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인가요?

글쓴이
임종관
등록일
2002-08-12 04:04
조회
3,163회
추천
0건
댓글
11건
  안녕하세요.. 가입한지 한주일 정도되었고 현재 공과대학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그간 기웃기웃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글을 열심히 읽고 많은 것들을 공감하다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게되었습니다.

  1. 누가 오늘날의 '이공계 위기' 논쟁을 주도하는가?
    글쎄요... 제가 보기엔 학사 출신들은 아니고 대부분 석사 특히 박사까지 공부하신 분들이더군요. 더더군다나 대한민국의 노른자 대학을 마치신 분들이 대부분이구요. 결국 주장의 알짜는 "우리때 노른자 대학 이공대 가는게 보통 의대/약대/한의대 가는거 보다 더 힘들었다. 그만큼 더 우리가 똑똑했는데 지금에 와서 의대/약대/한의대 나온 사람들보다 너무나 천대받고 있다. 이게 가장 큰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조국의 불행한 미래와도 직결할 것이다" 이더군요. 결국 똑똑한 넘들이 이공대를 안가고 의대/약대/한의대가니까 이게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이다 하는 얘기구요.

  2. 만약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이 주효해서 그 빛을 발했을 때 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게 될 사람들은 누구일까?
    역시나  답은 똑같이 석사 특히 박사 거기다 대한민국의 노른자 대학 출신인 분들이겟죠. 물론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맛볼 사람들도 조금 있겠고요.... 결국 이 사람들이 혜택을 보기위해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이 이토록 성토되고 있는 것이군요. 즉 대한민국에서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학력고사(아니 이젠 수능으로 바뀌었죠) 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고등학교 때 이미 대한민국의 학력 카스트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게끔 예정되어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토록 문제가 커져만 가는군요.

    두리뭉실하게 '이공계'라고 지칭하지만 우리들이 말하는 이공계라는 작은 분야에도 수많은 계급이 존재함을 목도하게 됩니다. 물론 그 기준은 대학교 진학 성공 여부가 되는거구요. 과연.. 여러분들이 목에 핏줄을 세워 주장하시는 여러일들이 성공했을 때, 그 이공계내에서 서열이 한참 낮은 저같은 사람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 계신가요?

  지방대라고 하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지난 8년 여의 삶동안 이미 여러분들이 성토하시는 그 'X같은 현실'에 데일만큼 데였고 또  이번 불같이 일고 있는 이공계 위기 여론에도 불구하고 별 기대같은 걸 하지 않습니다. 이미 저와 같은 사람들은 '이공계 위기'가 회자되기 이전부터 늘 위기에 처해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 위기에서 헤어나올 수없기 때문입니다.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혈연, 학연, 지연으로 사람이 평가되는 오늘날의 골품제도 앞에서 성골/진골의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해 안달을 부리는 육두품의 개혁이란 '개거품'도 하찮은 골품을 가진 저에겐 한낱 배부른자들의 한숨 같은게 아닌가 싶군요. 어차피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골품제도 자체의 폐지가 아니라 육두품의 성골/진골 진입만을 허용하는 개혁을 하자는 주장 아니신가요?

  '이공계 위기'라고 하는 주제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의 학벌 카스트제를 엄연히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공계 사람들이 갖는 상실감이란 의대/약대/한의대라고 하는 반대급부가 존재해서 더욱 팽배해지는 개념 아닙니까?

  이런 이유로 전 여러분들의 그 이공계 위기 여론 조성에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가입은 했는데 가입해제는 어떻게 하는건지 알수가 없군요. 참고로 현재 대학원 진학 준비중입니다.  여러분들 말씀처럼 '이공계'의 길을 걷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앞서 제가 극복해야할 장애는
일단 생존 그 자체입니다. 모든 것이 중앙 집권화되고 서울 집중화 되어가는 오늘날의 현실앞에 지방에 산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불이익이 되는게 사실이니까요.  심지어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그 spk 대학원은 구술시험에 앞서 서류전형에서 탈락여부를 먼저 결정짓기 때문에 '능력'이란걸 증명하고 자시고할 기회마저 주지 않더군요. 저의 작은 소망은 spk 대학원 진학이 아니라 그넘의 서류전형을 한번 통과해서 심사위원들앞에 단 한번이라도 서보는 거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돌을 던지시던 총을 쏴대시던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이미 맘을 먹었습니다. 아니... 이곳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하는 걸 먼저 깨달았습니다. 그럼..

  • 김용국 ()

      임종관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에 있으면서 항상 머릿속에 맴돌던 이야기를 대신 해주신 것 같군요. 저 또한 임종관 님과 같은 처지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군요. 저와 같은 지방대? 출신의 엔지니어는 넘어야 할 산들이 두배 이상으로 많은 것 공감 합니다. 과학기술계 내부의 문제로 보아도 될만한 이 주제를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말씀을 해주셨네요. 남아주세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나중에라도 빛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 김용국 ()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하신 이야기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것 처럼, 한 부분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 임호랑 ()

      탈퇴하시는 방법은 왼쪽 위 'My Info'를 누르신 후 'Leave Member'를 선택하시면 간단히 됩니다. 하지만, 님이 들어오신지 겨우 1주일밖에 안되었고, 여기 있는 글들을 제대로 읽으신 것인지는 의문이 갑니다. 어떤 분은 '여기는 PKS는 하나도 없고 3류대 출신들이 하소연하는데군'이라고 하고, 또 임종관님은 반대로 '여기는 SPK에다 석박사들뿐이로군'이라고 하시니... 대개 석박사/기술사를 가진 30-40대 회원들은 20대회원 여러분의 미래 모습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단지 자신들의 연봉올려달라고 무슨 투쟁하고 그러는 것 아닙니다. 현재 고등학생부터, 이공계 대학/대학원, 직장, 해외에 있는 이공계까지 포함하여 국가사회적으로 제자리를 찾고 이공계 천대문제라는 문제까지 포함하여 해결방안

  • 임호랑 ()

      을 모색하느라 없는 시간 쪼개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괜히 딴지거는 훌리건들보다도 우리 내부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참으로 힘든 마음을 느낍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줘도 될까말까인데.... 이공계는 의사나 변호사 단체와는 달리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회입니다. 여기엔 매우 다양한 직업과 학력, 전공이 있습니다. 다양한 이공인(공고도 포함됩니다.)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고, 표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회원의 1/3이 학부생이고, 지금 운영진중에도 학부생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결코 박사들만의 모임이 아닙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님이 고민하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 소요유 ()

      이런 이야기 하나 하고싶습니다. 핸디캡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  그것은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입니다.  인간은 생각에 따라서는 아주 많은 적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아주 많은 동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기 글을 잘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의사, 판검사가 질투나서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질투라면 그쪽으로 가면됩니다.  우리사회는 남을 위하여 터럭하나 뽑아줄 수 없다는 사람이 많군요. 그럼 누가 나의 밥그릇을 채워 줄까요 ? 

  • 소요유 ()

      결국 임종관님의 논리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는 말이군요. 결국 같이 망하자는 말씀인데, 잘 보면 아시겠지만 망하는 양상도 사회상이 반영되게 되어 있습니다.

  • 보통상식 ()

      전 이 사이트에도 문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범위나 목적/진로 문제, 일부 학벌에 대한 과열된 시각(홀리건들의 탓이 대부분이겠으나……좀……), 사이엔지 말살임무를 띠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일부 벌레들의 활동, 주활동층의 숫자 및 계층부족 등등.

  • 보통상식 ()

      저도 임종관님의 시각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으며, 일부분은 저의 것과 같습니다. 단 저는 나이나 경력으로 보아 기성세대(기득권층 아님)에 발을 걸쳐 놓았고 이 사이트의 주장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leave button을 누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운영진은 아니며, 주순찰코스는 다양한 진로 게시판입니다.)

  • 보통상식 ()

      게다가 내가 낳은 내 아이가 모국어로 알고 배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이공인이 (그게 결국 님이 말씀하신 노른자겠지만……) 일정부분에 책임을 지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며, 그렇게 떠난 사람도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한도내에서 노력해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만, 일주일간의 참가는 그 결정을 내리기에는 귀하의 식견과 사상이 아깝다고 생각됩니다. 김용국님의 의견처럼 참가하면서 일조를 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 소요유 ()

      제 이야기하나 더하죠. 저를 비롯해서 운영진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20% 정도는 40대를 넘긴 사람들입니다.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이 '노후를 편안히'라 한다면 전 이런짓 안합니다. 왜냐하면 변하지 않으면 이미 기득권에 속할 수 있는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편하거든요. 다른 길을 가는 것을 포기한다면 말이죠. 여기서 시간보내봐야 저한테 돌아오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마 5년 10년후에나 달성될 지 말지 하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결국 열매는 5년후, 10년후에 사회에 진출할 '잘난 넘'들이겠죠.  '늙은' 우리가 왜 나서야죠 ?  젋은 세대의 화려한 '밥상'을 위해서 ?  아님 '직장에서 밀려날 처지' 이기에 ?  IMF를 잘보시면 알겠지만 결국은 망하여 쓰러지는 집에서도 서까래'건지는'   

  • 소요유 ()

      부류가 있습니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더 공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쓰러져 가는 집의 서까래를 나누어 갖으려고 '공평'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럴려면 님처럼 '차려진 밥상'만을 바란다면 쓰러져 가는 집이든 잘 일으켜 세운 집이든 자신의 밥상을 차지할 수 없을 겁니다. 나와 주위를 위해서  자신의 밥그릇을 찾겠다면 운영진에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제 분야는 이공계에서도 힘 못쓰는 아주 마이너에 속합니다.

목록


과학기술칼럼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282 밑에...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사람입니다. 댓글 6 임종관 08-14 3305 0
281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조화로운 발전" ... 댓글 5 최성우 08-14 3182 0
280 마늘파동에 대한 짧은 생각 원유철 08-13 3340 0
279 답변글 농어업 예산 20조는 무엇에 쓰는지... 서정하 08-14 2793 0
열람중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인가요? 댓글 11 임종관 08-12 3164 0
277 답변글 [re]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인가요? 천칠이 08-12 3119 0
276 이공계: 일거리... 시장원리... 해결방안.... 임호랑 08-11 3290 0
275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미래. 댓글 3 원유철 08-10 3838 0
274 [짧은 글] '과학행정가와 정치권의 역할' 댓글 3 최성우 08-09 3228 0
273 답변글 [re]'절망'은 '희망', '푸념'은 '함성', '어둠'은 '빛' 임호랑 08-15 2833 0
272 우리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댓글 4 원유철 08-07 3365 1
271 히딩크의 성공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주는 의미. 댓글 12 원유철 07-24 3913 2
270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가지는 의미 댓글 4 과학을 사랑하는 07-23 3247 0
269 이공계기피현상을 해결하기위해 정부정책을 세워서는 안된다. 댓글 55 원유철 07-02 4615 2
268 정책들... 댓글 8 배성원 06-27 3286 0
267 [연합] 재경부, R&D투자 세제지원 확대 검토 ; 과연? 댓글 4 김덕양 05-28 2882 0
266 우리나라 연구활동 현황 II: 2000년 과학기술연감 (과기부 발행) 중 소요유 05-21 2991 0
265 우리나라 연구활동 현황 I : 2000년 과학기술연감 (과기부 발행) 중에서 댓글 1 소요유 05-21 3049 0
264 과학기술정책...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entrepreneur 05-05 3201 0
263 [퍼온 기사] 기술고시 정원확대 표류 댓글 8 이공계2 04-30 5040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