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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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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칠이 작성일2002-08-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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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유행하던 하느님과 화장실 얘기가 생각납니다.

 만약 요새 개그맨에 비유하면 이렇게 각색이 되겠죠. 강호동은 평소 산골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데 어느 날 보니 친구 이휘재가 번들번들한 양변기가 있는 고급 화장실을 쓰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하느님께 마구 원망을 했더니 신문지 깔고 볼일 보는 유재석을 보여줍니다. 이에 강호동은 깊이 반성하고 아무 말 없이 그냥 재래식 화장실을 씁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냥 우스개는 아닌 듯합니다. 호동이나 재석이는 휘재가 양변기를 양보하도록 기다리고 있어야겠습니까? 아마 그냥 놔두면 그런 일은 절대 안 생길 것 같네요.  호동이처럼 입 다물어 버리면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재석이는 신문지 구하기에도 바빠서 도저히 하느님께 투정 부릴 여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호동이는 원래대로 나도 양변기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떼써야 되고, 재석이 부추겨서 너도 같이 하자 그래야겠죠. 그러다 보면 휘재도 마지못해 뭐라고 말은 하겠죠. 좀 미안하면 일주일에 하루는 너네도 돌아가면서 쓰라든가, 하다못해 재석이한테 신문지나 고급 화장지를 빌려주던가 그러겠죠. 그리고 그냥 여기서 끝나면 반도 못 가보고 실패한 겁니다. 정말 잘 되려면 셋이서 같이 동참해서 전부 양변기로 바꿔달라고 하느님께 같이 떼써야겠죠. 계속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셋 다 양변기 쓰는 세상 되야잖겠습니까?
 
--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은 참 복잡하고 정교해졌습니다. 하느님은 교묘하게 휘재와 호동이와 재석이의 관계를 이용할
것입니다. 어쩌면 재석이보다도 불쌍한 김한석이를 보여주며 셋 모두 찍소리 못하게 하려고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하느님은 저 시스템으로 몇 십년, 몇 백년을 버티려고 할 겁니
다. 단언컨데 하느님 화장실에는 휘재 꺼 같은 양변기 수십 대를 지을 수 있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
을 겁니다.
 설혹 서로 싸우는 수가 있더라도, 호동이나 재석이는 궁시렁거리고 잔소리하면서 목소리를 내야한
다고 생각합니다. 그 싸움의 대상이 서로가 아니라-가장 좋은 화장실을 쓰는 휘재가 아님은 물론-
양변기 수십 대 짜리 비데를 쓰는 하느님임을 알고만 있다면, 결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싸움은
아닐 것입니다.

-- 비유가 지저분해서 죄송스러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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