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꿈을 줄 수 있나요? 줘도 되나요?

글쓴이
궁금이
등록일
2007-01-27 23:47
조회
3,1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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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건
아래에 Researchainment 라는 글을 쓰고, 달린 좋은 의견들 보면서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사회에 과학으로 꿈을 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것...

저는 분명히 꿈과 비전을 보고 이 바닥으로 들어왔습니다.
제게 영향을 주었던 것은 "학생과학"이라는 빛바랜 소년 잡지와 여러 과학 위인 전기였습니다.
(기억나시는 분 있으신가요?)
정말 즐거운 어린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담력을 이미 알고 있던 제 부모님들은 피보는(?) 의대보다는 법대를 가기를 바라셨지만,
어린 나이에도 저는 당돌하게 과학자의 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않겠다고 단언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과학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될까요?
해보는 데 까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되지는 않네요.
그래서, 제가 Researchainment라는 요상한 단어를 들고 나선 거죠....--;

그런데, 아이들에게 과학이 재밌다는 것, 과학자의 꿈을 심어줘도 되나 하는 생각도 갑자기 듭니다.
솔직히 저는 제 인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만(아직까지는 힘이 남아 있나 봅니다.),
그 아이들이 이 길을 걷다가 (우리들처럼) 여러 가지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할 것을 생각하면,
약간 망설여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비슷한 자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어린 제 아들에게는 제가 저희 부모님께
권유받았던 것과 똑같은 길을 권유할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보다는 좀더 세련되게 설득하겠죠.
"법학도 논리고 재미있는 분야다(물론 과학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게다가 사회적 지위가
과학자랑 비교도 안된다. (이래선 안되겠지만) 이 애비 꼴 좀 봐라. (씁쓸하네요.)"

다시 한번 자신에게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과학이라는 것의 즐거움을 우리가 심어 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과학자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여러분들도 공감하시나요?

  • KJS ()

      사회생활 1년차입니다. 솔직히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재미가 없지만, 학교에서 하는 일들은 정말 재미있게 했었습니다. 이거야..머...회사가 재미 없는것이지, 공학, 과학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아직 사회경험이 미약하지만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의 진로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할 때, 과학, 공학 분야로 간다고 한다면, 자신있게 권유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
    또한 저의 자녀가 저와 같은 분야를 전공하고, 서로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면 그것또한 참 즐거울 듯 합니다.

  • bdd ()

      옛날생각나네요 ^^
    초등학교때 '어린이 우주과학교실'이란 책을 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처음 읽은 과학서적이고,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기억은 안나지만, 행성이며 그 행성들과 위성에 대한 사진과,  귀여운 일러스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다음에 읽은 책이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이런 책들이 어린시절 ...정말 과학을 '꿈꾸게'만들었습니다.그때의 그 순수했던 시절 꾸었던 꿈이 지금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열정적이고 로맨틱했었죠.... 제가 과학에 재능이 전혀없었는데도 불고 과학을 전공하게된 계기가 바로 이런 책이 심어준 과학과 자연에 대한 이유없는, "로맨틱한" 꿈이었는데.... 왠지 그때로 돌아가고싶은 새벽입니다...

  • bdd ()

      제 생각에 과학에 대한 꿈은 강요한다고 주입되지 않습니다. 지금 예전보다 과학서적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정말 풍족해 졌습니다. 서적뿐 아니라 원하면 동영상자료나 쌕끈한 사진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죠... 정말 문제는 (한국)사회의 물질숭배적인 문화입니다. 그런 문화에서 어떻게 로멘틱한 과학을 꿈꿀수 있을지...저로서는 상상이 안됩니다.

    물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자유롭게 뛰어놀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지 않은 현재상태에서 어떻게 순수한 꿈을 꿀수 있을까요? 인터넷과 전자오락, 연예인, 물질적 부가 주는 풍요가 요즘 어른과 어린이를 압도하고 있는 가치가 아닙니까....그자리에 도대체 순수한 꿈이 가능한 것인가요?

  • 날고싶은포닭 ()

      제 생각으로는 21세기의 과학자상은 예전과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사회에 필요한 한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가' 이정도가 좋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 는 예술같은거 하는 분들에게 맡기고요.
    왜냐하면 재미를 강조하다보면 서울대 화학과 김희준교수가 이공계 살리기 토론프로그램에서 했던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월급까지 주니 얼마나 고맙냐' 하는 망언으로 흘러가게 되거든요.
    다른 예로는 '중고등학교때부터 과학 과목을 좀더 흥미있게 가르치면 이공계 진학 기피가 해소되지 않겠느냐' 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정책으로 흘러 가게 되고요.
    그냥 '내가 이분야 잘 할거 같아서 직업으로 삼고 한다' 정도가 좋지 않나 합니다. 전문가의 자세로 성실하게 맡은바 연구업무에 임하고, 재미는 취미생활에서 찾자 하는게 포닥으로 오래 고생해분 결과 나온 제 답입니다.

  • 돌아온백수 ()

      재미있는 주제를 던지셨네요.

    과학은 도구입니다. 꿈 자체가 아닙니다.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이죠.

    제가 이전의 댓글에서 기초과학에 대해서 간략한 스케치만 하고 말았는데..... 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죠.

    기초 과학자들이 하는 일을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한계에 대한 도전입니다.
    관념의 한계, 인식의 한계, 능력의 한계.... 등등....

    한계에 도전하지 않으면,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시각을 가질 수 없습니다.

    어차피 미래라는 것은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죠.

    한계에 도전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본 사람들은 미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선진국에서 기초과학을 육성하는 이유입니다.

    상업적인 여러가지 이유들은 찾으려 들면 많겠지만,
    그것이 실체가 아닙니다.

    극한에 대한 도전, 미지에 대한 도전, 불가능에 대한 도전,
    그속에서 바로 미래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이죠.
    그 실마리들을 이용해서 미래를 열어가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국가적으로 육성합니다.

    그속에서 연구하는 개개의 과학자들은 어찌보면 사소한 그런 도전을 계속합니다. 그런 도전들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바로 lessons & learns 입니다. 미래에 대비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 비용을 미리 예측하고, 그 손익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패러다임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십년전에 100 인치 평면 티비를 얼마에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비싸다고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 그런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겠습니까?

    기초 과학, 혹은 과학이라는 것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것은,
    천민자본주의에 쩔은 대한민국의 가진자들의 문제입니다.

  • letsdoit ()

      제가 초등학생 때는 장래희망란에 '과학자'가 순위 5등(3등?) 안에 늘 있었는데 지금은 10위권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자라는 직업은 좀 막연한 직업군이죠. 의사, 판사,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회사원 등은 뚜렷하지만 '과학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광범위하죠. 직업란에 '과학자'라고 쓰는 사람도 없고요.
    우리 역시 '학생과학', 'Newton', '과학동아' 등을 보면서 허상을 꿈꿔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히 '연구하는 과학자'상을 꿈꾸면서 이공계로 진학한게 아닐까요.

    저는 제 딸과 곧 생길지도 모르는 제 아기에게 제대로 된 과학을 가르치겠지만 현실도 같이 얘기해 줄 계획입니다. 꿈과 희망만 가르치고 현실을 얘기 안해주는 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해악이 될지도 모릅니다. 얘기 안해주더라도 요즘은 고등학생 정도 되면 현실을 거의 다 알게 됩니다.
    제가 졸업할 때 전공 교수님과 이공계 기피에 대해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 분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이공계를 떠나게 한 결정적인 말이었죠.

    '이공계 위기? 그런게 어딨어. 실력만 있어봐. 회사에서 왜 짤려?'

    40대 초반의 전공 교수님 말씀입니다.
    이공계 현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교육도 여기에 맞춰야죠.

  • 수학동자 ()

      학생과학 괜찮은 잡지죠. 한때 부록으로 딸려오는 "컴퓨터 랜드" 읽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 수학동자 ()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과학은 좀 깨는게 명색이 과학 잡지면서 기사의 1/2 가까이가 오컬트 관련이었다는거.. (심령, UFO 등)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는..

  • 로타리 ()

      솔직히 이야기해서.....

    내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본색을 알려줘도 나중에 그말을 듣지 않고 겉만 화려하게 치장된 요즘 같은 유인책에 쏠려 내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직업을 그 하는 '일'로만 정의하고 그걸 좋네 안좋네 말하는 것은 전체의 반에 반도 설명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 직업의 보수, 사회적 리스펙트, 그런거 다 종합해야죠. 속된 말로 나중에 배우자 얻을 때 어떻게 작용하느냐도 다 종합해야 합니다.
    남에겐 미사여구로 주절이 늘어놓더라도 내 아이들에게만은 진실을 말 하겠지요. 그런데 그런 진실을 말할때 이미 남들이 늘어놓는 미사여구에 혹해 그 진실을 외면하면 참 마음이 아플거 같습니다.

    내 아이들에게는 되도록이면 이공계 직업 권장 안 합니다. 능력이 된다면 법이나 의료 쪽 혹은 교사나 공무원 하라고 합니다. 기업이라도 공사로 가라고 할 겁니다.

    그 능력이 안되면 그다음에 이공계죠. 돌이 날아와도 진실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를 가감없이 여기에 씁니다.

  • 수학동자 ()

      아.. 저도 아련히 기억나는군요.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나라에서 월급까지 주니 얼마나 고맙냐"  "밤새서 연구하고 그러면 애들 라면이라도 끓여 줘야 한단 말입니다" 라면황의 탄생이었죠 그 방송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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