 요즘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돈을 투자한다.

프로젝트적 모순, 낭비되는 시간들
그러나 프로젝트에 존재하는 모순 중 하나는, 시간이 몹시 부족한 프로젝트일수록 시간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쩌면 합리적인 시간 관리의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시간을 할당한 후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 관리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인데, 시간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배정된 프로젝트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일부 몰지각한 프로젝트 매니저들 중에는 팀원들이 낭비하는 시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1분 1초가 아까운데 무의미한 회의를 하루 종일 진행하고, 불분명하거나 갑자기 변경되는 요구사항으로 인해 팀원들이 재작업을 반복하고, 실무 개발에 어울리지 않는 현학적인 방법론에 따라 무의미한 증거 문서들을 만들고, 그런 비생산적인 업무들을 수행하느라 야근 및 휴일 근무를 지속한 나머지 건강이 상하여 팀원들이 일명 ‘종합병원(온갖 병을 다 갖고 있는 팀원을 칭하는 속어)’으로 변해버린 프로젝트를 종종 목격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쁜 프로젝트 매니저는 팀원들이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며 분개한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 매니저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작업 시간을 제시하고, 팀원이 밤을 새워 노력하여 전체 작업이 70% 정도가 완료된 시점이 되면, 다시 20%의 시간을 당기라고 요구한다. 또다시 팀원이 개인적인 삶을 희생하여 그 기한을 달성하면, 그것을 자신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참고로 그러한 프로젝트 매니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계속 잊어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관성이 없다.

잘 할 가치가 있는 일을 열심히 하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차피 프로젝트의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을 협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와 팀원 모두에게는 시간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즉 시간이 부족한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행동 지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하는데 있어 생산적이지 않거나 무의미한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할 가치가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잘 할 가치가 없는 일은 적절하게 무시하는 스마트함이 요구된다. 주어진 일에 대해 선후(先後), 경중(輕重), 완급(緩急)을 파악하지 않은 채로 무조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독일의 작가인 슈텐 나돌니는 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몇 달을 두고 준비된 것은 몇 분 사이에 보상을 받고, 몇 초 사이에 잘못된 일은 몇 년 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장기적이고도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신속한 반응 속도와 세심한 진행을 연계시키는 시간 관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 신속한 반응 속도와 세심한 진행. 바로 이렇듯 상반되게 느껴지는 두 요인을 절묘하게 결합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현명한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바로 그 적절한 수준을 찾아내서 팀원들에게 가이드 할 수 있어야 하고, 팀원들은 그것을 따르고 또한 자신의 작업 들을 마찬가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니면 과연 누가 그러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프로젝트는 일종의 게임이며, 그 결과는 상황과 현실을 잘 파악하는 선수의 능력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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