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학회 참석기

글쓴이
배성원
등록일
2004-05-04 18:44
조회
2,895회
추천
19건
댓글
3건
그동안 장기간에 걸친 해외출장이 있었습니다. 장소는 워싱턴 D.C. 그냥 거기 머물면서 느낀거 이야기나 하나 하겠습니다.

워싱턴에서 머무르는 동안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원자력 분야에선 꽤나 큰 학회인데요. ASME가 주관합니다. 근데 이 주최측이 학회엔 신경안쓰고 정치권 줄대기 바쁘더군요. 학회 참가자의 한 사람으로서야 좋은 일이 아니지만 미국내에서 원자력으로 밥벌이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시간이 됬던거 같습니다. 상원 하원에서 각 한명씩 패널 연설을 했는데요. 'DOE(미국 에너지부)의 에너지 연구관련 예산 증액에 좀 더 박차를 가하겠다. 온세계가 에너지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원자력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환경이니 뭐니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현실적 대안으로는 원자력 만한게 없음을 정치권도 알고 있다. 니들도 새로운 노형(더 안전하고 효율좋은)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해 달라. 전력생산뿐 아니라 운송용 에너지원의 개발에도 좀 더 빠른 템포가 필요하다. 분발해 달라'가 두명 모두의 연설 요약입니다.

일본 중의원에서도 한명 왔습니다. '미국은 교토 의정서 탈퇴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라. 화석연료에 언제까지 의존할거냐. 세계가 너희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안정적으로 연착륙 시키려면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의 개발이 시급하다. 많은 대체 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원자력이 가장 유력하며 수소생산 또한 그 하나다.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등등이 골자입니다.

할말 다 하지 않습니까? 비록 딸리는 발음일지라도 일본의원이 미국 안방에 와서 다소 강경한 목소리도 내더군요.

이상은 요약이고.... 저는 무엇보다도 한 학문분야의 학회에 '국회의원'이 나와서 연설을 하며 격려를 하는 그것이, 내용을 떠나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 일정 맞춰주느라 세션 스케쥴은 다소 개판이 되었지만 말이죠. 우리 운영진이나 회원들에게도 나름의 학문분야가 있고 학회가 있을 겁니다. 전 기계, 원자력 양쪽에 그동안 10년 가까이 참석해 왔지만 국회의원은 코빼기도 못 봤습니다. 불만이면 불만 칭찬이면 칭찬... 뭐라도 한마디 하면서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소위 과학기술계 대부들하고나 만나서는 지가 꼭 과학기술계를 다 아는양 나서는 사람들.... 그전에 이런 학회에 한번이라도 와서 짤막한 연설에 현장 연구원의 질문에 답변도 해보고(기술적 질문 아니죠. 사회 경제적인 질문이라도...) 하는 그런 '교류'가 참으로 아쉽고 부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이렇듯 저들 미국과 일본에 비교해서 거의 비참하다 싶을 정도로 무시당하고 소외된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의 현실을 생각하니 우리 모임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비록 이 모임에 하는 일 없고 보태주는 거 없지만... 우리 모임이 꾸준히 계속되서 다양한 학문분야에 국회의원들이 다투어 참석해서 연구자들을 북돋우는 그런 모습이 하루빨리 오게 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그런 현실이 저절로 오지는 않을겁니다. 우리 힘으로도 안되는 것들이 있겠지요. 그러나 부러워만 하기에는 우리의 이 현실이 어떤 두려움이 되어 돌어 옵니다. 우리 모두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합시다. 그리고 정치권과 사회에 당당히 우리의 몫을 요구합시다.

연구자로서 미국과 일본의 정치권의 한 단면을 보고 온 소회가 너무 커서 글 하나 올렸습니다.

이만 총총.

  • 정우성 ()

      궁금점. 그 중의원 프로필이 어찌 될까요.

    좋은 글입니다. 워싱턴에서 느끼신 소회가 장난이 아니셨을거 같습니다.

  • 이웅 ()

      뭐가 되는 나라와 안되는 나라의 차이가 이런데서도 보이는군요. 좋은 방문기입니다.

  • 박성주 ()

      죽던 살던 머든지 같이 하자는.. 배성원님의 뜻에 한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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