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물레방아

글쓴이
Raphael
등록일
2004-01-27 19:58
조회
3,4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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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건
댓글
11건
이공계 기피는 왜 하는 것인가?
어릴때 TV에서 보여주던 태권브이를 만들던 과학자, 위인전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꿈의 이공계 과학자들이 왜 지금은 기피대상이 되었겠는가?

마치 물레방아 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지만 한번 적어본다.

1) 박한 임금과 과다 업무
가장 큰 문제이다. 요즘 주 5일제 근무가 퍼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공계? 휴일 없다, 야근은 필수다.
이런 현실속에서 임금은? 주 5일 근무하는 은행보다 작다.
의사,변호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데 누가 일할 맛 나겠는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사명감!! 의무감!! 2만불 시대를 이끌어나갈 주역!! 운운 하면서 밀어 붙일 것인가?
옆집의 일반 사무직보다 월급이 작아서 옆집 아이 다니는 비싼 학원도 못보내주는 과학자 아빠를 누가 하고 싶겠는가?
이런 이공계 살린다는 대책이 고작 '등록금'지원과 '병역'을 미끼로 해서 젊은 애들을 꼬시고 있다.
이건 정말 조삼모사이다. 정말 당장 입에 풀칠하기 밖에는 안되는 정책인 것이다.
 변호사하면 병역 특례되나? 의사되면 병역 특례 받나?
 그런 '사'자 들어간 직업들도 병역 특례가 없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가?
이유는 '임금'때문이다.  정치가 들이야 '사'자 들어간 사람 많으니 이공계 위기가 뭔지도 모를 것이다.

2) 단기간 결과만 중시하는 연구 프로젝트
막상 이공계의 첨병이라는 연구원에 들어오면 프로젝트란 큰 벽에 부딫히고 만다.
회사 연구소에서는 6개월-1년 마다 결과물을 내어 뱉어야 하고,
국가 출연 연구소에서는 3-5년 짜리 장기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알고보면 전혀 아니다.
국가 출연 연구소 5년 짜리 프로젝트도 매년 마다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충 결과물 만드는데 주력하는 프로젝트가 무슨 잘될 수 있겠는가?
그 잘 안되는 프로젝트도 국가에서 무슨 경쟁 체제를 돌려서 20-25% 과제를 무조건 낙제 시킨다.
즉, 한 연구소에서 5개 프로젝트를 모두 1년 동안 열나게 뺑이쳐서 모두 좋은 결과가 나와도 1개 프로젝트는 다음해에 돈이 안나온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구할 맛 나겠는가? 할 말이 없다.
이런 결과만 요구하면서 결국 제일 먼저 퇴출 되는 것은 불쌍한 연구원이다.
자... 과연 당신의 자식을 과학자가 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제 한 방송국에서 스웨덴의 한 대학교에 유학간 학생 한명이
" 여기는 회사가 학교나 연구소에 돈을 줄때 실패할 것을 전제로 돈을 줍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6개월 1년 내로 결과가 나와야 돈이 나옵니다. ....." 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가슴에 사무쳤다.
이것이 한국의 이공계 현실이다.
학생들에게 왕사탕 하나 물려주고 오라고 하기 보다는
지금 실제 과학자, 기술인력들에게 안정된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이공계를 살리는 길이다.


그렇다. 이공계는 대학다닐때 '단무지 (단순,무식,지랄)' 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몰두했던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고 정말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열정을 더이상 짓밟지 말아달라. 그것이 지금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다.
IMF같은 국가 경제 위기 속에서 이공계는 잘려야 할 대상 1순위가 아니고, 국가 경제 위기가 닥쳐도 국가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고, 국가가 밀어주어야 할 대상 1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이상 이공계는 변방이기 싫다.

  • tatsache ()

      어제 밤에 MBC에서 해외 IT동향을 방영하던데 그것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하신 스웨덴의 한 유학생의 말을 듣고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위탁 연구 보고서를 짜집기하다가 여기 잠시 들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 김선영 ()

      근데 왜 이공계를 단무지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공부의 절대적양도 훨씬 많은데...

  • 김선영 ()

      혹시 단순이라 함은 그냥 일시키면 한다이고 무식은 음... 모르겠고, 지랄은 가끔 말안들으니까 하는 말인가요? 잘 모르겠네요.

  • 샌달한짝 ()

      요즘 정말 피끓는 내용들을 줄을 잇는군요.

  • song ()

      핵심을 알기쉽게 잘 지적해 주셨네요~

  • song ()

      연구를 한번도 안해본 놈덜이 법을 만드니 당연히 개판으로 만들지요. 과제 맡으면 연구할 시간보다 출장비 돈계산하고, 서류만들고, 부품구매하러 다니고, 본사에 이상한 것들 보고하고, 회의 몇시간하고, 윗분들한테 프리젠테이션 하고, 연구개발 계획서 제출하고, 일일업무 보고, 주간업무보고, 월간업무보고,.. 이러고 나면 하루가 다 갑니다. 멍청한 관리들에 의한, 무능한 관리들을 위한, 한심한 관리들의 노예 연구원~

  • 노숙자 ()

      김선영님,  단순<->잡념,  무식<->유식한 척,  지랄<->내숭,  쓸데없는 잡생각 많고, 남들 앞에서 유식한 척하면서, 일신영달을 위해 내숭 떠는게 비이공계 사람들인가보죠 ~

  • 김선영 ()

      노숙자님 말씀이 맞나보네요... ㅎㅎㅎ 비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정말 이상한 집단들이 우리나라 윗자리분들이라니... 가끔 이래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이 들기도 합니다..

  • 벌써1년 ()

      연구해보고 싶습니다...환경이 이래서...사장님 눈치,소장님눈치, 좀 업무를 할라치면 잡일만 맹글어서 시키고..언제 연구할까요...완전히 영구없다~~~

  • -_-; ()

      의사 변호사는 병특 못지 않은 장교로 모셔가지요....머 보건소에 나와있을 수도 있고 법원에 파견될 수도 있구요... ㅎㅎ 그 사람들은 그러한 조직이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 모셔가는 반면 이공계는 조직이 필요해서 모셔간다고 보기는 좀 어렵죠...??

  • -_-; ()

      3년으로 줄이면 굳이 병특을 뽑아야할 이유가 기업으로선 없죠... 딱 써먹을만 하면 "나가겠소" 할테니 말입니다... 의무고용이라도 시켜주면 모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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