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하나] 군밤장수 아저씨와 핸드폰

글쓴이
SoC
등록일
2003-01-09 23:44
조회
3,1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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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건
뜬금없이 뭔소리냐구요?
ㅋㅋ

오늘 퇴근길에 버스정류장에 내리면서
동네 군밤장수 아저씨를 보았읍니다.
제가 사는 곳이 서울보다는 시골이라서 그런지 그 옛날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전형적인 군밤장수 복장을 하고 계시더군요.
솜털 꾸역꾸역 넣어 만든 국방색 비스므리한 옷과 군바리용 멍멍이 겨울 모자
요즘은 자동식 군밤 굽기도 있다던데, 그 아저씨는 손으로 돌리면서 굽는 기계를 사용하시더군요.

옛날 향수에 젖으려는 순간 난데없이 컬러링과 함께 핸펀 받으시는 아저씨
우와 그 핸드폰은 내가 갖고싶은 CDMA2000 최신 핸드폰
전화 받으시는 모습을 보는 순간 뭔가 애매한 생각이 맴돌더군요.
상상해보세요. 옛날 군밤장수 복장을 한 아저씨가 최신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으며
장사하는 모습을 -_-;;
뭔가 어색하면서도 뭔가 빠진듯한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뭐가 이상한 거지 중얼중얼거리며 방안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그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깐
아 뭐가 빠졌는지 알 것 같았읍니다.
우리가 그 옛날 군밤을 살때 우리가 사는 것은 군밤만이 아니었지요.
추울때 따뜻해 보이는 연탄불과 군밤 그리고, 훈훈한 아저씨의 인심

우리는 점점 우리의 존재가치, 우리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첨단 기계는 마구 찍어내지만, 그것이 욕심많은 기업들에 의해 단순한
돈벌이에 불과하게 되고
결국, 그 툴들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죠.
우리의 하루 일과를 봅시다.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 컴을 켜고 메일 확인, 핸드폰, PDA , 전화기의 메세지 및
충전 상태 확인, 좀 번거로운 작업을 할라치면, 수많은 USB 선들과 한바탕 싸움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충전 확인, 데이타 다운로드/업로드, 느린 네트웍과의 싸움 등등
잠시도 쉴 틈이 없네요. 그러면서 나는 무엇인가 되묻게 되고, 나의 존재가치를 점점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말이죠.

다들 겪고 사시는 평범한 일과이겠지만,
이젠 디지털 디지즈에 걸린 증세까지 보이는 사람도 종종 보이고 그러네요.
인간이 쉽게 사용하고자 만든 툴, 그러나 그 목적을 벗어나 이젠 인간이 그들을
움직여주는 툴로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의 그릇된 욕심 때문이겠죠.
기업들은 뭔가 화려한 겉모습들과 상술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사람들은 넘쳐나는
CF속에 그것을 사면 우리는 마치 그 CF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며
유혹에 넘어가 남들보다 나아보이기 위해서 남들보다 좀더 빠르게 앞서기 위해서
각종 툴들을 구입합니다.
기업은 무작정 팔아먹어야 한다는 전략으로 기술과 인간 본질의 밸런스는 생각하지도 않고
돈되는 것만 집중 투자하므로써, 인간의 모습 또한 언밸런스하게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속에서 인간적인 모습들은 더욱 소멸해가는 것 같구요.

제가 오늘 본 군밤장수 아저씨의 모습은 바로 과학 기술을 제품화해서 팔아먹는 기업들의
윤리의식 결여와 잘못된 과학기술정책과 산업정책이 가져온 기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의 청소년들 인터넷 가입자 2천만 시대에 성장기를 거치며,
온갖 인터넷의 불량자료와 게임, 채팅에 몰두함으로써, 이 귀중한 시기를 헛되이 보내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보된 인프라와 툴들을 이용하기 보다는 얽매여 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본질을 찾고,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기업들의 무자비한 가입자수 늘리기에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다음에 아주 이 다음에 우리의 청소년이 자라서 나중에 통신회사들에게 집단 소송을
걸게 될 일이 없다고는 장담 못할겁니다. 지금 외국에서 담배회사에 소송걸 듯이 말이죠.
미래에 내 자신을 찾아달라며 울부짖는 중년의 사람들 모습이 떠올라지네요.

씁쓸한 생각이 들어 주저리 써봤읍니다.

오늘따라 그 군밤 아저씨의 모습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 뭘 봐? ()

      곁다리 글입니다만, 빨리 USB가 물러나고 블루투스 위주로 바뀌어서 책상 위에 선좀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 네트웍도 10BASE-T 대신에 IEEE 802.11g 위주로 바뀌고...

  • Simon(준완) ()

      참 좋은 글입니다.

  • 2bgooroo ()

      802.11g는 아직 working draft아닌가요? 확정되었나요? 그것보다 실용화되고 널리 쓰일려면 몇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11.b도 별로 안쓰는데... ㅡ,.ㅡ;

  • 2bgooroo ()

      블루투스 문제 많습니다...그리고 USB2가 좀 많이 빠르더군요...외장형 장치들이 USB2 interface로 우후죽순 쏟아지고

  • 한대희 ()

      이런 좋은 글은 다른 게시판에 퍼다 날라야 합니다. 반드시 SciEng.net이라는 출처를 달고. 그러면 회원이 더 늘어나고, 우리의 의견이 더 전파되지 않을까..

  • 김용국 ()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신만의 삶의 정당성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당히 중독되어 있는 이런 것들이 과연 인생 혹은 시간 낭비는 아닌지, 살아가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 김용국 ()

      기업이 아무리 신기술과 새로운 것들을 팔아먹으려 해도 그나라 국민의 정서나 고객의 정서와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핸폰의 사용행태와 북미에서의 사용자 행태 그리고 우리나라및 일본 동남아시아의 사용자의 모습이 천차 만별로 다른 것 처럼요.....

  • 김용국 ()

      이런 류의 서로를 돌아 볼 수 있는 글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네요. :-)

  • 준형 ()

      이번에 애플에서 802.11g로 채택해서 물건 내놓았습니다. 블루투스도 내장 시키고.. :) 광고가 되버리는군요, -_-

  • 뭘 봐? ()

      USB보다는 IEEE 1394가 낫습니다. 1394.b가 실용화된 제품까지 나와버려서 단위시간당 자료전송량으로 볼 때에도 우위고... :-)

  • 뭘 봐? ()

      그리고 애플의 그 새 제품은 주변 밝기에 따른 후광 키보드가 탐납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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