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이 되어야 할까요?

글쓴이
샌달한짝
등록일
2003-06-13 20:4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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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리는 샌달한짝입니다.

방금 막 학교에서 한달에 한번씩 개최하는 리더쉽 특강을 듣고 왔습니다. 강사로는 전 KAIST 기계과 교수, 전 대우전자 사장,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며 현재는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님 이신 배순훈 선생님이 나와주셨습니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 추진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하나 더 달고 오셨더군요. 주제 역시 동북아 경제 중심국 추진 계획이었으며 관련 주제를 잘 이야기 하시더군요. 뭐 전적으로 다 동감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을 다른 분들도 고민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사소한데서 터졌습니다. 교수님께서 얘기 잘 하시다 이제 소비자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게 소비해야 한다고 하시며 외제 차도 사줘야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정신 차린다는 말씀을 하시며 여러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이번 부산 항만 노조 파업 사태에 관한 이야기, 삼성 전자 이야기, 정부의 기업규제가 전혀 없는 실리콘 벨리 이야기.... 마지막으론 우리 학생들이 중국, 일본 학생들이 생각할 수 없는 창의적인 아디디어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 지으셨습니다. 역시나 공직에 계셨던 분이라 무엇이 옳다 그르다에 대한 평가는 절대 꺼내지 않으시더군요. 왜냐면 어떤 선택을 하던 반대편의 비난을 받게 될테니까요....

질문시간에 제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 얘기만 나오면 언론에서는 오직 기업의 주장만을 찍어내고 되풀이한다. 기업은 노동자, 정부에게 세계기준에 맞는 자질을 갖출 것을 요구하기 전에 기업 자신은 얼마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류의 문제에서 책임을 인적자원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항만 노조 문제 역시 비싼 물류 비용은 노동자들의 인건비 때문이 아니라 항만 관리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만 좋은 아이디어를 낼 것을 요구할게 아니라 학교 시스템 역시 그렇게 바꿔주길 바란다. 지금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이 실패할 수 없는 연구만을 수행하게끔 되어 있다. 이런 것 역시 고쳐주어야 한다. '

교수님의 답변이 나왔는데 좋은 문제를 지적했다 하시면서 입을 떼시더니 '시스템상의 문제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꾸기는 힘드니까 개개인이 먼저 변화되면 된다. 그런 비효율적인 기업이 있다면 취업하지 마라. 그러다 보면 도태한다. 또하나 학교에 문제가 있으면 역시 더 좋은 맞는 학교를 찾아서 떠나라. 내가 MIT 입학했을 때 입학동기가 200명이었지만 이중에 15명만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사람들이 다 좋아서 학교를 떠난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 강의는 리더쉽 특강이다. 안되는 걸 되게 만드는게 리더쉽이다.' 라고 마무리를 지으시더군요.

정말 말만 들어서는 그 논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말씀이었는데 제가 받아들이기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혹은 언제나 그렇게 떠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중은 '리더쉽'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구여. 마음이 어찌나 답답하던지...  정말 리더쉽이란게 어려운 환경에 적응 잘해서 거기서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능력만을 일컫는 걸까요?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그냥 무능력자들의 불평불만으로만 치부되어야 하는걸까요?

자 여러분은 어떤 중이 되시겠습니까?

  • 김진용 ()

      어째 교수님 답변이 가진자의 배부른 소리 같군요... 안되는걸 만드는게 리더쉽이라니 - -;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기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류의 어설픈 구호로 들리는데요..

  • Simon ()

      학교 동기 얘기까지 하시는 걸 보면, 질문이 대답하기에 어렵긴 어려우셨던 모양이군요. 후후.

  • 공돌이 ()

      실력있는사람이기에 자기위주로 생각하신것 같네요. 교수님의 이력사항을 보면 아시겠지만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 왔기때문에 주장하시는 바와 같이 생각하는겁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만 보면 네임벨류도 없는 이공계인력은 언제나 무한경쟁에 시달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은 수십년안에는 해결이 안되겠죠. 우리 모두가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몇안되는 이분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자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이민주 ()

      교수와 시간강사의 사이 같은것이군요.. 아비규환이지만 일단 올라가보면 편하고 내가 저런고생을했었나 싶고 아비규환에 빠진 강사들보면 식은땀이 절로 나지만  지금의 자기 처지에 만족하게되고..

  • song ()

      배순훈 교수님의 질문에 대변한 내용은 빵점에 가깝습니다. 오~ 직 엘리트 코스만 밟고 올라오신 분이라서 경쟁에서 도태되고 좋은 학교로 갈 수 없고, 좋은 직장을 선택하지 못해 차선의 직장을 가진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건 뭐건 나만 좋은데 가면 된다라는 조선시대 양반과 똑 같습니다. 양반이라면 사회에서 천대시 받는 천민이나 양민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선시대 향교의 유생을 보는 느낌입니다.

  • song ()

      어차피 상위 몇 퍼센트는 사회가 어떻건 간에 배고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살지요.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층도 인간이고 그들도 좋은 시스템에서 열심히 일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역시 전혀 관심이 없고 오~ 직 고시만 붙으면 되듯이 상위 몇 퍼센트에만 들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입니다.

  • cantab ()

      밥이 없으면 떡을 해먹어라 이 얘기인가요? 개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도덕군자 얘기는 듣기 지겹습니다. 배순훈 아저씨한테 딱 한마디만 해주면 되겠습니다. 足家之馬 !!

  • cantab ()

      위의 논리를 생산현장에 대입하면 이렇게 되지요. 기술개발하기 어렵고 생산시스템 바꾸는거 돈들고 시간걸리니까 그냥 니들 노동자들이 희생해서 경쟁력 유지하자. 비효율적이고 기술없는 회사가 싫으면 안다니면 되는거 아니냐?

  • 정문식 ()

      한국 사회가 삶의 선택지가 많은 사회라면 배순훈 씨의 말이 정당성을 가질 수도 있겠져... 그런데 그렇게 욕을 먹는 수능시험조차도 5지선다인데,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시피 한 사회인 한국에서 '선택의 자유' 운운한다는 것이 언어도단이 아닌가 봅니다... 아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은 한국을 뜨면 되겠군여... 그러나 95%의 국민들은 무엇을 골라야 하져?

  • 정문식 ()

      아, 제 답글에 나온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은 한국을 뜨면 되겠군여...'에 이공계 지식인들은 해당 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뱀다리를 달았습니다...^^

  • 고양이 ()

      저런 작자가 교수 입니까? 사회의 문제를 개개인에게 돌리는 것. 바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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